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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인권과 디지털 보안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장면 1

작년 12월 황당한 경험을 하나 했다. 국가보안법 혐의 입증을 위해 2013년 4월 3일부터 2014년 9월 15일까지 무려 1년 5개월 넘게 내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을 집행했다는 사실 우편 통지를 서울에 있는 경찰청 보안3과로부터 받은 것이다. 압수수색 대상은 통신가입사항, 주소록, 가입카페, 메일헤더, 클럽, 블로그 게시 문건 등 해당 아이디를 가지고 한 모든 인터넷 활동을 포괄되어 있었다.

다행히(?)“혐의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여 내사종결 하였음을 알려"주는 통지였고, 또한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이유가 1946년에 발간된 책 몇 권을 이메일로 보낸 것 때문임을 알 게 되어 해프닝으로 끝났긴 했지만, 누군가 내 사생활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은 꽤나 섬뜩한 일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gnfeeltong.tistory.com/31 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덤덤하기도 했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이 일상적이고 익숙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개인정보고 무더기로 유출되었을 때도 돈 만 원 대고 집단 소송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심각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요행히 소송에서 이겨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서였다.

장면 2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이 만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몰래 개인 컴퓨터나 휴대폰을 해킹해 정보를 빼내거나 감시했다고 해서 한동안 세상이 떠들썩했다. 정황상 내국인에 대한 정보사찰과 감시용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찰했는지 알 수 없다.‘뭐 나 같은 사람까지 사찰했을까’싶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무언가 대비를 하려고 해도,“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도통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TV처럼 켜고 끌줄만 알뿐 공학적인 지식은 전혀 없기에 개인정보 보안에 좀 더 신경 쓰고 싶어도 그냥 마음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 같다.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은 막연히 느끼지만, 정작 뭘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꽤나 요긴한 사이트가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진보네트워크센터(http://www.jinbo.net)’에서 만든‘사례로 보는 정보인권’과 '디지털 보안 가이드' 사이트가 그것이다.

 

 

사례로 보는 정보인권 : http://guide.jinbo.net/faq

 

 

“회사에서 CCTV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노동조합 감시 목적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지문날인을 해야하나요?”

“집회에 참여했다고 핸드폰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내용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나요?”

  우리 생활 속에서, 혹은 권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정보인권 침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부당한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인권 가이드의 첫번째 시리즈 <사례로 보는 정보인권>은 지금까지의 상담 사례를 모아, 사례마다의 대처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유사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위에 인용한 소개글처럼 이 사이트는 각 분야별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인권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CCTV>, <노동감시>, <생체정보>, <주민번호>, <지문>, <형사절차><통신비밀>, <개인정보>, <내용규제> 등의 주제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목차를 보면 어떤 내용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이런저런 일로 경찰조사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혹시 몰라서 휴대폰을 두고 가져가지 않았던 경험 때문에 '경찰의 휴대폰 압수 열람'과 '영장에 따른 휴대폰 열람시 대응'에 관심이 갔다. 또 '증명서 발급시 지문날인'도 생활 속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어서 유심히 보게 되었다.

디지털 보안 가이드 : http://guide.jinbo.net/digital-security

 

 

카카오톡 2,368명 싹쓸이 압수수색, 7년치 이메일 압수수색, 휴대전화 압수하여 연락처, 사진, 인터넷 접속기록, 내 취향까지 감시, 심지어 국정원은 RCS라는 스파이웨어를 통해 휴대전화를 해킹하여 메신저와 통화를 감청하고 원격으로 조종까지 합니다!

컴퓨터와 휴대폰의 자료들을 볼 수 없도록 할 수 없을까?

감시 당하지 않고 통화와 메시지를 안전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보안을 위해 내 휴대전화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위 소개글처럼 이 사이트에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보안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함께 <컴퓨터 보안>, <통신 보안>, <휴대전화 보안>으로 나누어 각각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목차를 보아도 사실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안내자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습을 해가면서 배울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휴대전화 보안과 관련해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을 암호화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화면잠금 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기기암호화’를 하는 것이 좋으며, 아이폰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기암호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화면잠금 암호만 설정하면 되는데 네 자리 숫자와 같은 간단한 암호보다는 숫자와 문자를 섞어서 쓰는 조금 더 깉 암호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그래서 한번 아이폰 암호를 숫자와 문자를 섞어 길게 바꿔보았는데, 매번 긴 암호를 쳐 넣으려니 불편해서 조금 있다 다시 네 자리 숫자로 되돌려놓았다. '편리함'과 '보안'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까지는 '보안' 보다는 '편리함'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컴퓨터나 휴대폰의 전자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러나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닌 다음에야 좀 낮선 용어와 내용이라도 관심을 갖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털리고 난 뒤 후회하지 말고 나의 개인정보는 스스로 지킬 줄 아는 능력을 길러보자!

※ ‘사례로 보는 정보인권’과 ‘디지털 보안 가이드’는 소책자로도 발간되었는데 소책자를 원하는 구하고 싶은 사람은 ‘진보네트워크센터(02-774-4551)’로 문의하기 바란다. 그리고 국내 몇 안 되는 정보인권운동 단체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를 후원해주면 더욱 좋겠다.

(후원 사이트 : https://www.jinbo.net/support)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소식지 <산재 없는 그날까지>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