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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평화의 섬 제주, 그리고 강정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초대합니다.

 



경남노동자민중행동(준)에서는 9월 3일(목) 저녁7시 창원 상남동 노동회관 3층 강당에서 <평화의 섬 제주, 그리고 강정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2014년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 발굴특별상을 수상한 <제주의 영혼들>(리지스 트렘블레이 감독, 80분)과 2014년 12월 아일랜드 공영 채널 RTE에서 방영한 <제주의 가슴이 미어진다>(25분) 두 개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 그리고 강정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여러분을 초대하며,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참가기를 싣습니다.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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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월)부터 8월1일(토)까지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열렸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미국, 일본,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온 8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제주시청에서 출발해 제주도를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돌아 강정마을까지 평화행진을 했다. 한여름 폭염과 뙤약볕 아래서 5박 6일을 걸어가는 동안 발바닥은 물집투성이가 됐지만, 해군기지 반대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노란 깃발 아래 즐겁게 하나가 되었다.

여름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마지막 날 반나절 동안만 걷고 저녁 문화제에 함께했으니 참가했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럽긴 하지만, 올해 처음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했다.

 

 

마지막 날은 중문고등학교를 출발해 올레길 7코스를 따라 강정마을까지 7km를 걸었다. 바다 쪽으로 길을 접어든 행진대열이 월평포구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그러나 월평포구를 지나 강정포구에 다다랐을 때, 거기에 더 이상 아름다운 바다는 없었다. 수천 년 동안 강정마을 바닷가에 살아 온 구럼비 큰 바위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해군기지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 강정마을 주민의 설명을 들으며 몇 년 전 찾아왔을 때 보았던 구럼비 바위의 모습을 떠올릴수록 마음은 참혹했다.

강정포구를 지나 강정마을로 들어가자 이번엔 마을 한 가운데 ‘군 관사’가 떡하니 지어져 있었다. 해군은 이번에도 주민의 동의 없이 군 관사 공사를 강행했고, 이에 저항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1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으로 짓밟았다. 강정마을은 그렇게 속속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선 군 관사 건물을 보니 해군기지가 완성되고 마을에 군인들이 활보하게 될 미래가 상상되어 더 참혹했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해군은 8월 25일자로 지난 1월 31일 군 관사 농성천막 행정대집행 비용 8천9백7십만 원을 마을 주민들에게 청구했다고 한다.

한편 연합뉴스는 지난 8월 5일로 2년 반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주한미해군사령관 리사 프란체티 해군준장이 이취임식 기자간담회에서 “미 해군은 남쪽의 휴양지 제주도에 현재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에 항해와 훈련 목적으로 자신들의 군함들을 보내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 7함대는 한국의 항구 방문차 함선들을 보내길 진정으로 좋아한다”면서 “미군이 방문하는 어떤 항구에서든 한국 해군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강정 해군기지가 미군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실질적으로 미군기지가 될 것이라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의 주장이 사실에 더 가깝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해군기지가 미군기지화 하면 강정마을은 또 얼마나 파괴될 것인가.

단지 반나절 걷고, 하룻밤 머물렀을 뿐이지만 강정마을에서 많은 것을 받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3,000일이 넘도록 강정을 지키며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내년 생명평화대행진 때는 올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강정마을의 싸움에 작게나마 연대한다는 의미로 <평화의 섬 제주, 그리고 강정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준비했다. 많이 와서 함께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영화제와 더불어 제주의 음악인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강정마을 투쟁 3000일 헌정 음반 <다시 구럼비 위에서>와 강정마을 뱃지등 후원 물품도 판매하니 작은 마음이나마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