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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꽃차 이야기

 

 

김인영 (창원꽃차문화교육원)


나는 과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보랏빛 과꽃이 제일 좋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엔 항상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매화, 모란, 목련, 해바라기, 장미꽃, 무궁화 꽃, 채송화, 작약, 봉숭아, 국화 ...어머니는 항상 골목길에 과꽃을 심으셨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 
그 골목길에서 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꽃에 대한 행복한 추억이 많다.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살아오며 난 항상 꽃과 함께 했다.
꽃그림 엽서 수집, 꽃그림 그리기, 압화, 플라워아트, 꽃꽂이, 야생화 모임 등 취미생활도 꽃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여성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여성의 일자리를 꽃과 관련된 일을 추진하기도 했다.
꽃에 대한 나의 애정은 꽃차 마이스터, 꽃차 생산자, 야생초 지도사, 플라워 크래프트 강사, 가드너 등의 결실로 이어져 지금은 ‘(주)봄’ 이라는 꽃차 생산 및 판매회사와 창원꽃차문화교육원을 운영하며 경력단절여성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노동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나의 미션이다.

꽃과 몸

꽃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누군가를 축하할 때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해왔다.
거리마다 꽃들이 넘쳐나고 꽃으로 조성된 공원도 있다. 이처럼 가까이에서 꽃을 감상하며 키울 수 있는 문화적 욕구도 충족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렇듯 관상이 제일 큰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식용목적으로 음식과 차 형태의 소비가 커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꽃을 식용으로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이미 선조들이 꽃을 이용한 역사는 길다. 꽃차를 중심으로 본다면 1589년 권문해에 의해 쓰여진 최초의 백과사전[대동운부군옥]에 동백꽃차가 소개되어 있고, 1610년 허준의 동의보감에 무궁화차가 나온다. 1809년에는 빙허각 이씨 [규합총서]에 매화차, 국화차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꽃에는 다양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며 시력보호, 노화방지, 장기능 강화, 항당료 작용, 항암작용, 항산화작용, 소염 및 살균작용 등에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류중심의 식생활로 균형있는 식사를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꽃차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에 몇 가지 꽃차를 소개한다. 

매화꽃 목련꽃 장미꽃

이른 봄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흰 눈과 함께 피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매화는 봄이 왔음을 일깨워주는 봄의 전령이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매화꽃을 화춘화라고 불렀다고 한다. ‘매화차’는 신경과민으로 소화가 잘 안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을 해소하고 숙취를 없애며 기침, 구토 증세를 다스린다.
‘목련꽃차’는 맛이 그윽하고 은은하며 비염, 축농증과 코막힘, 두통에 사용하고 혈압강하 작용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
‘장미꽃차’는 생리통이나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자주 마시면 좋다. 예쁜 꽃만큼이나 효과도 좋고 색과 향기가 뛰어나다. 비타민C가 레몬의 17배나 들어있어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 ‘장미꽃차’는 몸 안의 활성산소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소시켜주고 공복에 마시면 변비에 효과적이다.

맨드라미꽃 홓화꽃 구절초

한여름 뜨거운 빛을 받고 피어나는 ‘맨드라미꽃’ 차의 색은 강렬한 빨강색이다. 지혈작용이 뛰어나 출혈, 생리통에 좋으며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카데킨의 함유로 모발을 지키는 꽃이라고도 하며 중국에서는 전통약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름철 붉은 꽃이 피는 홍화 꽃은 잇 꽃이라고도 부른다. 홍화 꽃은 빛깔이 아름답고 찻물속에서 활짝 피어나 아름다움을 더해주며 여성전용약초로 불리울 만큼 여성에게 좋은 꽃이다. ‘홓화꽃차“는 혈액순환, 통증제거, 갱년기장애, 히스테리컬한 기분 진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구절초 꽃은 가을바람에 치맛자락 나풀거리며 산길을 걸어가는 소녀가 생각나는 꽃이다. ‘구절초 꽃차’는 그 향기가 아주 좋으며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자궁수축을 도와주며 속이 차거나 월경불순 등 여성 질환에 필수 오약으로 옛 어머니들은 딸이 시집가면 이 꽃을 말려두었다가 주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우리땅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만든 차들이 많이 있다. 찔레꽃차, 생강나무꽃차, 동백꽃차, 당아욱꽃차, 국화차, 칡꽃차, 도화차, 벚꽃차.
꽃차는 약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즐겨 마시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식물과 인간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사상 중의 하나가 바로 유감사상(類感思想)이다. 비슷한 것은 비슷한 기관이나 구조와 서로 잘 통하거나 잘 맞는다는 뜻이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으로 모든 에너지를 꽃으로 보낸다. 그러한 꽃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이 든다.

기나긴 추위가 지나가고 새로운 생명들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겨우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여려움을 이겨내고 새싹을 올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나눔을 준비하며 포근한 숲과 생태적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로를 다치게하는 경쟁보다는 공존을 위한 노력을 통해 생명의 연속성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식물이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처럼 우리 인간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꽃차를 덖고 있노라면 자연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취해 모든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
나도 그 꽃의 일부라는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