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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에게 ‘내일을 위한 시간’이 있을까?

 

 

공기 (생계형 청년활동가)

※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몇 주 전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봤다. 이전에도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추천을 받아 온 터라 기대가 큰 게 사실이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줄거리를 보고 ‘과연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갈까?’ 생각하면서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뛰어갔다. 독립영화 상영관이 제일 많다는 서울에서도 이 영화의 배급률은 매우 저조했고, 그렇기에 맞는 시간대를 찾는 것도 상영관을 찾는 것도 꽤나 어려웠다.

잔잔하게 시작된 영화는 ‘산드라’를 중심으로 때론 남편과 함께, 산드라가 일했던 공장 동료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았다. 이 영화는 동료의 복직과 보너스 천유로를 두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선택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만약에 나였다면 함께 일했던 동료를 선택 할 것인가 보너스를 선택 할 것 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혹은 내가 산드라였다면 동료들을 찾아가 설득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며 놀라웠던 것은 동료의 복직이냐, 보너스냐를 노동자들이 선택 할 수 있었다는 부분과 산드라가 동료들에게 나의 복직이 우선이 되도록 설득할 기회를 얻은 부분이었다. 물론 동료의 해고와 나의 보너스를 선택해야 하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산드라를 지지하며 사장을 함께 설득하는 장면은 꽤나 흥미로웠는데 기회를 얻은 산드라는 여러 동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산드라는 가장 친했던 동료에게 가장 큰 냉대를 받고, 주말에도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는 동료의 모습과 마주하거나, 1년 치 공과금에 해당하는 보너스가 절실한 동료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동료들의 제각각 살아가는 모습만큼이나 보너스를 선택한 이유도, 산드라를 맞이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관객은 그들을 납득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한 계약직 동료의 얘기를 듣게 됐을 때 난 개인적으로 그의 고민에 귀 기울이게 됐다. 그는 보너스가 아닌 산드라의 복직을 선택했을 때 자신의 계약연장에 영향을 받을 것을 걱정해야 했고, 그 선택의 무게가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산드라를 지지했으나 투표결과는 딱 절반의 지지를 얻으면서 끝이 났다. 과반수 이상이 나와야 했기에 복직은 안됐고, 사장은 그녀에게 계약직 사원의 계약이 끝나면 복직시켜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산드라는 계약직을 해고하고 자신이 복직되는 사장의 제안을 거절한다. 산드라가 동료를 만나면서 겪는 여정에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료들이 보너스를 선택 할 때 산드라가 무너지는 모습, 산드라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 모습, 곁에서 산드라를 지지해주고 격려하는 남편의 모습, 보너스를 선택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말하는 동료의 모습들 모두 말이다.

나는 이 영화가 ‘나라면?’ 이라는 질문에서 관객을 자유롭게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고 내가 산드라였다면 혹은 동료였다면 어땠을까를 반문하는 조금은 머리 아픈 영화였다. 내가 <우리에게 ‘내일을 위한 시간’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잡은 건 그래서였다. 산드라가 가진 설득의 기회나 내 일(my job)에 대한 기회, 혹은 내일(tomorrow)을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있나 싶은 씁쓸함이 더 와 닿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괜스레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산드라가 복직이 되는 방법은 다른 누군가(계약직 사원)의 희생이 있어야 했고, 그것은 내일(tomorrow)을 위해서도 내 일(my job)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산드라가 더 잘 알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약직 사원의 희생 없이 산드라가 원직복직 되는 것이 제일 나은 결과이긴 하다.) 어쩌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절반의 선택을 이해하고 보너스를 선택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만 느끼지 않을 연결고리가 우리 주변에 있는 계약직 사원들의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을 위한 시간>은 내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을 만들어가기 위해 충분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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