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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학거부, 그 후의 삶을 응원한다

 

- <대학거부 그 후>, 한지혜 외 지음, 교육공동체 벗 펴냄, 2014 -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가끔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내가 만약 10년이나 20년 늦게 태어났다면 나는 대학거부를 선택했을까? 혹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했을까? 한 번쯤 고민해봤을 수는 있지만 쉽사리 선택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입시위주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의식을 키우고 그것을 바꿔내기 위한 실천활동을 했어도, 학교는 바꿔야할 대상이었지 거부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당시 우리들에게 대학거부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의미―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대학 대신 공장을 선택하는 것―였는데, 함께 활동했던 ‘절친’이 대학과 공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도 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학을 선택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방위로 근무하는 동안 내가 모시는 장교(대위)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유능한(?) 행정병이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대학거부 그 후>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 누구나의 ‘의무’인 학교교육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그 연장선에서 대학을 거부한 뒤 지금은 20대를 살아내고 있는 여덟 명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제목을 보면 ‘대학거부’라는 단어가 더 눈에 들어오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면  ‘그 후’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후’가 이들의 현재 삶을 가리키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거부’가 이들에게 과거 어느 시점의 결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대학거부는, 일평생 단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평생의 삶에서 용기를 내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학거부 ‘그 후’의 삶을 통해 이들은 “대학거부 때보다 한 해 한 해, 더 큰 용기를 내어야만 대학을 거부한 채로 살아 갈 수 있는” 현실을 절감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학력에 따라 위계화 된 사회구조와 맞닥뜨려야 하는 이들에게, ‘대학거부’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점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초졸, 중졸, 고교 중퇴자가 된,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20대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 불안은 이들이 아직 젊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해진 괘도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불안의 주요한 요인은 경제적인 것인데, 학력사회에서 생계를 위해 이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대부분 저임금의 알바노동이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정은, 이들 대부분이 ‘청소년 인권운동’과 인연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삶의 전망을 찾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 된다.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이 담긴 여덟 명의 고백을 읽고 나니,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청소년 활동기상청 활기’였다. ‘청소년 활동기상청 활기’는 열악한 청소년 활동의 학습과 활동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단체로, 청소년 활동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고 청소년 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해서 후원회원 신청을 했다.

* 청소년 활동기상청 활기 페이스북 :
  - https://www.facebook.com/hwalgy
* 청소년 활동기상청 활기 후원하기 :
  - http://cafe.daum.net/Life2010/8JLE/128

150쪽 남짓 되는 얄팍한 책두께는 큰 부담 없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정해진 궤도를 거부한 젊은 친구들이 현재 어떤 고민 속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고민과 삶에 응원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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