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이야기 (진창근)
나무랑 친해진지도 10년정도 되었네요. 처음 나무를 깎기 위해 산 조각도는 문방구에서 파는 조각도였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처음 뭘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 지 막막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손에 잡히는 작은 나무로 흉내내기를 했지만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는 180도 다른 모양이 내 손에 남았었습니다.
나무를 깎을 때 조각도는 항상 날이 서 있어야 합니다. 특히 단단한 나무일수록 칼날이 무딜 경우, 힘을 많이 주게되어 조각도가 나무에 밀려 손을 다치게 됩니다. 제 왼손은 크고 작은 흉터로 10년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나무조각을 할 때 직접 만든 조각도를 사용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시장 상품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때가 있듯이,나무 조각도도 깎는 형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칼이 필요한데 시장에서는 구입할 수 없어 직접 만들지 않으면 생각한 형상과 원하는 형상으로 깎을 수가 없습니다.
산에 갈 때는 항상 작은 톱을 가지고 가는데 조각할 만한 나무나 솟대 받침용 나무를 잘라서 옵니다.
물론 살아 있는 나무는 자르지 않는데 살아있는 나무는 말린 후에 조각을 하지 않으면 마르면서 쪼개져 애써 만든 것들을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내 취미를 위해 살아있는 나무를 자르는 것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나 자연 속에서 나무들끼리의 경쟁에서 밀려 죽어 썩어가고 있는 나무를 주로 잘라 옵니다.
뭘 만드는 것은 노동입니다. 나무를 자르고 깎고 사포질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옻칠까지 하는데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장승을 깎거나 팔지, 목걸이, 반지, 목판화등을 만든 것을 보여주며 가장 많이 받는 물음은 “배운 적이 있느냐?” 라는 것입니다.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배운 적이 없다”라고 대답했는데, 사실 어떤 사람에게 직접 배우는 것만이 배우는 건 아닙니다. 뭘 만드는 일은 사진을 보는 것만도, 조각도를 만드는 방법을 블로그를 통해 보는 것 그 자체가 남들에게 배운 것입니다.
처음은 다른 사람들 것을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몇 년을 모방하다 보면 모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것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리 운동도 마찬가지로 선배들로부터 듣고, 교육을 받고, 책을 보면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운 적이 없는데 만드는 것을 보면 “타고난 손재주 있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뭘 만드는 일은 단순히 손재주만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스케치하고 이를 손으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을 수십 번을 반복하면서 나무의 결과 단단함의 정도를 알게 되고, 죽어 썩어가던 나무가 새로운 태어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아낌을 받는 것입니다.
작은 장승,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휴대폰 고리, 대나무에 하회탈 깎기, 집성대나무 판에 오윤의 판화그림, 조선시대 민속도 새기기를 거쳐 솟대를 만들다가 1년 6개월 전부터 나무반지 목걸이 팔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마산의 희망노리터에 오시는 분들과 나무를 가지고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들고 있고, 가끔 주변에서 같이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재료를 준비해가서 팔찌,반지,목걸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들불대동제 때 부속 행사로 열린 전시회를 세 번 한 적이 있고 시와 자작나무에 오신 분들에게 작품의 의미와 사용한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고 싶어 하는 데 취미로 만드는 것이기에 물물교환은 하지만 팔지는 않는다고 하면 파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사실 대량생산된 상품과 구매에 익숙한 사람들은 수공예품의 가치와 만드는 과정과 사용된 재료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품이라면 그 가치는 그 것을 만드는데 들어 간 재료비와 노동력의 합으로 결정되는데 사실 수공예품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수공예품 대부분이 비싼데 그 이유가 그것을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이 많기 때문이며 또한 희소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지나 목걸이 펜던트의 주 재료는 유창목과 흑단 그리고 스네이크라는 나무입니다.
유창목은 상처를 치료하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반영구적으로 향이나는 나무이며 자외선을 받으면 나무의 색이 청록색으로 변하는 나무로 비중이 1,3정도이며, 검은 색을 띄는 흑단은 비중이 1.1정도, 무늬가 뱀 껍질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이름 스네이크는 비중도 1.1정도가 됩니다.
비중이 1 이상이면 물에 넣어도 뜨지 않고 가라앉는데 나무가 물에 가라앉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나무와 금속을 합친 소품을 만들고 싶어 구리용접을 해 보고 있는데 구리용접은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체험행사가 아니면 같은 모양으로는 하나 이상을 만들지 않는데, 소태나무로 만든 노란리본을 흑단이라는 나무가 감싸고 있는 것과 황동 판을 망치로 두드려 리본을 만들어 흑단에 붙인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목걸이는 많이 만들어 유가족 분들에게도 드리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촛불로 문화공연으로 애쓰시는 분들께 다 주고 저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진창근님은 민주노총경남본부 부본부장으로 일하고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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