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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운동에 함께 합시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416연대 인권선언제정특별위원회 위원


 약속을 지키기 위해

4.16인권선언운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외친 많은 이들의 다짐에 뿌리내리고 있다.
전국 각지의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며 다짐했던 많은 국민들의 약속 말이다. 이런 다짐과 약속은 세월호 1주기를 거치며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구호로,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4.16인권선언운동이 시작되며 ‘미안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기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전국 방방곡곡의 풀뿌리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예외없이 충격적으로 각인된 세월호 참사가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향해서 말이다. 

왜 싸워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한 과정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운동’ 제안과 ‘풀뿌리 토론’ 제기에 반문하는 분들이 많다. 지금은 싸울 때이지, 한가롭게 선언문을 쓰거나, 모여서 토론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이다.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 지를 확인하고 벼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풀어내는 실마리, ‘안전사회 건설’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진상규명’에 있어 우리는 아직 헤매고 있다. 5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참사 당일의 현장에 피해자 가족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헛발질에 가까운 구조실패를 지켜보던 그 현실에 아직도 우리는 놓여있다.
‘왜’라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가’, ‘왜 즉각 구조에 나서지 않았는가’ 등 무수한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 차원에서 진상규명 투쟁을 비롯한 현재의 세월호 투쟁과 인권선언운동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 미수습자를 찾을 권리 등은 세월호 유족이나 피해자만의 권리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건이기 때문에 마땅히 그렇게 풀려야 할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에서 발생한 세월호와 같은 재난, 참사, 사고를 겪는 모든 이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이토록 당연한 권리가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로 자리잡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산재사망으로 목숨을 빼앗기고 있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한 다양한 권리의식을 확산하는 것, 사회가 마땅하고 당연하게 이에 접근하는 시각과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은 현재의 세월호 투쟁의 과제이자, 인권선언 운동의 과제이다.
앞으로 세월호 투쟁이 어떤 파고를 그려낼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각각의 국면에서 제기해야 할 주장이 피해자들의 주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제기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분명히 밝히고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인권선언운동의 과제이며, 권리목록화 해야 할 내용이다.    

권리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해석의 틀은 다양할 수 있고, 보다 확장되어야 하며, 더욱 풍부해져야 한다. 인권선언운동은 참사를 인권의 문제로 국한지어야 한다거나,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권선언운동은 세월호 참사가 ‘인간 존엄성 훼손의 결과’라고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재까지의 각각의 국면에서 지켜보게 된 부당함을 ‘인권침해’라고 칭하게 되는 바로 그 현장에서 말이다. ‘인간 존엄성’이 훼손된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짓밟히는 사회를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까.
세월호 투쟁의 각각의 국면에서 우리가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 바꿔야 한다고 느꼈던 것을 우리의 권리와 연결해 해석하고, 회복해야 할 존엄성과 권리를 밝혀내야 한다.

우리의 권리를 길어올리자.

인권선언이 세월호 참사 직후 희생자들 앞에서 했던 우리의 약속과 다짐에서 출발했듯이, 선언문이 구성되는 과정 또한 평범한 많은 이들의 기억과 경험에 뿌리내려야 그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언이라는 것을 봐왔고, 교육과정에서 배워왔다. 그러나 그런 선언이 사실 내가 살아가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실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다. 이것은 기억을, 역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박제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 경험, 교훈이 권위있는 누군가를 통해, 혹은 지배권력에 의해 잠식당하거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 되어서는 안된다.
풀뿌리 토론은 각 개개인이 놓인 서로 각자의 위치와 조건에서 충격적으로 맞이한 ‘세월호 참사’를, 각자의 경험에 기반해 각기 다른 감각과 표현, 언어로 길어올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공동체와 집단의 기억으로 되새기고 구성하는 것이 풀뿌리토론이며, 선언문은 그것의 최종형태일 것이다. 선언운동은 선언문을 통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언문이 어떻게 현실의 제도, 정책,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로 이어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했던 우리의 바람을 실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서로의 감각을 놓지 않고, 공통의 감각으로, 공통의 언어로 구성하는 것이 선언운동이고, 풀뿌리 토론이다.
내년 4월 16일,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공표될 이 선언을 구성하는 과정에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