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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우조선해양의 복직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강병재 노동자 고공투쟁 지역대책위원회

60m 하늘 위, 한 노동자가 있다

지난 4월 9일부터 거제 대우조선해양 N안벽 60m 크레인 위에서 한 노동자가 7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 의장 강병재 노동자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고공농성이다. 첫 번째 고공농성을 통해 체결한 복직 확약서를 대우조선해양이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표적 해고, 그리고 첫 번째 고공농성

강병재 노동자는 2009년 3월, 자신이 일하던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동진계전이 폐업을 하면서 해고됐다. 하청업체가 폐업하면서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은 모두 새로운 업체로 고용이 승계되었지만,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하노위 활동을 하던 3명은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 사실상 하노위 활동에 대한 탄압이자 표적해고였다.

이에 강병재 노동자는 2년 동안 복직을 위해 투쟁해오다 2011년 3월 최후의 수단으로 대우조선해양 남문 옆에 있는 15만 4천 볼트 고압 송전탑에 올라 첫 번째 고공농성을 했다. 그리고 88일 동안의 처절한 고공농성 끝에 “2012년 12월 이내에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해고 전 수행업무)로 채용하도록 한다”는 확약서를 체결했다.

복직 확약서 불이행, 그리고 두 번째 고공농성

2011년 체결한 ‘복직 확약서’에 따르면 강병재 노동자는 지금 대우조선해양 안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땀흘려 일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복직 확약서’를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강병재 노동자는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해고자로 살아가야했고 그에 따라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강병재 노동자는 그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복직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60m 크레인 위에 올라 또다시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 책임은 대우조선해양에 있다

복직 확약서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사협의회 대표가 서명했다. 그런데 그 동안 협력사협의회는 대표가 바뀌었다며 “내가 한 약속이 아니라서 확약서를 지킬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협력사협의회는 친목단체다. 약속 이행 의무가 없다”라고 발뺌한다. 참 뻔뻔한 책임 회피다.

사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승인 없이는 협력사협의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실제 책임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있다. 그것이 우리가 다 아는 대한민국 ‘갑’과 ‘을’의 진실이자 대우조선해양 ‘갑’과 ‘을’의 진실이다.

 

지역대책위 구성

강병재 노동자의 고공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지역의 13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강병재 노동자 고공투쟁 지역대책위원회’(아래 ‘지역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역대책위에 함께 하지 않고 별도의 논의와 대책마련을 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대책위는 5월 15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월 22일에는 대우조선해양 N안벽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천막농성장은 옥포조각공원 입구에 있는데 강병재 노동자의 농성 크레인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5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성립 신임 사정을 선임했다. 지역대책위는 신임 사장이 선임되는 5월에 조속히 고공투쟁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집중했다. 선전물 <약속을 지켜라>를 발행하고, 주주총회 장소인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를 찾아가 신임 정성립 사장이 확약서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현장의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에 집중

이에 지역대책위는 6월부터는 대우조선해양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점심시간에 사내 식당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이용한 선전을 하고 있으며, 화요일과 수요일은 퇴근시간에 각 출입문을 돌며 강병재 노동자의 두 번째 고공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선전에는 대우조선 정규직 현장활동가들도 함께 하고 있다.

한편 6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 위원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협력사협의회 대표를 불러 면담하고 협력사협의회 측과 강병재 노동자 측에서 각 3명으로 대화 창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역대책위는 고공농성 이후 70여 일 만에 처음으로 대화창구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사내 복직 불가’에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내용적인 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부산시청 앞 광고탑 위에서는 부산 생탁 노동자와 택시 노동자가, 서울 인권위원회 옥상의 전광판 위에서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투쟁의 결과 체결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과연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강병재 노동자 복직 확약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안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어울려 일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강병재 노동자가 웃으며 내려오는 순간까지 지역대책위는 최선을 다해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