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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훼방 70년 ⑤ : 선낭(選狼)들 대 혁명적 사고틀과 슈퍼 거울 신경세포


                          
최형록 (필통 필진)


(사진=오마이뉴스/노컷뉴스)

 

“한국의 야당 의원들은 의회 민주주의 역사 상 최장 필리버스터로 말 말 말(Talk Talk Talk)을 했으나 끝내 테러방지법을 성공적으로 저지하지는 못했다.” 한국의 ‘기레기’들과는 다른 영국 국영방송은 최근 1.2권력의 한 부스러기인 한국 국회의 무용성을 위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각주:1]

야당이 세계사적 반대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테러라는 있을 수도 있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대선 댓글과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온갖 정략적 범죄행위를 해온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한 까닭에 그런 것이 아닌가?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한자가 있는 신문을 읽고 라디오 정치 뉴스를 잘 들었는데 47년이 흘러도 국회가 독재적 행정부의 귀걸이 정도에 지나지 않은 현실은 거의 변함이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새삼 박정희의  516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무렵 외국 언론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은 휴지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한 일이 생각난다.

 

FBI에 맞선 애플 아이폰의 개인정보보호


군사-외교적 식민지 본국인 미국의 애플 사장 제임스 쿡은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사편의를 위해서 아이폰의 정보접근에 뒷문을 열 수 있도록 연방 수사국(FBI)이 요구한 것을 ‘고객에 드리는 편지’에서 거부했다. 그 이유는 국가 안보와 함께 사생활 보호(Privacy) 역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각주:2] 그리고 미 중앙정보국 전 국장 헤이든은 연방 수사국의 요구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미국 시민자유권 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한국의 참여연대 같은 단체)의 알렉스 아브도는 암호화(Encryption)는 기업비밀에 속한다고 지적하면서 애플이 응할 경우 이런 위협은 태블릿 피시나 랩탑 등 관련기기 기업들에까지 확대될 위험성이 있으며 이런 사태는 기업을 정부의 간첩으로 만들려는 짓거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의 비굴한 대응 그리고 정권 안보를 국가 안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능사로 하며 불안감을 조성해온 한국의 정보기구 고위 간부 중 솔직히 이런 입장을 밝힌 사람이 언제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각주:3] 같은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이 초등학생의 시험문제의 정답으로만 시신처럼 있는 이유를 성찰해 봐야할 것이다.

 

밀그램의 복종실험

최근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벨기에의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은 중대한 실마리 한 가지를 보여준다.[각주:4] 이 실험은 스텐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1961년 실시한 ‘복종 실험’의 결과를 보다 세련되게 실험설계 하여 그것을 뇌과학 수준으로까지 확장해서 확인한 것이다. 밀그램은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약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새로운 실험은 명령에 묵종할 때 사람들이 그것을 자발적인 행동이라기보다 수동적 움직임이라고 경험함을 밝혔다. 그런 만큼 자신이 행위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뇌 작용으로는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관찰했다. 실험 설계에 따라 ‘선생님들’은 전기 충격을 ‘학생들’(피고문자들)에게 가할 때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태에 있었음에도 그런 명령을 강요에 따라 할 경우 그 비명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활동 저하(Dampened)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에 더해서 ‘선생님들’(고문자들)에게 질문지로 그들의 행동을 스스로 어떻게 판단하는 지를 확인해 보았는데 그들은 자발적 선택으로 전기 충격을 가할 경우에 비해서 명령에 따라 행동할 경우 책임감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내가 주목하는 점은 명령에 순종하는 질서(Order)를 가진 사회는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시민적 책임감이 약한 사회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각주:5] 한국 사회의 고질인 권위주의적/파시스트적 정치문화는 바로 이런 인간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건물만 동양 최대일 뿐 제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는 공갈빵 같은 국회,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극소수를 제외하면 선출된 좋은 사람들(選良)이 전혀 아니라 민중을 수탈하고 지배하는 계급적 이익에 맹목적이며 개인적 출세욕에 사로잡힌 승냥이(狼) 새끼들이 우글거리는 파당들의 연합으로서의 정당정치의 토양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포를 통한 무의식 장악

이런 불의하고 이성 파괴적 정치문화를 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접근방식이 “인지과학”의 관점이다. 나의 문제의식과 상통하는 것이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의 연구다.[각주:6] 반테러법의 출발점은 미국의 “테러에 대한 전쟁”이다. 일제의 진주만 기습을 무색하게 만든 알카에다의 9/11 기습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테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공포 반응을 활성화시키면 이 공포감은 보수적 세계관을 활성화시키는데 그런 관점은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보호와 안전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연상시킨다. 9/11 테러라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Trauma)에서 신경 세포들의 연결부위(Synapse)가 즉각 극적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미국의 반동-보수 대중매체에서 “테러” 문제를 반복적으로 방송함으로써 시냅스(Synapse)는 장기적 상승-강화를 겪으면서 쉽사리 해체되지 않게 된다. 지배계급의 의지에 따라 인위적으로 구성된 뇌구조는 반동-보수적 정책에 조건 반사적으로(Reflexively) 동조하게 되며 이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며 이 “여론”에 용감한 이성으로 도전해서 비판하는 행위는 “제 정신이 아닌 반애국적 행위”로 매도당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행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매듭인 정서-감정(Affect-Emotion)이라는 관점에서 반동-보수 세력의 정치적 헤게모니는 바로 이런 공포 분위기의 조성으로 의식에 앞서 “무의식적 감정들”을 장악하며 의식에 앞서 진행되는 “무의식적 이성적 추론”을 매장해버리는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TV의 예능 프로를 비롯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의 대중문화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테면 <한겨레>의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 칼럼은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헤게모니의 사고방식과 정서-감정의 틀(Frame)을 구성하는 것이 열쇠말과 개념적 은유(Metaphor)다. 사실은 민중의 삶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낙수효과(Trickle Down)라는 개념을 “파이를 우선 키워야 나눌 수 있지”라고 은유함으로써 대중의 성장 지상주의에의 집착을 유지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낳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재벌 건설업체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정치적 억압도 꾀하려 한 것이 전두환 정권의 “평화의 댐”이었다. 한국전쟁의 정신적 외상을 이성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대중에게 북한이 수공(水攻)을 하려 한다고 TV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세뇌한 것 역시 이런 류이다. 행동 경제학자 카네만 등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는 이런 헤게모니가 유지되는 중대한 이유를 사람들이 손실 보다는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틀을 선호하며 이득을 보느니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조건반사적인 정서-감정에 호소하는 “접근 가능한 틀”을 선호해서 이성적으로 정확하지만 “아이구 머리 아파”하는 틀에 입각한 관점을 아예 무시하는 경향라고 밝히고 있다. “테러”라는 불확실한 공포감을 과장-왜곡해서(되로 주면서) 대중이 이성적으로 저울질(Reflect-Deliberate) 해보지도 않은 채 “시민적 권리로서 사생활은 물론 비판적 정치 비판-표현의 양도불가한 권리”를 맞바꾸도록(말-斗로 강도짓 하는) 정략적 술수를 부리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개념적 은유의 싸움과 정치투쟁

그러면 이런 헤게모니를 어떻게 하면 파괴해서 정의롭고 이성적인 헤게모니로 변환시킬 것인가? 적의 언어로 역공하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적의 “틀”을 이용하면서 그것을 부정하거나 논박하는 방식은 그것을 온존시킨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한편 “경제 민주화”론 같은 경우(김종인의 공으로 축소-왜곡되고 있지만) 원래 진보세력의 “틀” 내 열쇠말 이었던 만큼 현 정권의 거짓을 밝히는 논박에 동원해야한다. 사고의 틀 내에서 명사의 뜻을 정확히 바로 잡는 일(正名)은 정치적 헤게모니 탈환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신자유주의적 Privatization을 ‘민영화’가 아니라 ‘사유화(私-邪-詐)’라고 말하는 것은 말재주에 불과한 것이 결코 아니다. 반동-보수 헤게모니의 토대가 무의식적-조건 반사적 감정이 지배하는 무의식적 무자비한 계산적 이성이라면 그 토대의 파괴-대체는 감정이입(Empathy)과 공감(Sympathy)에 입각한 성찰적(Reflective) 단어와 개념적 은유를 반복적으로 선전-선동-학습하는 것 외 다른 것일 수 없다. 이런 뇌 구조-뇌 신경세포 연결의 재구성과 헤게모니 틀의 변환은 전뇌(Forebrain)에서 뇌 신경세포들을 조절하는 ‘슈퍼 거울 신경세포’라는 유물론적 근거로 가능한 것이다.

잊지 말아야할 점은 이런 유물론적 뇌 구성 그리고 사고 틀의 혁명적 변환은(문화혁명) 정치투쟁을 통해서 현실화 된다는 점이다. 총파업이 공장과 물류의 흐름 에너지의 흐름을 멈추는 파업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맹휴학을 감행해서 학문의 행정학화-경영학화-경찰학화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대학교는 “인간다움의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존재이유가 실종된 것이 아닌가?                                           


 

각주 2 http://www.democracynow.org/2016/2/18/apple_vs_the_fbi_inside_the

각주 3 김효순, ≪조국이 버린 사람들≫, 서해문집, 2015년. 재일 동포 유학생을 간첩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여성을 성폭행을 하는 등 “파시스트 정권안보”를 위해서 인륜을 파괴하는 온갖 범죄행위를 저지른 역사를 알 수 있다. 이럼에도 일부 유명한 교수라는 자들이 민주화 운동과 폭력적 산업화 세력을 동일선 상에 놓는 “사고의 틀-프레임”을 수치심 없이 말하고 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130

각주 4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nazi-s-defense-of-just-following-orders-plays-out-in-the-mind

각주 5 훼방 70년 ? : 세월호의 비밀에 진실의 빛을 쪼일 수 있을까? http://gnfeeltong.tistory.com/70

각주 5 George Lakoff, ≪The Political Mind≫, Penguin, 2009년 판. 특히 반테러법이라는 악법과 관련해서 제 6장부터 18장까지, 125~266. (한국어판 ≪폴리티컬 마인드≫, 한울, 2014)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3319250

  1. http://www.bbc.com/news/world-asia-35699992 [본문으로]
  2. http://www.democracynow.org/2016/2/18/apple_vs_the_fbi_inside_the [본문으로]
  3. 김효순, ≪조국이 버린 사람들≫, 서해문집, 2015년. 재일 동포 유학생을 간첩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여성을 성폭행을 하는 등 “파시스트 정권안보”를 위해서 인륜을 파괴하는 온갖 범죄행위를 저지른 역사를 알 수 있다. 이럼에도 일부 유명한 교수라는 자들이 민주화 운동과 폭력적 산업화 세력을 동일선 상에 놓는 “사고의 틀-프레임”을 수치심 없이 말하고 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130 [본문으로]
  4.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nazi-s-defense-of-just-following-orders-plays-out-in-the-mind [본문으로]
  5. 훼방 70년 ? : 세월호의 비밀에 진실의 빛을 쪼일 수 있을까? http://gnfeeltong.tistory.com/70 [본문으로]
  6. George Lakoff, ≪The Political Mind≫, Penguin, 2009년 판. 특히 반테러법이라는 악법과 관련해서 제 6장부터 18장까지, 125~266. (한국어판 ≪폴리티컬 마인드≫, 한울, 2014)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331925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