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검찰은 조합원 및 활동가들의 DNA은행을 만들려는 것인가?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변호사)

1. 판결 확정 후 3~5년...갑자기 날라온 안내문


창원지방검찰청은 2015년 12월~2016년 1월에 민주노총 경남지역 조합원 및 지역 사회단체 활동가 8명에게 “DNA시료 채취 출석 안내문”을 발송하였다. 내용인즉 채취대상자들이 한미FTA투쟁과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등 주거침입)(이하 “폭처법 (집단흉기등 주거침입)”)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DNA법”)상 DNA채취대상이라는 것이다.

2. 위헌적인 DNA법


DNA법은 2010.1.25. 제정되어 같은 해 7.26.부터 시행 중인 법률로서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밝힌 제정 취지는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DNA정보를 미리 확보하여 강력 범죄 발생 시 수사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재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제정 취지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실제 법률은 그 제정 취지와도 다르게 제정되었다. 즉, 재범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법률 조항에는 이에 대한 요건이 전혀 없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 구속 피의자 상태에서도 DNA채취가 가능하도록 하였고(나중에 무죄 판결 확정되면 삭제), 한번 DNA를 채취하면 사망 시까지 계속 DNA정보를 국가기관이 보관하게 된다(즉, 일정 기간 경과 후 삭제할 수 있는 조항도 없음). 이러한 DNA법의 문제점에 대하여 법 제정 시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2011년 2월 헌법소원까지 제기가 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2014. 8. 28. 재판관 9인 중 5인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선고를 해버린다. 다만, 당시 4인의 헌법재판관은 DNA법이 재범의 위험성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일률적으로 DNA채취가 가능하도록 한 점을 들어 위헌이라고 하였다(신체의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5인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으나 4인은 위헌이라 보았고 5인 중에서도 2인은 위헌 가능성을 들며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기도 하였으니 보수적인 헌법재판관들도 상당한 위헌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3. 또 하나의 위헌적인 법률 - 폭처법 및 그 적용

집회 혹은 파업을 하면서 본인 혹은 주변의 활동가들이 형사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폭처법”이라는 죄명을 자주 접하였을 것이다. 폭처법은 본래 조직폭력배 등을 처벌하기 위하여 1961년부터 제정·시행되어 오고 있는 법인데, 이 법 또한 본래의 제정 취지와 다르게 노동조합 활동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이 집회나 파업의 특성상 다수의 인원이 같이 행동을 하게 마련인데 이것이 폭처법(집단흉기 등 손괴), 폭처법(집단흉기 등 주거침입)으로 기소된다는 점이다. 거의 동일한 사안인데 검사의 자의에 의하여 폭처법(집단흉기 등 손괴 혹은 주거침입) 혹은 일반 형법 어느 것으로든 기소가 가능하다. 그런데 폭처법으로 기소가 되면 벌금형이 아예 불가능하고 일반 형법에 비하여 징역형의 하한이 최대 6배에 이르는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2015. 9. 24. 재판관 9인의 일치된 의견으로 폭처법(집단흉기 등 폭행, 협박, 손괴)에 대하여 위헌 선고를 하였다.

4. 위헌성이 확인되어 국회가 폐지한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


그런데 문제는 2015. 9. 24.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고 대상 조항에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폭행, 협박, 손괴와 주거침입을 달리 보아서 주거침입의 경우는 위헌이 아니라고 본 것이 아니라 단지 헌법재판소가 위헌 선고를 한 대상 사건에서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었을 뿐이다. 재판관 1인은 명시적으로 그 이유에서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도 위헌이라고 하였고, 국회 역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2016. 1. 6.자로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 조항을 폐지하였다. 위 조항 폐지 이유를 보면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위헌 결정 대상 조항 및 이와 유사한 가중처벌 규정을 일괄하여 정비”하려고 한다고 되어있다. 즉,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 조항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사건에서 심판 대상 조항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위헌 선고가 되지 않았을 뿐 결정 이유에서 그 위헌성이 지적되었으며 그에 따라 국회가 해당 법조항을 폐지한 것으로서 다른 폭처법 조항과 마찬가지로 위헌적인 조항이다.

5. 어떻게 해서든 DNA채취를 해보려는 검찰

 

 

 

 


위에서 본바와 같이 폭처법(집단흉기등 폭행, 협박, 손괴)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선고되어 폐지가 되고, 폭처법(집단흉기 등 주거침입)은 국회에서 스스로 그 위헌성을 인정하여 폐지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폭처법(집단흉기 등 주거침입) 조항은 국회에서 자발적으로 폐지한 것이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선고한 것이 아니며, 국회에서 폭처법(집단흉기 등 주거침입) 조항을 폐지하면서 동시에 DNA법에 의한 채취 대상이 일반 형법 조항까지 확대되었다면서 DNA채취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① 위 8인은 일반 형법상의 주거침입이 아닌 폭처법(집단흉기등 주거침입)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이며, ② 해당 조항은 헌법재판소 판결 이유에서 위헌성이 지적되고 국회 스스로 이를 인정하여 폐지한 조항이므로 현행법상으로도 검찰의 DNA채취 시도가 근거가 없다. ③ 특히, DNA법 자체에서 “채취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서 검찰이 의무적으로 채취해야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데다가 ④ 위 8인은 집회 및 파업 과정에서 처벌받은 것일 뿐이어서 이들을 DNA채취 대상으로 보는 것은 DNA법의 제정 취지인 “강력 범죄의 재발 방지”와도 맞지 않는다. 물론 위헌적인 DNA법의 폐지 및 폭처법을 노동사건에 적용해온 잘못된 관행(일부 법 조항이 폐지되었지만 법은 여전히 남아있다.)을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선결적으로 필요하기도 하다.

6. 앞으로의 상황


위와 같은 검찰의 부당한 DNA채취 시도에 대하여 대상자 8인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016. 1. 21. 창원지검에 “부동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였다. 검찰도 채취 시도의 문제점을 조금은 인식한 것인지 위 기자회견 이후 아직까지는 추가 연락이 없는 상태이다. DNA법 제정 이후 검찰은 지속적으로 폭처법(집단흉기등 폭행, 협박, 손괴, 주거침입)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활동가들에 대하여 DNA채취를 시도해왔다.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던 시기에는 잠시 주춤하였다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선고를 하자 다시 DNA채취 시도를 하고 있이다. 이는 경남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폭처법(집단흉기 등 주거침입)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에 대해서는 김천지청이 조합원 68명에 대하여 출석 안내문을 보내고 조합원들이 이에 불응하자 채취영장을 발부받아 이미 상당수 조합원들의 DNA를 강제로 채취하였다. 밀양지역의 경우 밀양 송전탑 투쟁 참가자들에 대하여 같은 이유로 채취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부당한 DNA채취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현재 집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경남지역의 경우에도 위 8인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DNA채취시도를 좌시하지 말고 연대하여 같이 저지하여야 할 것이다. 검찰이 추진하려는 “조합원 및 활동가 DNA 은행”을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할 만한 자료>  사례로 보는 정보인권

https://guide.jinbo.net/faq/lists/collection-of-dna-by-investigative-agenc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