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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3,3,1,1,1,0,3,3,1,1,1,1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소식지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필통)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일해 온 사내하청 노동자 2명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10월 19일(월)부터 회사 본관 출입문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뒤늦게 계약직임을 알다

형제 사이인 한00, 한## 노동자는 2014년 2월부터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 부영산업에서 일해왔다. 서울에 살던 두 형제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업체에 입사시켜준다는 약속을 받고 창원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 일을 하고나서야 자신이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창원에 내려와 집을 얻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계약직으로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직(무기계약직) 약속

2015년 6월 부영산업의 소장은 한00, 한## 노동자에게 장기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말을 믿고 형제는 5천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형제가 각자 살 전세집을 마련했다. 형은 아기가 태어났고, 동생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형제는 이제 창원에 뿌리를 내리려고 했다.

희망이 보일수록 더 열심히 일했다. 19개월 동안 월차 한 번 쓰지 않았고, 잔업 특근 한 번 빠지지 않았다. 사람이 부족하다고 연락이 오면 잠도 못자고 철야를 뛰어야 했다. 야간근무 끝나고 소장이 부르면 1시간을 자고 다시 나가 주간과 야간 연속으로 일하기도 했다. 오직 장기직 약속을 믿고 이 모든 걸 버텼다.

그러나 부영산업은 2015년 10월 엔진부 물량감소를 이유로 인원감축이 필요하다며 계약직 50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한00, 한## 두 명도 해고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장기직 전환 약속만 믿고 은행 대출로 집까지 마련했는데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해고통보를 받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어쩌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한00, 한##는 그냥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억울해서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10월 14일부터 점심시간 식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19일부터는 회사 본관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11번의 쪼개기 계약

한00, 한## 노동자는 19개월 동안 일하면서 무려 11번의 쪼개기 계약을 했다. 처음엔 3개월씩 두 번 계약을 했지만 그 다음 3개월은 한 달씩 세 번 계약을 했다. 그리고는 한 달을 쉬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회사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연속해 1년 넘게 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 달 쉬고 난 다음 다시 3개월씩 두 번 계약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씩 네 번 계약을 했다.

3,3,1,1,1,0,3,3,1,1,1,1 무슨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이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말해준다. 한 달 짜리 파리목숨. 그래서 더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비록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이지만 그래도 사내하청업체의 장기직이 되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마음껏 쓰다 버려졌다. 간단한 계약해지 통보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희망은 사라졌다. 하지만 형제는 이대로 쫓겨날 수가 없다.

하청은 발뺌, 원청은 모른 채

부영산업 대표이사는 이전 소장이 약속한 것이라 책임이 없다며 고용보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소장이 대부분 전권을 행사했고, 소장의 약속에 대해 대표이사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발뺌만 하고 있다. 이전 소장은 한00, 한## 노동자를 포함한 3명에 대해 장기직 전환을 약속했는데, 그 중 1명이 최근 장기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대 왜 나머지 2명은 해고되어야 하는지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실 계약직 대량 해고의 발단은 원청인 한국지엠의 인원 감축에 있다. 한국지엠이 엔진부 물량감소에 따른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겼고 하청업체는 다시 가장 힘 없는 계약직에게 떠넘긴 것이다.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서도 엔진부 인원에 대한 권한은 원청인 한국지엠에 있으며, 원청의 판단에 따라 고용인원이 변동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한국지엠이 계약직 해고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한00, 한##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한국지엠 회사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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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00 노동자의 글

서울에서 연고도 없는 창원으로 내려와서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입사를 했다. 승용티엠직에서 9개월 동안 연월차 한 번 안 쓰고 열심히 근무했다. 9개월 후 잠시 쉬었다 들어오라고 했다. 쉬는 동안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티엠직장이 "2년 안에 도급이 안 되면 부영을 다시 들어 올 수가 없다." "서울로 올라갈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라"라고 조언을 해서 서울로 돌아갈 것을 고민했다. 당시 상황이 와이프는 임신 중이었고 결혼식 날짜도 잡혀 있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부영산업 장00 이사가 장기직 전환을 약속했다. 장 이사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어서 약속을 한 것 같다. 6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신혼부부 대출 5천만 원을 내어 전세집도 마련했다. 그 전에 동생과 같이 지내던 전세집의 대출 7천만 원은 동생 혼자 떠안았다.

쉬는 날이 없이 일했으므로 결혼 준비는 와이프가 혼자서 다 했다. 결혼식 하루 전까지 일을 하고 야간에 서울로 올라가 다음날 바로 식을 올렸다. 결혼식 당일 장 이사는 하객으로 참석하여 친척들에게 동생과 함께 장기직을 시켜 주겠으니 너무 걱정을 말라며 믿음을 줬다.

휴일뿐만 아니라 휴가, 추석 및 연휴 때도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했다. 9개월 동안 쉬었던 날이 한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동생도 잔업, 특근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월차도 한 번 안 쓰며 뼈 빠지게 일을 했다.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부영산업 최고 관리자가 한 약속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장 이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직위해제 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후임 책임자인 조00 부장이 “장 이사와의 약속은 장 이사가 책임질 일이지 부영산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 나한테 이야기 하나. 당사자인 장 이사한테 가서 따지라"라고 말했다. 그 당시 상황을 조 부장도 잘 알고 있다. 장 이사가 업무 인수인계하면서 조부장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조부장과 첫 번째 면담에서 두 명 다 바로 장기직은 안되고 1~2달 쉬었다가 순차적으로 계약직으로 넣어주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면담에서는 둘 중에 한명만 계약직으로 넣어준다고 말했다. 세 번째 면담 요청 때는 둘 다 안 되겠다면서 말 바꾸기를 했다. 그 후 최종결정은 한명만 계약직으로 넣어 줄 테니 상의해서 결정하라며 선택을 강요했다.

너무 억울하다. 가정을 꾸리고 2세가 태어 난지 1달 밖에 안됐다. 장기직이 되어 열심히 일해 가정과 아이를 책임지려는 희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고 대출금을 갚으려니 막막하다. 동생은 한 달 후 상견례가 있고 내년 초에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업체 책임자의 장기직 약속으로 결혼 승락을 받았는데 당장 상견례 자리에 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러다 동생의 결혼이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겠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부영산업 관리자들의 믿음에 대한 배신감이다. 그 동안의 노력과 희생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 같아서 너무 너무 억울하다.

- 계약직 한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