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최형락)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정책위원장)
*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 주최로 9월 22일 오후 2시에 '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토론회의 발제문으로 제출한 글입니다.
1.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① 최저임금 현실화란?
- 최저임금 산정시 고려기준 (현행):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하되,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노동시장 내의 격차를 해소하여 소득분배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한다’
-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은 최저임금으로도 생계가 가능해야 하며, 이래야 ‘최저임금 현실화’라고 말할 수 있다.
- 2015년 2/4분기 1인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지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1,577,697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7,549원)
- 그런데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자녀 등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 수는 2.5인이다. 이 가구원 중 다른 이가 소득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하여 가구균등화지수를 산출하면 1.581이다 (즉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계지출은 평균적으로 보아 위의 가계지출에 1.581을 곱해야 한다는 것). 이를 반영하면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494,339원이다 (시급 11,935원)
- 즉 최저임금 현실화란 시급이 최저 7,549원에서 최대 11,935원 사이가 되어야 ‘현실화’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준이 된다.
② 최저임금 산정 기준의 제도화
-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슬로건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위한 구호이며 민주노총과 우리 노동당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약간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그 다음은 최저임금 2만원을 요구할 것인가? 액수가 아니라 산정 기준을 설정하고 매년 그 기준에 맞게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9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뜻을 대변하는 공익위원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갖는 구조이다. 또한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본 관점이 사라진 채 매년 그 전 해와 비교해서 얼마나 인상할 것인가가 쟁점이 될 뿐이며 인상률도 아무런 근거없이 임의로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임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않도록 일정한 기준 내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현실화’라는 이름에 걸맞기 위해서는 최소한 1인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지출 이상은 무조건 되어야 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기본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또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만 반영할 경우, 소득분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득분배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산정 시 고려 기준으로 ‘소득분배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있음을 감안하면 소득분배 개선율을 적절한 수준에서 반영하여야 한다.
- 위 기준에 따라 예시를 해보면, 2016년의 경우 (경제성장률 3.4% 물가상승률 1.9% 소득분배 개선율 5%를 적용한다면) 최저시급 7,549*1.103=8,327원 이상은 무조건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다. 이는 최저 기준이며 1인근로자가구의 가계지출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실제 가구원 수 등을 고려하여 더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당연히 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정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매년 적어도 이 최저 기준 이상으로는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 최저임금 결정 단위의 개선
- 최저임금 결정 단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말했듯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처럼 국회에서 결정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아래 내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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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개정안]
- 새정연 유승희 의원 :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개정안
- 새정연 유성엽 의원 : 국회에서 5년간 한시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개정안
- 새정연 전병헌 의원 :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3명식 선출 또는 지명하게 하자는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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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결정 단위보다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산정 기준을 제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산정 기준 자체가 제도화된다면 굳이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도화 첫 해에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 결정 기준을 제도화한다고 해도, 이는 최소 기준일 뿐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실제 가구원 수 고려 및 소득분배개선율 증가 등) 결정 단위는 필요하다. 따라서 결정 단위로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를 유지하더라도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개선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대통령 산하로 격상하고 공익위원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천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
2.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① 최저임금 준수 실태
- 턱없이 낮은 현행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준수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27만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12.1%). 또한 정부나 지자체 등의 영향력 하에 있는 공공부문에서조차 최저임금 미달자가 13만명에 이른다.
-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가 여전히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 미흡과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상으로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시정조치로 끝나고 형사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최저임금 위반 적발 건수는 1,645건이다.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수에 비하면 적발 건수 자체가 턱없이 적다. 게다가 이 중 형사처벌은 16건에 그쳤다 (적발 건수의 1%). 그 형사처벌도 대부분 벌금형인데 벌금액이 체불액의 30% 이하인 건이 약 60%에 달한다. 한 마디로, 잘 적발하지도 않고, 적발해도 형사처벌 받지 않고, 형사처벌 되어도 벌금 내는 게 더 이익인데, 사용자가 굳이 최저임금을 준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②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 무엇보다 근로감독의 강화와 처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적발 자체가 잘 되지 않는데, 그 해의 최저임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사후에라도 신고할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최저임금 관련 전담부서를 운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정조치를 통해 체불액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벌금 액수도 현실화해야 한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을 안 주면 더 큰 경제적 손해를 입는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 또한 최저임금 미달액은 일종의 체불임금이므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체당금 제도를 최저임금 미달액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 즉 일정 기간의 최저임금 미달액은 국가가 먼저 해당 체불임금을 노동자에게 지불하고 사용자에게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가맹점 본사의 연대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건설업에서 하도급업체의 임금체불을 원청업체가 연대책임지듯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최저임금을 위반했을 경우 가맹점 본사가 최저임금 미달액에 대해 연대지급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만이 아니라 모든 업종의 하청업체에 대해 원청업체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미달액을 같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이미 말했듯이 건설업에만 적용되고 있다).
- 현실적으로는, 소수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최저임금을 준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현실화’되어 대폭 인상될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가 어려운 일차적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라기보다는 대기업과 원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때문이다. 영세상인의 업종 침해, 지나친 단가 인하 요구,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나친 이익배분율과 불공정 계약 등등. 따라서 대기업과 원청업체의 이윤을 영세상인과 하청업체와 공유하는 이윤공유제를 도입해야 하며, 임금 인상분과 연동된 단가 인상을 제도화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이익배분율 조정과 표준 가맹계약 준수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의 현실화 즉 대폭 인상을 위한 재원으로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등 초과이윤의 일부를 ‘저임금 개선 분담금’ 형식으로 환수하여 영세자영업자나 하청업체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제도란 본질적으로 의지의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체당금 제도나 건설업의 체불임금 연대책임 제도를 모든 업종에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일정하게 개선된다. 또한 대기업과 원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이는 결국 의지, 더 정확히는 그 의지를 관철시킬 힘의 문제이다. 제도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지만, 사실은 힘만 있으면 제도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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