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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광주 야간당직기사의 죽음을 애도한다.

 

 


정규송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 교육선전부장 )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직기사로 일하던 노동자가 임시공휴일로 3일 연속 휴일이었던 지난 8월16일 오후 6시10분께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17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그는 공휴일 시작 전인 13일 오후 4시30분에 학교로 출근했으며 쓰러지기 직전까지 73여 시간을 학교에서 근무하던 중이었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과로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참사

학교비정규직 중 학교 야간당직기사는 평균연령 70대의 대표적인 고령자 일자리인데, 월 500시간, 연간 6천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휴일없는 평일 16시간, 토요일 및 공휴일 24시간 근무체계)을 하면서도 월 80만원 수준의 초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특히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근무조건으로 인해 다가올 추석 명절 연휴 기간동안에는 야간당직기사는 9월25일(금) 오후부터 9월30일(목) 오전까지 무려 5박6일동안 연속근무를 하게 되어 명절조차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없다. 올해부터 정부가 권장하는 단기방학은 당직기사들에게는 지옥과도 같다.

작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도,『학교(국‧공립,사립 초‧중‧고교) 당직기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의결하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교대제 도입, 적정 근로시간 인정, 용역비 중 인건비 비율 개선 등의 개선 방안을 수립하여 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용업업체가 장기간 휴일 연속근무 시 주 1회의 휴무를 부여하고 대체인력을 확보하도록 조치하라는 권고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권고이기 때문에 권고만 해왔던 것이다. 미온적 대처에서부터 이미 참사는 예견되어 있었다.


야간당직기사 중 93%가 외부용역 파견

전국의 10,274개 학교 중 야간당직기사를 외부용역으로 둔 곳이 7,123개교(69.3%, 유인경비학교 중 93.4%), 무인경비가 2,647개교(25.8%), 직접고용이 504개교(4.9%) 순으로 외부용역이 가장 많다. 직접고용 비율은 현재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학교비정규직 중 이렇게 외부용역이 많은 직종은 야간당직기사와 학교청소실무원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외부용역업체들 중 이른바 사회적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의 사회적 기업들은 종종 퇴직교장 등이 관계된 경우가 많고 학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교육청은 현재 청소, 야간당직 직종에 대해서는 학교에 용역업체와의 계약과정 등을 안내하며 이러한 용역파견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개별학교 또한 이해관계가 맞는데 각종 노사분쟁 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파견에 의해 학교에서 근무하는 야간당직기사들의 권리가 바닥을 치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로도 몇몇 상담전화가 걸려왔지만 한탄만 쏟아낼 뿐 노동조합에 섣불리 가입하지 못한다. 외부용역업체에 소속되어 해고의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감 직고용으로 일정정도 안전선을 확보한 학교비정규직과 비교해볼 때 훨씬 더 불안한 고용조건이다.


월 500시간의 노동시간 중 인정받는 시간은 고작 160시간

오랜시간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받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계약서에 1일 근로시간은 평균 5시간 정도이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 취침시간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는 당연히 주40시간 미만 근로자로 계약을 하여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려는 학교의 꼼수다. 따라서 결국 야간당직기사가 한달 500여시간을 일해서 받는 월급은 70~100만원 정도. 이러한 꼼수 속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라고 낸 지침은 학교에서 유명무실하다. 이 지침에서는 공공부문에서 맺는 용역업체와의 계약 조건으로 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추석이 두렵다

또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광복절 휴가보다 긴 5박6일 연속근무이다. 대체휴일이라는 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웃었지만 야간당직기사에게 대체휴일은 오히려 없었으면 하는 날이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 맞다. 하지만 교과서와 입시만 가르치는 것이 학교는 아니다. 학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그리고 그 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곳곳에서 땀흘리는 노동자들의 삶. 이 모든 것들이 또다른 교육이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중요한 교육이다. 어느 누구보다 야간당직기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심각성을 느껴야 할 곳이 학교와 교육당국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교육당국의 빠르고 책임있는 조치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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