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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22미터 아래로 추락한 노동자, 더 이상 죽이지마라

 

성동조선해양지회 노동안전보건부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첫 중대재해를 경험하고 나서 난 아직도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9일 점심시간에 1YARD 1선대 바닥에서 공정만회를 위해 점심식사도 거른 체 노동을 하다가 22m 높이의 호선 상갑판에서 추락한 ○○기업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우리는 현장 확인 후 선대 호선들을 작업중지를 요구했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의 전 호선 작업중지의 벽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사측은 공정을 핑계로 사고가 발생한 호선만 중지하자고 우리에게 요청해왔지만 당연히 그 요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오히려 사측이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빨리 열자는 요청이 있었고 그것은 빨리 정리하고 공정만회를 위해 일을 시키려는 의도로 보여 졌다.

사측은 과연 ○○○노동자가 그 높은 상갑판에서 떨어질 때 기분을 생각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노동자에게는 사랑하는 마누라와 재롱둥이 두 아들이 있는데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간다는 그 기분을 내가 생각해보니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이 글을 적고 있으면서도 눈시울이 적셔진다.

다음날 중식 추모 집회를 준비하다보니 문득 ○○○노동자 마지막 가시는 길에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내식당에 부탁해 집회 때 “○○○노동자여 울지 마시고 여기 점심식사를 가져왔으니 식사 하십시오“ 외쳤고 나는 조합원들 앞에서 큰절을 했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부장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못 지켰다는 죄책감에 고인과 유가족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난 이번 중식 추모 집회에서 나와 같은 시각으로 이번 중대재해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든 노동자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나는 이번을 계기로 한 번 더 느낀다.
우리가 노동조합이 생기고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회사도 이번을 계기로 많은 게 변해야한다.
우리가 과연 점심시간에 끼니를 거르며 일 할 정도로 바쁜지
우리가 과연 휴식시간도 보장 못 받을 정도로 바쁜지

 

그리고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사측에 요구를 했다.
“말로만 안전을 외치지 말고 현실에 맞는 안전을 생각하라 당장 휴게실을 들여다봐도 생산과 공정만 홍보만을 하고 있지 안전에 관한 홍보물은 없다.” 그래서 난 이야기 하고 싶다. 좀 현장을 직접 보고 관리자들이 챙겨야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다. 또한 중대재해 현장에서 떨어진 노동자보고 사신이 씌어서 떨어진 것 같다.라는 얼토당토 안한 말과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사측 대표가 나의 물음에 답한다. 사람이 죽어서 열리는 회의 자리에서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다 지키면 회사가 망하니 노동자가 알아서 조심해야한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난 그 말이 사람이 죽어서 발생되는 비용보다 법을 지키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더 비싸니 죽던 말든 알아서 조심해라는 말로 들린다. 지금은 생산 제일의 20세기 전이 아니다 어느 회사 어디를 가던 안전제일이 붙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니 슬프고 분통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많은 것을 바꿔나가야 된다는 것을 이번 재해를 계기로 느낀다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
앞으로 지회의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우리 노동자들의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열심히 투쟁해 나가야겠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여” 이제는 울지 마시고 편히 눈 감으십시오.
노동조합이 열심히 투쟁해서 현장을 바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