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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4월28일은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을 권리를 위해 

김병훈(마창 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 마산수출 자유지역의 철판을 자르는 일을 하던 노동자가 손가락 3개가 끊어 졌는데 회사 측은 두 달치 월급과 치료비 3만원을 주고 해고시켰다. 이 노동자는 병신이 된 것을 비관해서 자살했다. “손가락 하나에  1만원씩”이라는 우울한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김동현, “르뽀 근로자,” 「신동아」 1974. 11, 209쪽)

 

○ 1988년 7월 2일 온도계를 만드는 서울 영등포 공장에서 15세의 소년 노동자가 수은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소년 노동자는 하루에 11시간씩 압력계 커버의 신나 세척, 페인트칠, 온도계의 수은 주입작업을 해왔다. 열악한 작업 환경 때문에 병에 걸린 이 노동자는  1988년 4월 7일 노동부에 산재요양신청서를 냈지만 노동부는 10일 만에 산재요양신청서를 반려 하였다. 그러다가 이일이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6월말에야 요양승인이 나왔으나 승인 이틀 만에 노동자는 운명하고 말았다. 소년 노동자의 이름은 바로 '문송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권리를!!

1988년 '문송면' 소년 노동자의 죽음은 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놓았다. 이를 계기로 진보적 전문가와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죽음은 자본의 이윤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사회에 폭로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 할 권리'를 요구하면서 투쟁하기 시작했다. 
1990년 전국 산업재해 추방의 달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7월 산재추방의 달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후 7월이 되면 산업 재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사회화 시켜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2002년 이후 부터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시기를 옮겨 노동자 건강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4월을 맞이하였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과연 노동자는 건강한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은 여전히 건강하지 못한 채 작업을 하고 있으며, 위험에 내 몰리고 있다. 특히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2014년 한해 산업 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90,909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재해를 당하였으며, 1,85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사망을 하였다. 그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가 전체 사고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 사고는 전체 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그 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업주에 대해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대신 자율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사업주 스스로 안전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업주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여전히 파리 목숨쯤 보고 있는 것이다.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


우리 노동현장은 작업장이 아니라 인간 도살장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추락해서 죽고, 깔려서 죽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서 죽고, 제품에 맞아서 죽고 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에 더 이상 노동자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죽음으로 사업주의 이윤을 뽑아내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바꿔야 한다.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 즉, 노동자가 위험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