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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제 2의 탈리도 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 김병훈

1. 기적의 신약 탈리도 마이드의 비극

1950년 대 서독의 한 제약회사는 수면제를 개발하였다. 이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였다.인간에게 부작용이 없다고 하여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이 가능하였다. 당시 임산부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유는 입덧을 막아주는 탁월한 효과 때문이었다. 그 대단한 효과로 인해 회사의 수익이 급증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이 약물에 대해서 숨긴 사실이 있었는데 임상 결과 현기증과 말초 신경염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이 약을 시판하였고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 이를 철저히 은폐하였다. 그런데 1년 뒤 자기네 나라에서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기형아들은 공통적으로 손과 발이 짧거나 없는 소위 물개와 비슷했다. 이를 시작으로 서독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기형아들이 출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6개 국가에서 1만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이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 역학 조사가 진행되었고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바로 ‘탈리도 마이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 임신 후 6주 이전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면 100% 사지가 없거나 매우 짧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없거나 소실된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탈리도 마이드는 동물 실험에서는 부작용 없었고 약효도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서 회사측의 답변은 궁색했는데 즉, 1950년 대 동물 실험은 새끼를 가진 동물을 실험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탈리도 마이드의 부작용 사례가 17건밖에 보고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수면 효과가 사람에게는 있었지만 동물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FDA심사관이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사는 미국에 시판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심사관의 요구에 만족시키지 못했고 그 사이에 기형아 출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미국 판매에 실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탈리도 마이드는 당시 금지 약물로 처분을 받아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현재는 탈리도 마이드의 부작용을 이용한 한센병과 다발성 골수종을 치료하는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탈리도 마이드의 비극은 동물실험의 부정확성과 이윤을 중심으로 생각한 기업 탐욕의 문제 그리고 해당 정부의 안일함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남았다.

2. 생활 속 화학 제품의 위험성과 규제

이처럼 기업주들의 탐욕으로 인해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이용해서 약물과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 세제, 물티슈, 화장품, 치약 등등이다. 그런데 어떤 제품들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화학제품들의 안전성은 대부분 기업들의 양심에 맡겨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법률이나 제도를 통해서 규제를 하지만 그 규제도 허술해서 뒤늦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런데 그러한 규제는 사업주의 이익에 의해 상당히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각주:1]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엄격하게 생각한다면 약물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제품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즉, 미국의 탈리도마이드의 허가를 막은 심사관처럼 안전성 입증을 제대로 못하면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것처럼.

또한 외국에서 문제가 되어도 기업을 위해서 눈을 감는 경우도 있는데 2005년 감기약 파동 그것이다.
감기약으로 사용되었던 PPA(페닐프로필아민)은 안전한 감기약으로 알려져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이 판매되었다. 그리고 체중 조절 효과도 있어 체중 조절용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2000년 미국의 예일 대학교 역학조사에서 PPA가 콧속의 혈관뿐 아니라 뇌혈관도 수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뇌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미국은 PPA 생산과 유통을 금지시켰다. 그에 반해 미국의 금지 조치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PPA처방은 지속되었다. 미국 정부와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더 중시해서 규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감기약 파동이 있은 후 이 약물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정부는 규제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외국에서 문제가 되면 그제야 우리 나라에서 규제를 하는 경우도 문제다. 즉,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제대로 된 선제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탈크 사태도 마찬가지다. [각주:2]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많은 국민이 사용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일수록 더욱 더 국가는 엄격하게 관리를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되는 제품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약이나 물질들이 향후에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해서 부작용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규제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3.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2011년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영유아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사실상 과거 일처럼 남의 일처럼 여겨졌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현재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지금까지 은폐되었던 모든 일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고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즉,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의 뒤늦은 유해 판정이 있기까지 20개의 제품이 연간 60만개가 판매되었고,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수는 약 800만을 넘어 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현재 사망자도 210여명에 이르고 있다. [각주:3]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주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 올리고-(혹은 2-)에톡시에틸 구아니딘 (PGH)이고, 클로로메칠 이소티아졸리논(C/MIT)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주요 화학물질인 PGH, PHMG는 고분자물질, CMIT/MIT는 혼합물질 형태로 가습기살균제 외에도 포장재, 화장품 등에서 항균 및 방부기능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의 경우 호흡기 노출, 피부 노출 그리고 섭취에 의한 노출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각각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이 함께 이루어져 노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당 화학물질을 개발하였거나 해당 화학물질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들 화학제품의 노출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나 실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실험 결과에 따른 유해성 여부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고 있는 부분이다.

[그림] 가습기 살균제 피해제


어쨌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2011년 4월부터 폐 손상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자 정부는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을 실시하여 2012년 2월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최종 확인하였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동물흡입시험보고서에 따르면 “PHGM와 PGH는 반복흡입(90일) 시 저농도 노출에서 폐섬유화 관련 독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으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GLP시험기관을 통해 시험한 결과에서도 유독물 지정기준(LC50, 4시간 1.0mg/ℓ 이하)에 해당하는 흡입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미국 호흡기의학회 2014년 1월호에 등재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소아 간질성 폐질환’ 논문(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 등)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중지(’11.11)된 이후 새롭게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소아 피해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가습기살균제의 흡입이 폐 손상을 일으켰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당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내세워 사건 당시의 법률에 따르면 자사의 행위에 위법이 없다고 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은 “2000년부터 제품을 팔아왔지만 10여 년간 안전성 논란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실험 결과도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인체 유해성을 단언하기 어려우며 노출 농도도 너무 가혹했다. 제품 판매 당시 규제 기준이 없었으므로 위법 행위도 아니며 방향제나 홈매트 같은 제품도 유해한 성분을 지녔는데 판매가 허용됐다.”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제 2의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라고 해야 한다.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안일함이 불러 낸 명백한 살인 행위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는 단순히 그 피해자들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 비극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제품에 대한 안전성 규제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이 해당 당사자의 투쟁이 아니라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잘못이 만들어낸 사건으로 재 점화되어 사회적으로 기업 윤리와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화학 제품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기업 규제와 감시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힘을!!

  1.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의 경우를 한번 보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화평법을 두고 악마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악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재계는 '망국법'이라고 했다. [본문으로]
  2. 과거 탈크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온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적이 있는데 특히 탈크가 어린아이들이 쉽게 이용하는 ‘파우더’로 사용되고 있어 더욱 더 심각했다. 탈크 문제가 붉어지자 정부는 그제야 탈크 제품을 금지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본문으로]
  3. 이들 중 80% 이상이 레킷벤키저의 한국 지사인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을 사용했다. 환경tv뉴스.2015.6.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