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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을 확인하자

 

장안석 (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사업부장)

인천과 부천, 메탄올 쓰던 노동자 5명 실명 위기

핸드폰 전자 부품 중 알루미늄을 가공하는 공정에서 ‘메탄올’이 사용되고 있었다. 가공시 열을 식히고, 제품의 스크래치 방지를 위해 메탄올이 사용된다. 잘못된 마킹을 지우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메탄올은 무색의 알코올 냄새가 나며, 호흡기계나 시신경 손상, 태아 또는 생식능력에 손상, 중추신경계 억제를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다. 사실 메탄올의 대체물질이자 안전한 에탄올이 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에탄올이 메탄올보다 2.5배가 더 비싸다(1kg에 에탄올 1,200원 / 메탄올 500원)는 이유로 메탄올을 사용했던 것이다. 사업주에게는 700원의 가격 차이와 노동자의 눈의 가치가 같았던 것이다.

 

메탄올(메틸알코올)

- 초기 증상 : 심한 두통, 구역질, 두통, 무력감, 졸음, 시력장애,  현기증, 수면장애, 소화장애, 눈/ 피부 자극
- 증상 심화 : 실명, 사망                                                                   
- 표적장기 : 중추신경계, 눈, 호흡기계
- 특성 : 코를 찌르는 듯한 알코올 냄새가 나는 무색의 인화성 액체
- 용도 : 가공시 절삭제, 잘못된 마킹(인쇄) 부분 제거


 

우연히 밝혀진 메탄올 중독

1988년 15세의 소년이 병원에 후송됐다. 의사들은 감기 처방을 내렸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도 되지 않았다. 시름시름 앓아가는 소년을 지켜만 보던 가족들은 용한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했다. 수없이 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어느 의사 한 명도 소년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 소년은 수은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을 다녔고 공장에 다닌지 2개월만에 수은 중독에 걸렸던 것이다. 수은 중독 진단을 내리고 얼마되지 않아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그 소년은 눈을 감았다.
메탄올에 노출된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갔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귀가했다. 다음날 다시 출근해서 일하는 중에 갑자기 눈이 안 보여서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다행이도 그 대학병원에는 ‘직업병’을 생각하는 의사가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지만, 확인 할 수 없었다. 메탄올에 노출된 노동자는 의식도 없었고 갑자기 눈이 안보여 심리적으로 충격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 의사는 직업병임을 확신하고 노동부 등에 연락해서 메탄올 물질을 확인하고 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건강진단을 실시하여, 3명의 메탄올 중독 노동자를 더 찾을 수 있었다.
직업병을 의심하는 의사가 대부분의 병원에는 없다. 그래서 통상 노동자가 시신경 장애로 병원에 후송됐으면, ‘원인 불명 시신경 장애’ 진단을 받고 일터의 원인물질은 밝혀지지 않는게 현실이다. 병원도 믿을 수 없고 사업주는 더더욱 못 믿는다. 노동자에게 나타나는 몸의 증상들의 원인은 노동자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을 확인하자


현장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쓰인다. 잘못된 도장이나 마킹을 지우는 리무버, 도금이나 도색하기 전 세척제, 가공할 때 쓰이는 절삭유나 기계가공유, 본드, 도료를 얇게 펴주는 경화제(신너), 녹쓸지 말라고 뿌리는 방청유, 사출기계 등 금형에 뿌리는 이형제 등등 수없이 많다.
첫번째, 덜어 쓰는 용기 말고 원통을 살펴보자. 원통엔 제품명이나 화학물질 성분명이 씌여있다. 또한 X 표시나 해골표시 등 경고표시 등이 그려져 있다.
두번째, 원통에 적힌 판매업체(유통업체)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요구하자. 화학물질을 판매할 때는 반드시, 해당 물질의 정보가 담긴 자료를 같이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회사에게 요청하기 어려우니, 판매업체에게 요구하자.
세번째,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명시된 ‘성분명’, ‘유해위험성 정보’, ‘독성 정보’, ‘응급상황 대응 방법’ 등을 숙지하자.
네번째, 사업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곳은 각 지역에 있는 ‘권리찾기 사업단’에게 신고하자. 각 화학물질에 따라, 사업주가 취해야 할 예방 의무가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작업환경측정(얼마나 노출되는지), 특수건강진단 (혹시 화학물질에 의한 증상들이 없는지)을 실시해야 하고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비를 밀폐하거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