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현수막 (배경그림은 수출자유지역 후문)
-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
‘아~아~! 담담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1980년대 후반, 마산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당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은 1970년 공단이 가동된 이후로 외화벌이를 통한 수출의 주역으로 국내와 지역 경제에 큰 몫을 담당했다.
86년 대국민항쟁 이후, 현장마다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존권에 대한 요구들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외자기업이 수출 침체기를 맞으면서 정권과 기업은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원과 물량반출을 시도하고, 휴업과 폐업을 통해 자본을 동남아시아로 옮겨 가면서 노동조합을 길들이거나 죽이기에 나섰다.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은 감원과 자본 철수를 반대하며 싸움은 확대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싸움은 공장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87년 이후 투쟁했던 사업장 중에서 한국TC전자, 동경전자, 한국 중천, 한국 웨스트 전기, 한국스타, 한국 소니전자, 태양유전등 10여개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배 노동자에게서 지나간 투쟁의 치열했던 역사를 듣고, 재미와 눈물의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로 들으면서 후배들과 현재를 소통하고 연대하는 ‘여성노동자, 살아있는 역사들!!’ 언니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첫시간은 TC전자의 ‘이연실 언니’였다.
16살 겨울부터 한일합섬에서 일했던 언니는 1987년,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있는 한국TC전자로 옮겨 노조활동을 했고 언니는 사측에서 동원한 구사대(救社隊)의 폭행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아기 못 낳게 자궁을 수박처럼 쪼개라', '시집도 못 가게 얼굴에 문신을 새겨라'고 외치며 여성노동자들을 무참히 짓밟았지만 언니는 노조 인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저항했다.
또한 회사의 위장폐업철회 등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는데 당시 농성장에 있던 언니들 50명보다 10배나 되는 공권력이 투입됐고, 10명이 경찰에게 붙잡혀 2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2심에서 풀렸고 노조위원장은 1년 6개월, 연실이 언니는 1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렇듯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맞서는 노조의 투쟁이야기부터 일터에서의 경험들, 언니의 어린시절과 현재를 살고 있는 이야기 등 전반적인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며 언니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언니들에게 듣는다’는 인터뷰의 형식을 구술작업으로 풀어서 올 해 하반기 정도에 소책자를 발간하고 다듬고 보완해서 내년 쯤에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던 여성노동자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첫 작업이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현장과 투쟁의 현실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현재의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반추 해 보면서 지금도 일하고 있는 언니들이 노동의 보람과 힘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여공의 아들"
너 어찌 그리도 잘 생겼니
힘차게 젖을 빠는
눈동자가 맑은 너는 질경이같은 이 땅 여공의 아들
너를 가지기전
네 어미의 자궁은 모진 수난을 당했단다
쌍팔년도 올림픽의 부푼꿈이
못가진자의 고혈로 포장되어
7월 하늘에 선진조국 미끼로 뿌려질때
한국TC전자 노조 발기인이라는
합법적인 죄로 네 어미는 짐승같은
군화발에 짓밟혔구나
복막염 수술 봉합실이 터지도록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쇠파이프에 까무러쳤구나
약물에 중독된 짐승들은 외쳤다
"빨갱이년의 씨가 자라지 못하게 자궁을 수박처럼 쪼개버려"
사지가 벌벌 떨리는 성폭행의 폭로로
TC노조는 바로 서게 되었구나
. . . . . . .
. . . . . . .
90년 9월 안동교도소에서 연시리가 (연시리 인터뷰 중)
당시, TC전자 투쟁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그린 그림을 보고 설명하고 있는 이연실 언니.
동경전자 언니들의 이야기! 이날은 4명의 언니가 쏟아내는 이야기로 풍성한 인터뷰였어요. | 소니전자의 하영란 언니 언니의 넘치는 에너지는 옛날부터~ 쭈~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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