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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노동일기

 

 

글 (고구마)

 

노동운동을 하게 되면서 항상 내 마음에는 한 구석이 불편했다.

나는 진정으로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면서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걸까? 아니 너무나도 궁금했다. 노동이란 게 무엇인지 노동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나는 교차로 신문에서 제일 가까운 S중공업 사내하청에 연락을 했고 면접을 봤다. 2016년 4월 19일부터 7월 31일까지 약 3개월 반 동안 일을 하기로 했다.
3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 주야하면서 생활 패턴이 다망가지고 일도 너무 힘들어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았다. 3개월 동안의 노동이야기를 얘기하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들어간 회사는 S중공업 내의 사내하청이다. 만드는 물건은 자동차 엔진을 담는 엔진룸과 타이어 스프링 등 전문적인 용어는 잘 모르고 대칭 엔진을 담는 모듈을 만들었다.
그 곳은 자동차부품 회사여서 자동차 원청사의 시간표대로 같이 움직였다.
면접 후 다음날 첫 출근 때 새벽공기를 마시며 출근을 하고 처음으로 공장안에 들어갔다.
2층의 작업장 위로 올라갔을 때 라인에 맞춰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상당히 위압적이었고,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그렇게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일을 알려 준 형님이 있는데 처음에는 친절히 잘 알려 주더니 나중에는 나를 3개월 동안 매우 심하게 갈구고 갈구고 갈군 사람이 된다.

공장일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잔뜩 긴장하고 알려 주는 대로 조금씩 했다. 일은 많이 단순했다. 단순은 한데 처음 해 보는거라 감이 잘 안 왔다. 베테랑 형님들 속에서 일을 하는데 내가 손이 제일 느리고 불량도 많이 내서 괜히 미안했다. 처음에는 마스크도 안 끼고 귀마개도 안하고 시간은 안가고, 시끄럽고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첫 퇴근을 했을 때 내가 3개월 동안 이 일을 버틴다면 3개월 뒤에는 난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주간 1주일은 힘들게 공장에 가서 일을 했다. 일이 정말 힘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 주에는 야간이었다.
야간작업은 한번 해보고도 싶었고, 두려움도 많았다. 근데 야간을 했을 때 정말 죽는 줄 알았다.12시쯤 되어가면서 계속 눈은 감기지 일은 1시 50분까지 더 해야 되니 엄청 피곤한데 일을 하는 게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몸의 생체시계가 완전히 주야 패턴으로 바뀌지 않았을 때 까지는 야간주의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또 야간을 하면서 책 토론이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어서 외로움도 엄청 컸다.

처음 1달 동안은 내 몸을 억지로 공장에 끼워 맞추는 때였다. 주야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고, 공장과 공장 밖의 삶의 거리도 좁혀나가야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3개월 어찌 버티나 싶었다.
그렇게 2달째가 되었다. 일하는 것이 어느 정도 손에 잡히기는 했는데 무거운 짐을 계속 옮기는 것과 앞에서 계속 빨리하라고 보채니 계속 스트레스였다.
몸이 주야를 계속하다보니 주간 때에는 잘 시간에 잠이 안 오고, 야간 때에도 마찬가지라 엄청 괴로웠다. 잘 때 자야 일할 때 덜 힘든데 잘 때 못자니 밥 먹고 난 후나 졸릴 때에는 자면서 일할정도가 되어서 불량도 많이 내고 아주 힘들었다.

6~7월이 되니 날이 많이 더워졌다. 그래서 공장안도 많이 더웠다. 하복을 지급 받기 전에 긴팔에 입고 할 때는 정말 더워서 땀이 비처럼 내렸다. 나중에 선풍기가 와서야 겨우 살만해졌다.2개월째는 1달만 더 버티자 1달만 더 버티자 하고 억지로 참고 참았다. 이때까지 계속 야근이 끝나면 편의점에서 뭘 사먹는 등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어서 살도 엄청 쪘다.
 

사내하청이란게 얼마나 나쁜지 먹는 것에서도 하청을 차별했다. 자동차 원청사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다 보니 정규직들 시간표와 달라서 점심시간이 달랐다. 그래서 식당안에는 한식 양식 분식이 있었는데 우리는 한식밖에 못 먹었다. 분식이나 양식 등은 못 먹게 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정말 컸고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

1달이 남게 되었을 때 야간을 2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 최악의 1달을 보내게 됬다. 신체검사 날짜가 7월 13일 날에 있었는데 그 주는 주간 주였다. 그래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월차를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3~4일전에 얘기 했는데도 1주일 전에 얘기하라며 바꿔줄 사람이 없다고 안 된다고 관리자가 얘기했다. 못 빼주니 야간을 2주 연속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항의했지만 안된다고 해서 얼마 안 남았으니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2주 연속 야간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그때는 혼이 나갔었다. 집으로 오면서 왜 사는지 자살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 2주후에 주간 1주를 마지막으로 일을 끝냈다. 일을 끝낼 때 인사 한 번하고 헤어지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이상했다.
그렇게 3개월간 일을 하면서 노동환경의 열악함과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느꼈다.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꼈고 특히 비정규직, 사내하청은 더 더욱 삶이 비참하다는 것을 배웠다.

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토요 특근 때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가던 중 넘어져서 발을 다쳤다. 그래서 회사에 전화하여 못가겠다 했는데 많이 안 다쳤으면 회사에 오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못갈 것 같다고 했는데도 회사에 오라고 해서 억지 억지로 갔다. 그렇게 두 타임을 쩔뚝거리면서 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갔다. 이런 자신이 웃기기도 하지만 혼자는 힘이 없다. 혼자로서는 회사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뭉쳐서 싸워야 회사에 맞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