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가학적 노무관리를 중단시키자.
유성기업 노동자 고 한광호 씨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11차례 고소당하고, 8번 경찰 조사를 받고, 세 번째 징계를 앞두고 자살한지 200일이 넘었다. 2016년 10월 18일 발표된, 고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뒤늦긴 했지만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 하고 있는 고인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인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한 판정 결과에 환영을 표할 수만은 없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수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건 발생 1주전의 사실조사 출석요구서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아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전히 수많은 고인의 동료들이 계속해서 노조 활동으로 인한 괴롭힘을 당하고, 갈등에 노출돼 있으며, 노조 파괴의 뒷배를 봐준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숙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기업에서 이제 7명의 노동자가 정신질환으로 산재 판정을 받았다. 함께 괴롭힘을 당했고, 함께 징계를 받고, 이제는 그로 인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다른 조합원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할지 우리는 겨우 짐작해볼 뿐이다. 더 이상의 비극이 없으려면,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가학적 노무관리가 중단되어야 하며, 책임자들에게는 응분의 대가가,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노동부는 이번 판정을 계기로, 노동부 명령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임시건강진단을 조속히 실시하여야 한다.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처와 그 원인을 확인하고, 즉각적인 중재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치료나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를 중단시키고 조합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인 동시에, 이후 이런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법부는 회사의 가학적 노무관리가 노동자들을 정신질환과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이번 판정의 의미를 숙고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 단체 행동의 권리를 행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주장한 것에 대한 극단적인 탄압으로 노동자들의 정신과 신체가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미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미 늦은 조치들이 더 늦지 않기를 바란다.
2016년 10월 19일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연구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사회진보연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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