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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여러분을 꼭 끌어올리겠습니다


※ 4월 16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67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준비한 '세월호 참사 2추기 창원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서에서 낭독된 편지글을 동영상과 함께 싣는다. <필통>


이 효 정 (알바노동자)

편지를 쓰기 위해 몇 번을 고치고, 다시 쓰고, 끊임없이 고민했는데도 어렵기만 합니다. 미수습자들을 위해서 또래로서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 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듣고 어떤 얘길 하면 적절할까 너무 고민이 됐습니다. 사실 “마음이 아프다, 얘들아 미안해, 잊지 않을게” 이런 얘긴 여지껏 우리가 너무 많이도 해왔습니다. 충격적 4월의 날들을 거쳐 서로 별로 다르지 않게 살아온 우리는 가슴 한켠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부채감에 짓눌려 하루하루 견뎌왔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고 길어지니 망각은커녕 무기력이란 짐이 저를 더욱 잔인하게 짓눌러오고 있기까지 합니다. 

속이 많이 상합니다. 특별히 아직까지 배에서 올라오지 못한 9명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그리고 304명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걸 외면하는 정부, 언론, 공권력도, 그리고도 그것들을 바꿔내지 못하는 저의 오늘의 모습에 저는 참 많이도 속이 썩고 있었습니다. 아직 배안에 있는 여러분을 당장이라도 꺼내 올리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진실을 끌어안고 싶습니다. 그래야 가족분들이 치유 될 것이고 그래야 그걸 목도한 우리가, 내가 치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저물어진 지 2년이 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나, 내가 왜 이 일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가, 왜 내가 슬퍼하고 왜 내가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걸까. 물론 당신들의 아픔에 그 부조리함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런 마음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9명이 돌아오지 못한 이 충격적인 사회에서 살아야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회를 살아가야 할 것은 나였기 때문에,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의 안전을 바라기 때문에 나는 이 '세월호 운동'에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만약에 세월호 참사를 겪지 않았으면 저와 같이 이제 스무살이 되었겠죠. 더러는 대학을 갔을 거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고, 저처럼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요, 일을 시작하니까 가족분들이 왜 그렇게 안전을 외쳤는지, 세월호 운동이 왜 그렇게 인권을 외쳤는지, 노동자들은, 장애인들은, 소수자들은 왜 싸웠는지 더 알 것 같습니다. 세월호 운동이 그렇게 가족분들이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외쳤던 말들, 느꼈던 것들, 그것들은 내가 일상에서 겪는 부조리들―뭐라고 한 마디도 못하고 힘들게 일하는 그것과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톱니바퀴에 맞물려서 서로 다른 위치에서 터져 나온 것뿐이었습니다.

예은이 아버지 유경근 대변인이 1년, 2년, 10년, 20년을 보고 싸워야 할 문제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당장이라도 여러분들을 배에서 끌어올리고, 당장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또 마음이 많이 아프고 절망이 될 때도 있지만, 그 길이 어렵다고 해서 우리가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오래 걸려도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어렵지만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역사를 보면 결국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바뀌었으니까요. 9명의 여러분들이, 또 304명의 여러분들이 이 장면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그 길에 함께 할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언제가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여러분들을 꼭 끌어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