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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아홉 더하기 이백구십오

이김춘택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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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된다. 창원에서는 6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세월호 참사 2주기 창원추모위원회'를 꾸리고 이번 주를 추모주간으로 정해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일은 오후 1시부터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전시 및 체험 행사와 추모문화제가 개최된다. 경남 18개 시군 중 14개 시군에서도 추모행사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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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295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고 알고 있고 흔히 그렇게 이야기한다. 지난 1월에 은화 어머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은화 어머님을 만난 뒤부터 나의 생각은 "세월호 참사로 9+295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9+295". 앞의 아홉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730일째 맹골수도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는 미수습자의 숫자다.

은화 어머님과는 진도 팽목항에서 처음 만났다. 전국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활동을 열심히 해온 '리멤버0416'이 주최한 행사가 끝나고서 함께 둘러앉은 늦은 밤 간담회 자리였다. 은화 어머님은 작정한 듯 가슴에 맺힌 말들을 오래 쏟아냈다. 아홉 명 미수습자들을 다른 희생자들과 같이 대하지 말아달라고, 이백구십오 명 희생자 가족들도 많이 힘들고 아프겠지만 아홉 명 미수습자의 가족의 처지와 아픔은 그것과 같을 수가 없다고, 우리도 정말 희생자 가족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진상규명도 필요하고 책임자 처벌도 해야 하고 인권선언도 중요하고 안전사회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세월호를 하루빨리 인양해 수습되지 않은 아홉 명을 찾는 일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호소했다.

( 사진 = facttv.kr )


결이 다른 아픔

은화 어머님의 이야기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촛불문화제 할 때면 미수습자 아홉 명이 인쇄된 현수막을 걸어 놓았었다. 하지만 그 현수막은 단지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좀 더 끌려는 것이었을 뿐, 정작 미수습자 가족의 아픔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아홉 명의 이름이 무엇이고 그들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슬픔과 아픔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잊지 말자", "진상을 규명하자"는 껍데기만 붙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곁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한데 뭉뚱그릴 수 없는 여러 가지 '결이 다른 아픔'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결이 다른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첫걸음이었다.

은화 어머님을 만난 뒤로 나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9 + 295" 명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할 때 항상 가장 먼저 아홉 명 미수습자들을 떠올렸다.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보면서도, 4.16인권선언을 토론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면서도 나의 '마음속 우선순위'는 아홉 명 미수습자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할 때도 여러 가지 일 중에 미수습자를 알리는 부스를 맡았고 추모문화제 때는 은화 어머님을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내일, 은화 어머님은 팽목항에 계실 거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마음을 갖고 안산과 서울에서 함께 모일 때,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팽목항이겠구나"라는 뒤늦은 생각에 또 가슴이 아려온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이영숙, 권재근, 권혁규. 아홉 명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길 바란다. '아홉'이 '이백구십오'와 같아져 '삼백사' 개의 온전한 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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