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

생탁·택시 고공농성이야기

 

천연옥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2015년 4월 16일 새벽,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부산합동양조(생탁) 현장위원회 송복남 동지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한남교통분회 심정보 동지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오늘로 93일째이다. 


서로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가 공동투쟁에 나선 이유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해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사업주와 생탁 사업주 모두 소수노조의 활동을 불인정하고, 노조파괴 행위로 일관해왔고, 또한 부산고용노동부와 시청은 파업파괴·민주노조 파괴행위,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부가세경감분 부당사용, 전액관리제 위반 등 사업주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었지만 수수방관해왔다.
두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업장 앞, 시청, 노동청 등에서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벼랑 끝에 선 두 사업장의 노동자는 땅에 발을 딛고 있지만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이 사회에 항의하며 제대로 몸을 뉘일 수도 없는 시청 앞 전광판 고공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두 노동자는 “고공농성에 돌입하며”라는 글에서 “우리는 택시와 생탁이라는 이름을 벗고 노동자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어깨 걸고 하늘을 향합니다. 시민의 발이 되어 운전대를 잡아야 할 택시노동자와 부산시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탁노동자가 “민주노조의 노동3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요구를 걸고 하늘로 향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몸에 불을 당겼던 전태일의 시대는 근 반세기가 지난 2015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작금의 현실을 변화시킬 다른 방법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력화된 파업권과 교섭권을 되찾아오는 날, 법이 판결한 대로 민주노조가 가져야 할 권리를 찾게 되는 날,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밟을 것입니다. 민주노조의 노동3권 보장하라! 복수노조를 빌미로 한 파업파괴, 노조파괴 중단하라!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자신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고공농성 22일차였던 지난 5월 7일, 생탁 조합원인 진덕진 동지가 장기적인 투쟁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고 진덕진 동지 사망 관련 부산고용노동부 항의투쟁에 밤늦게까지 함께 하곤 했던 택시지부 전 부산지회장 최충환 동지가 다음 날 새벽 심장마비로 운명하셨다.  두 동지 모두 사인이 심장마비라고는 하나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벼랑끝으로, 죽음으로 내모는 이 사회가 자행한 사회적 타살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하여 6월 6일 생탁-택시 희망버스는 “사회적 타살을 멈춰라!”, "노동기본권 보장하라!"라는 기조로 전국의 동지들의 연대를 호소했고, 메르스로 여러 집회 등이 취소되는 가운데에서도 천 여명의 대오가 희망버스에 함께 했다.

부산의 대표 막걸리로 알려진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는 1970년 부산에 흩어져 있던 양조장 43곳이 모여 합자회사 형태로 만들어졌다. 연산제조장(사장 15명, 노동자 60명), 장림제조장(사장 25명, 노동자 60명)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곳은 장림제조장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 생탁의 노동조건은 주 5일제는 고사하고 월 1회 휴무를 실시, 일요일에도 근무하였지만 특근수당은 고사하고 고구마와 삶은 계란으로 식사를 대신하였다. 연차휴가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당연히 연차수당도 받아보지 못했다. 정년이 만 55세인 생탁에서 20~30년간 일한 노동자들 대부분(70% 이상)이 월 130~200만원 정도를 받는 촉탁계약직이다. 매년마다 계약해지 협박을 받으면서 정당한 요구를 하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해 왔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대비되게 부산합동양조는 장림제조장만 해도 연 매출 200억에 이르며 그 중 70억 원을 사장 25명이 배당금으로 챙겨왔다. 사장 1인당 매월 2천만원 이상을 챙겨가고 있다. 2014년 1월 16일에 45명의 노동자들은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 2월 초에 교섭을 시작하였다. 노동조합은 지노위 5차 조정을 거치고 4월 29일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파업 2일차인 4월 30일 2명 탈퇴, 5월 4일에서 6일 사이에 5명 탈퇴, 5월 9일 현장대표와 23명이 탈퇴하여 현장에 복귀하였고, 이후 그들은 한국노총에 가입, 복수노조를 만들었다.
노동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에도 솜방망이 처벌,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도 요리조리 피해가던 사측은 조합원 10명에게 명예훼손,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1억 2천5백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하였다.
시민대책위는 집단민원 소송 캠페인을 벌이며 대응했고, 일반노조는 2차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하였다.
전액관리제 쟁취, 부가세 경감분 환수, 노조활동 보장 및 노조사무실 제공을 요구하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이 부산시청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오늘(6. 22. 현재)로 68일째가 되었다. 그러나 부산시청은 법에 명시된 전액관리제 시행 책임을 방기하고 있고 심지어 부가세 경감분 부당사용에 대하여 환수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부가세경감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사용자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2013년 10월 24일 한남교통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에 가입 (분회장-안금옥, 현재 조합원 29명)하여, 2013. 10 ~ 2014. 06. 사측의 노조 사무실 제공 거부로 사외 임시 사무실에서 조합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용노조와 차별적 노조사무실 제공은 공정대표의무위반이다’ 라는 지노위, 중노위의 판결이 확정되었지만 어용노조와 사측은 다수노조만 사무실을 제공한다고 단협을 개정해버렸다. 2014년 4월 부산시청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한남교통 노조탄압 분쇄 주간집회(매주 월요일), 2014년 6월 회사 앞 주차장 천막농성 시작, 노동부, 시청 출근투쟁, 매주 월요일 집중집회를 심정보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돌입하기까지 계속해서 진행해왔다.
고공농성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매일 시청후문 출근투쟁을 하고,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생탁·택시 고공농성 투쟁문화제를 지역의 연대단위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택시는 부산시에 대해서 “부산시 법인택시 96개사 전액관리제 처벌하라. 부산시 법인택시 96개사 2014년 부가세경감분 부당사용금원 환수하라. 부산광역시청은 고공농성자 심정보, 송복남에게 농성관련 민·형사적 책임을 취하, 처벌불원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청에 대해서 “부산시 법인택시 96개사 최저임금법 위반 처벌하라” 그리고 부산진구세무서에 대해서 “한남교통주식회사와 해동택시주식회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실시하라”라는 요구사항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생탁 파업 445일,
노동청 노숙농성 186일,
고공농성 93일.
그리고 2013년부터 시작된 택시노동자들의 투쟁.

숫자를 헤아리기도 숨가쁜 나날이다. 생탁·택시 고공농성 부산시민대책위와 대책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양심적인 시민과 단체들은 점심식사 반찬연대, 야간당직 서기, 투쟁기금 전달, 매일 저녁 투쟁문화제 참석 등 눈물겨운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꿈같이 느껴졌던 희망버스 재정도 후원금, 손수건과 물병 판매, 후원주점, 연대까페 운영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부산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이 고공농성장을 지원방문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는 할매들이, 제주도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활동가들이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에 찾아와서 힘내라고 한다. 송경동, 정진우, 박래군의 재판을 계기로 문화예술인들이 예술버스를 타고 부산 시청 앞 고공농성장에 다녀갔다.
장그래대행진단의 부산일정에도 시청 고공농성장 방문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생탁과 택시의 악질사업주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2차 희망버스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