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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이주노조 10년 만의 설립신고 합법화 판결


 

정영섭(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

6월 25일 대법원에서는 무슨 일이?

2015년 6월 25일 오후 2시 대법원 재판정에 일군의 이주노동자들이 등장하였다. 이주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사건번호 ‘2007두4995’의 판결을 방청하러 온 것이다. 이날 판결 예정된 4건 중 마지막 판결이라 앞의 사건판결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채로 초조함 속에 기다리다 드디어 양승태 대법원장이 판결 내용을 읽으며 ‘상고 기각’이라고 했을 때 기쁨의 탄식과 눈물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법관 13명 중 12명의 다수 의견으로, 노동부의 이주노조 설립 신고 반려 건에 대한 소송에서 이주노조가 드디어 승리한 것이다! 방청을 마치고 나오면서 일행들은 만세도 부르고 기쁨의 인사를 나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조결성권 인정”이라는 판결에 그 어느 때보다 기자들도 많이 와서 취재를 해 갔다. 이틀 전인 23일, 선고기일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고 과연 이주노조가 합법화 판결이 나올 것인지 불안하기도 했는데 “웬일로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다 내리냐”,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는 등의 얘기들이 오갔다.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의 평등과 노동권 쟁취를 위해 더 싸워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문 부위원장과 나즈물 사무국장은 눈물을 터뜨리며 “지금까지 이주노조 활동 속에서 무수히 강제 단속추방을 당하며 희생한 동지들 덕분이다.”고 했다.

10년 만의 노조 설립 판결

 대법원 판결의 내용의 핵심은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러한 근로자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보도자료)
이 지극히 당연한, 국제법적으로나 헌법과 국내법으로 보아도 상식적인 판결을 대법원은 8년 4개월 만에 내렸다. 2005년 5월에 소송을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은 사건이다. 그러니 어찌 감격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판결을 들으면서 필자도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치면서 추방된 동지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평등노조 이주지부를 이끌며 명동성당 농성투쟁 과정에서 체포되어 추방당한 샤말 타파 지부장, 폭력적으로 단속되어 보호소에서 1년을 감금되어 있었던 초대 위원장 아느와르 후세인, 한날 한시에 표적단속 당한 까지만 까풍 위원장, 라주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 이후 다시금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되었는데 한 달 만에 표적단속 된 토르너 림부, 압두스 소부르, 고용허가제 합법비자를 갖고 있었음에도 허위취업이라는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비자를 취소당한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 그리고 간부로서 조합원으로서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수 많은 동지들... 그 동지들에게 이 판결이 자그마한 위안이 되면 좋겠다. 페이스북에 올리니 동지들의 댓글이 답지했다.
“Congratulations dongjis!!!(동지들 축하합니다)”(미셸),
“It's great achievement. Congratulations MTU
 (커다란 성과입니다. 축하합니다, 이주노조)”(까지만),
“Congratulations dongji long live MTU. 2jeng 2jeng!
 (동지들 축하합니다. 이주노조 영원하라. 투쟁! 투쟁!”(라주),
“It is a collective result. Long live MTU long live Solidarity
 (집단적인 성과입니다. 이주노조 그리고 연대여 영원하라)”(마숨),
“dream comes true!(꿈은 이루어진다)”(토르너),
“Congratulation to MTU, KCTU n all Migrant Workers in Korea. Its great achievement and victory of long struggle.(이주노조, 민주노총 그리고 모든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축하드립니다. 오랜 투쟁의 커다란 성과이자 승리입니다)”(샤말)

이렇듯 이 동지들은 여전히 본국에서도 민주노총과 이주노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의미와 과제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하지만, 8년 넘게 소송을 질질 끈 ‘직무유기’는 당연히 준엄하게 규탄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직무유기하는 와중에 법무부는 거의 모든 이주노조 간부들을 강제 단속했고, 단속의 법적 정당성을 따지기도 전에 추방해버리고 입국을 금지했다. 대법원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다.
이번 판결은 비자가 없는 소위 불법체류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 입장은 취업자격 없는 이주노동자는 미래의 노동조건 개선의 이익을 향유할 수 없는 추방 대상이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주노조를 10년 내내 ‘불법외국인노조’로 공격하였다. 이번 판결로 이러한 논리가 무너진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물론 노조 설립이 인정되었다고 해서, 인터넷 댓글 등에서 ‘불법체류자 다 합법화 하는거냐’는 악플들이 오해(?)하는 것과 같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인권적 강제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합법화는 앞으로도 계속 싸워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이주노조는 이제 합법화된 상황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판결이 이주노조 주체들에게 성취감과 자부심을 안겨주었고 조직화 확대를 위한 동기를 더 부여해주었기에, 앞으로 노조활동 활성화와 단체교섭 등을 시도하는 것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 사회운동 진영의 연대와 지원이 실질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주노조 뿐만 아니라 금속, 건설 등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고 있는 분야의 노조도 조합원 조직화와 이주노동자 주체 육성 등에 더 나서야 할 것이다.

 


 "2005년 4월 24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창립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대법원은 이주노조 설립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봐도 당연한 판결입니다. 한편으로는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함께 연대를 해서 투쟁해 왔던 성과이기도 합니다."

또뚜야 (황금빛살 미얀마공동체 부대표)

 "저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입니다. 한국 온지 2년 되었습니다. 실제로 노동조합이란 단어를 많이 들어봤지만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그가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이제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도 법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노동조합에 대해 많은 것들을 궁금해집니다. 한국 온지 얼마 안 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이주노조와 관련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웅바 (버마 이주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