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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조선소 사회적 통제와 '마창노련' '거통고'

 

 민병욱(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조합원)


지난 2월 15일 오후 6시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재명) 3층 강당에서 '경남지역 공단·비정규조직화 사업 현황과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말석에 앉아 공부 삼아 들으면서도 '내일 어떻게 기사 쓰지?' 고민이 됐다. 아닌 게 아니라 발표자만 6명이었다. 발표에 이어 질문과 답변까지 3시간 남짓 진행됐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정책홍보팀장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조선소를 사회적 통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큰 기업이 넘어질 때마다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반면 세금 투입으로 되살아난 기업은 경기가 살아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윤은 자기들 호주머니로 챙긴다. 그야말로 '이윤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인 셈이다. 지역에 대한 공헌은 말 그대로 '새 발의 피'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온갖 세금과 지원은 시민들한테 다 받아놓고, 경영적인 판단은 한 줌도 안 되는, 재벌 총수 등만 한다. 오판이라도 하는 날엔 기업이 문을 닫는 건 한순간이요, 지역 자체가 뿌리째 흔들린다.

 

거제·통영·고성 지역만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크고 작은 조선소에 약 9만 명이 고용돼 있다. 이들 조선소가 다 문을 닫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팀장은 "조선소와 같은 거대한 기업체는 단지 법적 권리를 갖는 주주, 특히 소수 재벌총수 것이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 것이다. 노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집단과 조직이 힘을 합쳐 사회적 통제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이 팀장에게 "(사회적 통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사회적 통제라고 해서 거창한 걸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기업들이 경영을 할 때 적어도 지역사회 눈치를 보거나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 팀장은 노동조합이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역을 바탕으로 활동할 때 연대와 계급성은 구현될 수 있다. 지역 모든 민주노조와 함께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조합, 산별노조 정신이자 지향이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창립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동성, 이하 거통고)가 노조 문턱을 없애고자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언급했다. 아이디어는 지난 2011년 발행된 책 〈일본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기노시타 쓰고 임영일 옮김)에서 얻었다고 했다. (맞죠? ^_^;)

 

"첫 번째, 지역 정규직 노동자나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모두 지회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두 번째 조합원 가입은 아니더라도 운영위원회에 정규직 노동자나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참여 보장, 세 번째 연대위원회를 둬 정규직 노동자,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우선은 세 번째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마창노련'이 생각났다. 종종 술자리에서 '마창노련' 이야기를 듣는다. "그때는 회사 안에서도 치열하게 싸웠지만, 다른 조직이 투쟁하거나 힘들면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마창노련 정신은 연대다, 연대!" 마창노련은 1987년 12월 14일 창립해 1995년 12월 16일 해산한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 줄임말이다.

거통고가 마창노련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출발은 일단 조합원 36명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기록 차원에서 남겨둔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영남 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 운영위원, 신상길 녹산노동자희망찾기 집행위원장, 진환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사무장, 이보은 웅상지역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본부 사무국장, 김종하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노동건강연대사업단 운영위원장 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경남지역을 비롯한 광주, 부산 등 조직가와 활동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뒤풀이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 쪽이나 정규직 노조 쪽에서 조금 더 토론회에 많이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다들 아쉬워했다.



※군더더기: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2월 17일 자 4면 '기업 위기관리에 노조·지역사회 나서야'와 24일 자 11면 [오거리]'마창노련'과 '거통고'를 참고로 내용을 더 하거나 뺐음을 알려드린다. 아, 그리고 2017년 1월 16일부터 창원중부경찰서(노동 등) 맡고 있다. 각종 제보, 보도자료, 구독신청 등등 대환영! 010-5159-9102.  이메일 min@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