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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한국지엠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은

(사진=오마이뉴스)





대법원은 지난 6월 10일 한국지엠창원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5명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해 이들이 한국지엠의 정규직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소송의 연장선에서 보면 당연한 판결이겠으나, 한국지엠에서는 그리고 창원지역에서는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판결이 단지 소송을 낸 5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므로 이후 노동조합과 소송 당사자의 대응이 궁금했다. 그래서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김희근 지회장과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인 최연갑 조합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각각 차례로 진행하였지만 내용은 함께 정리했다. <필통>

  


<필통> : 먼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희근> : 대법원 판결은 ‘심리불속행’이라고 해서 내용에 대한 심리 없이 회사측의 상고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빨리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정규직 지부가 부평에서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정규직 지부에서 연락을 해 줘서 우리도 법률원을 통해 알아보게 되었다.

 

<최연갑> : 내 경우에도 인터넷을 통해 현장 사람들이 먼저 소식을 알게 됐고, 이후 지회 사무장이 연락해 줘서 알게 되었다.

 

<필통> : 대법원도 재차 심리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불법 파견이 명확하다고 본 것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김희근> : 한국지엠의 경우 불법파견에 대해 이미 형사재판에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최연갑> : 대법원 판결이 예상 외로 빨리 났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받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필통> :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지엠의 대응은 어떤가?

 

<김희근> : 한국지엠에서 처음에는 ‘신규채용’ 운운하기도 했었다. 이에 승소한 조합원 5명과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선전물을 통해 현장에 내용을 알리고 한 달 동안 본관 앞 출퇴근투쟁을 진행했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한국지엠에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회사에서 시간을 끌 줄 알았는데, 사람들 관심이 높아지니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연갑> : 지난 주 월요일 한국지엠이 요청해서 승소 조합원 5명과 간담회를 했다. 회사에서는 8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필통> : 대법원 판결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최연갑> : 일도 사내하청업체에서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있고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예전에는 연차를 쓰려면 눈치를 봐야했는데 지금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정도다. 정규직 전환도 아직은 구두상 약속이라 실감이 잘 안 온다. 오히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져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깜짝깜짝 놀라 깨기도 한다. 정규직 전환 되면 새로운 부서로 배치받을 텐데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이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필통> : 대법원 승소자 5명 이외에 추가로 진행 중인 소송 상황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새롭게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나?

 

<김희근> : 5명이 1심에서 승소한 이후 추가 소송인을 모집했다. 추가 소송은 부평, 군산, 창원 3개 비정규직지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70여 명 중 창원이 40여 명이다. 회사측에서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어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후 3차로 소송인을 모집해서 7월 24일로 모집을 마감했다. 모두 102명이 비정규직지회에 새로 가입했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할 예정이다.

 

<필통> :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사내하청업체에서도 소송할 사람을 모집하는 황당한 일이 있다는데?


※ [경향신문] 한국지엠 하청업체, 왜 제 발등 찍는 ‘불법파견 소송’ 안내할까


 

<김희근> : 노동조합에서 추가 소송인을 모집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사내하청업체에서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늘어날까봐 다급해진 것 같다. 업체 관리자가 조장, 반장을 모아 설명을 했고 현장 사람들에게 위임장을 돌렸다. 그래서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역시 100여 명 된다. 그런데 원청인 한국지엠과 협의 없이 사내하청업체가 감히(?) 소송인을 모집하고 안내할 수 있을까? 지금 벌어지는 황당한 일에 한국지엠이 관련되어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통> :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소송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김희근> : 주로 조장, 반장들이 있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소송을 한다. 비정규직지회가 모집하는 소송을 참여하려면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통> : 소송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김희근> : 우리는 소송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5명도 그렇고 2차 소송에 참여한 40여 명도 그렇고 소송과 더불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투쟁해 왔다. 5명의 소송이 3년 걸렸는데, 2차, 3차 추가 소송의 경우에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사내하청업체에서 소송인을 모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어차피 소송 기간은 오래 걸릴 것이고 당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소송 기간 중에 선별 채용이나 업체 변경 등을 통해 소송한 사람들을 흔들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소송과 투쟁은 함께 가야 한다.

 

<필통> : 그렇게 보면 비정규직지회 입장에서는 조합원이 많이 확대된 셈이다.

 

<김희근> : 지난번 추가 소송인 모집을 통해 조합원이 10명에서 50명으로 확대되었고 지난해 처음으로 사내하청업체들과 임단협을 진행하고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을 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 활동이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아서 조합원들이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해왔고 그 과정에서 열심히 한 조합원들이 9기 비정규직지회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소송인을 모집하면서 조합원이 150명까지 확대되었다. 이 조합원들 역시 교육부터 시작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 신입 조합원들도 현장에서 점심 식당 피켓팅, 선전물 배포 등에 직접 참여할 것이고 10월에 임금인상 시기에 맞춰서는 임금인상 투쟁도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12월 업체변경 시기에는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도 필요하다. 소송이 많은 시간이 걸리는 미래의 일이라면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인상, 고용보장 투쟁은 현재의 일이다.

 

<필통> : 최연갑 조합원은 2005년 투쟁 때부터 조합활동을 계속해온 것으로 할고 있다.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을 텐데?

 

<최연갑> : 2001년 12월에 한국지엠에 사내하청으로 입사했으니 벌써 15년 가까이 되었다. 24살에 입사했는데 이제 40살이다. 2005년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질 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입했다. 하지만 투쟁이 끝나고 비정규직지회 활동이 정지되면서 나 역시 조합 활동을 쉬게 되었다. 투쟁이 끝나고 회사에서 정규직 발탁 채용을 했는데, 몇 번 원서를 냈지만 안 되더라. 그러다 소송을 하게 되고 비정규직지회도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조합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회사에서 집에 전화를 했는지 누님도 많이 걱정하고 가족들이 노동조합 하지 말라고 많이 말렸다. 하지만 내 인생 내가 산다는 생각도 있었고 비정규직 문제가 단지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도 해서 계속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필통> : 이제 곧 정규직으로 전환 될 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최연갑> : 앞서도 얘기했지만 아직 실감이 안 난고 걱정도 많이 된다. 정규직 전환되면 현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하겠고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지회와의 연대도 당연히 열심히 할 것이다.

 

<필통> : 비정규직지회의 앞으로의 계획은?

 

<김희근> : 작년부터 사내하청업체와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바지사장인 사내하청업체에서는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투쟁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조합원도 더 늘어났고 그만큼 비정규직지회의 힘도 더 커졌다. 새로 가입한 100여 명의 조합원들이 기존의 조합원과 함께 잘 어우러져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고, 노동조합의 힘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고용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부평, 군산의 비정규직지회와 3지회 연대투쟁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