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환 ( 금속노조 경남지부 )
664일간의 투쟁 마무리
2월 26일(금) 저녁, KBR 현안문제와 관련해서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합의서는 작성되지 못했습니다. 회사측 대리인이 참석을 했지만, 노동조합의 합의주체에 대한 대표이사의 문제제기로 합의서는 작성되지 못했습니다. 투쟁을 시작한 지 661일차였습니다.
2월 29일(월) 오전.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합의서 문구가 만들어졌고, 노사 양측의 서명을 거쳐 합의서는 완성되었습니다. 회사의 용역투입 시도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 지 664일차였습니다.
KBR은?
KBR은 30년이 넘은 사업장으로 베어링에 들어가는 강구등을 생산하는 소재산업업체입니다. 국내에서 최대규모이고,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강구업체입니다. 한국강구 시절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로 확인되었고, 2006년 현재 대표이사가 새롭게 인수를 해서 들어오면서 사명이 KBR로 변경되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경영진은 소재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더 많은 이윤창출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자동차산업이 호황이었고, 매출이 늘어나고 순이익이 늘어났지만 툭하면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을 요구했고, 생산현장의 외주 하도급을 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밀양에는 자식들의 이름으로 KBR의 복사판과 같은 새로운 공장을 짓고,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짝퉁볼을 생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KBR에서 발생한 이윤은 다른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 사용되었고, KBR의 신용으로 자금을 빌려서 다른 회사를 운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노사관계는?
2012년 말 회사는 노동조합에 사전 통보도 없이 기계를 매각했다고 하면서 기계반출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반대하고 막아선 노동조합 간부를 해고하고, 부동산 및 임금지급 통장에 가압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까지 단위 노동조합으로 있던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고용을 보장받으려고, 살기 위해서 금속노조로의 가입을 선택했습니다.
회사는 기계반출 가처분을 신청하고, 손배가압류 확대를 거론하는 등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했고,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과 가처분 기각으로 이어지면서 일단락 되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인 2013년 6월 1일 기계를 반출하겠다고 하면서 용역깡패를 투입하면서, 지역의 문제로 부상되었고 결국 ‘노동조합과의 합의없이 기계를 반출하지 않고, 외주 도급화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습니다. 노동조합도 기본급 인상과 장기근속자에 대한 처우 관련 양보를 하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투쟁은 왜 시작되었나?
하지만 회사는 합의서를 지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2013년 임단협은 여전이 속도를 내지 못했고, 회사는 또 다시 기계를 매각했다며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말,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로도 충분히 공장 가동이 가능한데, 회사는 외주 하도급을 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다고 공개를 합니다. 노동조합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5월 7일부터 파업투쟁에 돌입했고, 그렇게 664일간의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투쟁과정에 회사의 거듭되는 협박성 가정통신문과 생활고등으로 조합원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경남의 금속 노동자들은 KBR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일인당 5천원씩, 6개월간 투쟁기금을 거출했고, 장기투쟁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왜 장기투쟁이 될 수 밖에 없었나?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사업장의 공통적인 점은 회사가 노사관계를 수평관계로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KBR의 경우에도 경영진이 ‘노동조합의 투쟁에 의해 임금이 인상되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말을 계속하면서,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성장이 모든 구성원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경영진)가 한 것이고, 내(경영진) 것이므로, 노동자들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시각으로 일관하면서, 교섭의 진척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영진은 회사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은행에서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만기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노동조합도 장기투쟁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모색을 해 보자는 의견을 모으면서 의견을 좁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양보속에 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남은 과제는?
노동자들은 장기간의 투쟁과정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습니다.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공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664일간의 투쟁을 통해 기계반출을 막아내고, 공장 하도급 공정 확대도 막아냈지만, 이 합의가 얼마동안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또 다시 언제일지 모르는 장기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의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합의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함께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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