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최고라고 생각해왔던 인생, 그러나
2014년 11월 26일,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삼성계열 4개사 노동자 8,800여명은 한화그룹으로 팔려간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삼성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가족’이라고 칭해왔고, ‘당신은 세상에서 선택받은 최고의 인재’라고 교육해 왔는데, 자신의 운명을 언론을 통해 알게된 삼성맨들은 강한 배신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대위를 거쳐 노동조합으로
자본의 일방매각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알게되었습니다. 노동3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비대위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약속하며 비대위는 해산을 선언합니다. 그동안 비대위에게 사무공간과 시간할애를 해 왔던 자본은 ‘노동조합 건설’을 말하자, 비대위원들에게 현장으로의 복귀를 명합니다. 회사는 노동조합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싶었지만, 노동자들은 한발씩 앞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2014년 12월 10일 오후8시경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소재 노동회관 3층 소회의실에서 3사업장 5명과 2사업장 2명 등 7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지회장 윤종균, 이하 지회) 설립총회’를 가졌습니다. 삼성맨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첫 출발을 한 것입니다.
‘힘이 센 노동조합을 선택해야죠!!’, 하지만
12월 12일 금속노조는 ‘윤종균 외 178명’으로 삼성테크윈주식회사(이하 회사)에 대해 교섭요청을 합니다. 회사는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합니다. 15일(월)에 2사업장과 판교 R&D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진로와 관련한 투표’라는 듣도 보도 못한 투표를 진행합니다. 1 투표에 앞서 회사측에서 부른 노무사가 와서 ‘노동조합’과 관련한 교육을 합니다.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이라 영상촬영기능을 켠 노동자들은 노무사에게 “그래서 당신 같으면 어떤 노도조합을 선택하겠냐?”고 묻습니다. 진땀을 흘리던 노무사는 “힘이 센 노동조합을 선택해야죠!”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2사업장 소속 다수의 노동자들은 ‘산별노조’를 선택했고, 판교는 비대위 체계로 갈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다수가 나왔습니다. 투표결과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탄력을 받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12월 17일 경 삼성테크윈노동조합(이하 삼테기)이 만들어졌습니다.
교섭권을 빼앗긴 삼성테크윈지회
뒤늦게 만들어진 삼테기는 이상한 노동조합이었습니다. 공동위원장 체계였는데, 한명은 창원에서 20년을 넘게 다닌 현장노동자이며 휴업 중이었습니다. 또 다른 위원장은 판교에서 일을 하며 입사한지 3년밖에 안된 노동자였기에, 서로가 하나의 조합으로 묶일 수 있는 계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동위원장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문 노무법인’을 선임했는데, 주로 회사의 자문을 해 왔던 노무법인이었고, 자문료가 무려 9억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805 참조)
또한 해외출장을 간 노동자들에게까지 파트장, 그룹장들이 전화를 해서 삼테기 가입을 독려한 것입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조합원수를 늘린 삼테기는 교섭권을 가지게 되었고, 삼성테크윈지회는 제1노조였지만 교섭권을 빼앗겼습니다.
4개사 연대투쟁
교섭권이 없는 노동조합은 열심히 투쟁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지회는 함께 일방매각을 당한 4개사 노동조합 및 비대위와 함께 ‘일방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4개사는 ①매각 사유가 무엇인지 ②매각을 결정한 단위가 어디인지와 ③일방매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갔고, 먼저 삼성그룹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고 있던 삼성서비스지회등 삼성노동자들과 공동투쟁을 이어왔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단위 사업장을 넘어서 삼성그룹의 심장, 서초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삼테기도 초반에는 4개사 공동투쟁에 함께 해 왔으나, 삼성그룹과 미래전략실을 향한 투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빠져나갔고, 이를 계기로 ‘어용’시비가 이어졌습니다.
이어지는 탄압
‘일방매각 철회’와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지회의 투쟁에 삼성자본은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회사는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일을 한다고, 중식시간에 집회를 한다고 징계를 했고, 징계를 받으면서도 노동자들은 단련되어 갔고, 더욱 투쟁의 열기는 올라갔습니다.
조합원들은 수십명에 이르는 징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조끼 착용, 사내 중식집회를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한화로
6월 29일 ‘사명변경’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조합원 한주 갖기 운동’을 통해 주주이기도 한 조합원들은 주주총회에서 ‘사명변경’을 저지하기 위해 8시간동안 노력을 했지만, 회사측의 날치기로 사명은 변경되었습니다. 그렇게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왔습니다.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오는 동안 회사측에서는 ‘매각이 완료되면 매각과정에 발생한 문제는 풀고 가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점령군처럼 들어온 한화맨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을 요구합니다. 삼성에서는 ‘노동조합을 하지 않는 대신 (회사말에 순종하는)개인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임금등에 대해서는 최고대우(?)’를 해 줬다면, 한화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투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금속노동자들의 힘
한화로 바뀐 이후에도 탄압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또다시 6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수십명을 징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자본의 이러한 탄압도 ‘삼성맨에서 금속노동자’로 바뀐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을 움츠리게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조합원들은 단결하고 있습니다. 지칠만도 하지만 매일같이 이어지는 아침출근선전전과 중식집회 등 해고자를 비롯한 징계를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등 징계를 이어오면서 자본은 한편으로 삼테기와 교섭이라는 형식을 통해 정말 ‘쓰레기 같은’ 단체협약을 테크윈 노동자들에게 내 밀었습니다.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은 삼테기에 앞서 찬반투표를 진행하면서 ‘의견합치 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삼테기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반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811 참조)
삼성맨에서 금속노동자로
삼성테크윈지회는 한때 1,3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었고, 지금은 1,100여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노동조합 없이도 살 것 같았던 삼성맨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금속노동자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은 ‘성과급제’라는 명목으로 현장 노동자들조차 개별화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금속노조’ ‘노동조합’을 통해서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 ‘동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린지 1년, 강철 노동자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당부 드립니다.
- 삼성테크윈은 창원에 3개의 공장과 판교에 R&D센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원터널 부근에 있는 2사업장이 본사이며, 1사업장은 2014년 5월경 대부분의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일부 휴직자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날 투표를 3사업장은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것은 ‘3사업장은 투표해봤자 금속노조가 압도적일 것이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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