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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기억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의 진실은

 

 양태인 (마산동중 교사, 2014년 전교조 마산중등지회장)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확립의 적, 전교조를 없애라
 -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의 진실은

 

 전교조 탄압의 새로운 수단 ‘법외노조가 뭐지?’
 2013년 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만지작거리던 전교조 탄압 카드를 빼들었다. ‘노조 아님 통보!’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가 해고된 자의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하게 하고 있는 규약을 법에 맞게 고치라는 공문을 전교조에 보낸다. 전교조는 노동조합법도 아닌 시행령에 근거한 시정 요구가 부당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몇 차례 공문이 더 왔지만 그대로 넘어 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다시 시정 요구 공문을 보낸다. 전교조는 거절했다. 이번에는 날짜까지 명시하여 시정 요구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노동조합법 상의 노조가 아니라 법적 지위가 박탈되는, 즉 단체교섭이나 협의를 할 수 없는 법외 노조가 되는  ‘노조 아님 통보’를 내리겠다고 압박했다.

노동부의 시정 요구의 핵심은 교원노조법 상 조합원은 현직 교사만 가능한데, 전교조는 규약에서 부당 해고돼 복직하지 못한 조합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토록 한 것은 잘못이며, 따라서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정부가 직접 전교조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 총투표로 “노동부 요구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통지문을 접한 전교조는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 조합원 총투표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부의 시정 명령을 단호히 거부한다.

노동부의 시정 명령은 국제 규범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노조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다.’는 국제노동기구 아이엘오(ILO)의 규약에 위배되는 한편, 이 시정 명령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다른 노조에 적용해 온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일반 노동조합에서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은 당연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명백함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9명의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다툼을 이유로 5만여 명의 조직을 무력화하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교조는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시정 명령 요구가 전교조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총력 투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수립하고 비상 투쟁에 돌입한다.

이어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은 만장 일치로 규약 개정 거부를 의결한다. 다만 사안의 성격 상 더 많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힘 있게 투쟁하자는 차원에서 ‘전조합원 총투표’를 결정했다.

물론 이 사안은 이익과 손해로 볼 수 없는 차원이며, 민주교육, 민족교육, 인간교육이라는 전교조의 창립 이념에 비춰 볼 때 당연히 거부해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교육노동자’임을 자임하는 현 전교조 집행부들의 성향에서도 받을 수 없는 사안이므로 총투표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투표 결정을 한 것은 조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조합원 각자가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그 결과를 모두가 함께 감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조직을 더 단단히 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다수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행된 총투표 결과는 압도적 거부였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정체성이 확인된 투표였고, 총투표 이후 거부 투쟁의 열기는 한층 더 강해졌다. 노동부는 즉시 ‘노조 아님’ 통보를 해 왔다. 교육부는 이에 맞춰 전교조 전임자 즉각 복직 조치 및 사무실 임대료 등 지원 사업 중단 통지하며 전방위적으로 전교조를 압박했다.

전교조는 총력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법적 투쟁을 병행해 서울행정법원에 ‘노조 아님 통보 무효’ 및 가처분 소송을 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본안 재판에서는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다시 위기가 고조된다.

교육부는 전임자 복귀를 압박하고, 미 복귀 전임자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하는 등 신속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전교조가 서울고법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 상황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걸림돌, 전교조
 - 경쟁을 거부하는 전교조의 태도가 정부의 전교조 탄압 이유

조직원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결정한 사업을 수행하는 투쟁 과정에서 해고되었다면 이것은 부당 해고이며, 조직은 부당 해고를 당한 조직원을 보호하고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법적, 행정적인 지원을 펼쳐나가는 한편 생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은 조직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조합원의 자격이 유지되어야 한다. 모든 노조에서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전교조에 대해서만 이런 원칙을 배제시키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전교조의 존재가 정권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길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부터 본격화되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더 고삐를 죄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개편의 걸림돌의 한 축이 전교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은 무한경쟁을 당연시하여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자본은 값싸고 편한 노동력을 확보하여 착취하는 것이다.

 교원평가, 학교평가는 비교육적 경쟁 부추겨
그런데 전교조는 경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거부했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경쟁을 증오를 낳을 뿐이지만, 협력은 믿음과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거부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교원평가의 핵심이 경쟁이며, 경쟁을 통해서는 교사들이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기껏 걸리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행동만을 할뿐이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교조 교사들은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혁신학교’라는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교원평가에 대응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핵심은 교사들이 서로 배우고, 서로 실천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원평가가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몰아 교사들의 교육력을 최소화시키고 있다면, 혁신학교는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로 만들어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과 열정을 최대화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는 이외에도 많다. 아니 모든 제도가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평가가 대표적이다. 학교교육에 관한 모든 부분을 평가 항목에 포함하여 이를 수치로 환산해 서열을 매기는 방식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수행이나 기본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것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인정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방과 후 수업 참여율, 교사들의 각종 연수 실적,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교폭력 발생율 등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학교 교육력 향상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실적이 필요할 때 우리들은  대체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위에 열거한 학교평가 항목을 유심히 보면 진짜로 학교가 잘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있고, 학교는 교사들의 열정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면 당연히 따라올 결과들이다. 즉 이 평가항목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혼자만 이런 사실을 모른다. 모른다기보다는 모른 체 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각자 살기 바쁜 국민들이 이런 내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교사와 국민 사이를 끊임없이 이간질시키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폭력적 사회의 대물림 현상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지위가 낮거나, 가방끈이 짧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된다면, 사람들은 훨씬 여유있고 너그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강자와 가진자의 갑질은 하늘을 찌르고, 그들은 그들의 갑질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강자도 아니고 가진자도 아닌 사람들도 자기보다 약자나 덜 가진 자에 대해 갑질을 멈출 줄 모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질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최소한의 생존을 요구하는 약자들과 덜 가진 자들의 투쟁은 ‘떼쓰기’로 치부된다.

이런 세상에서 누가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저 내만, 내 가족만 무사하면 된다는 이기주의, 배타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은 다 어른들을, 사회를 보고 배운 것에 불과하다. 맞고 자란 사람은 대체로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군림한다. 학교폭력은 이런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대물림되고 있는 현상일 뿐이다. 관심과 애정과 연민과 연대만이 아이들을 폭력의 사슬에서 끊어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가 관심과 애정과 연민과 연대인가. 이런 태도를 교원평가, 학교평가로 만들 수 있겠는가.

전교조가 사사건건 정부의 정책과 대립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좁게는 경쟁이라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노동시장으로 내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넓게는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정책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잡혀가고 있는데 반해 교육의 영역에서는 통제가 잘 안 되고, 그 원인은 전교조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 정부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도입된 것은 김영삼 정부때부터이며, 본격화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사실이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적어도 민주정부라는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도 ‘경쟁=선’이라는 패러다임에 관한 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법외노조 공방의 끝은 전교조의 승리로 귀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마무리해야겠다.

교만하고 나태한 토끼와 성실하지만 느린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은 애초부터 잘못된 경쟁이다. 경쟁의 대상이 아닌 것을 경쟁 체제로 밀어넣어 이야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은 무조건 토끼가 이기게 설계된 것이다.

1초에 4-5미터를 가는 토끼와 1분에 4-5미터 가는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은 이미 시합이 아니다. 이 시합을 달리기 시합이 아니라 ‘물속에서 오래 잠수하기’ 시합으로 바꾸어 보자. 시합이 성립할 수 있겠는가. 토끼와 거북이가 경쟁하면 서로를 미워하게 할 뿐이겠지만, 협력하게 한다면 거북이는 토끼의 안내로 육지 세상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고, 토끼는 거북이 등에 타고 바닷 속 세상을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토끼와 거북이는 얼마나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될 것인가. 이래도 계속 의미 없는 경쟁을 계속 부추길 것인가.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탄압은 경쟁을 만능화하고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거부하는 전교조를 없애버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 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이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다면 또 다른 탄압의 무기를 끄집어 낼 것이다.

또 다른 탄압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묻지 않아도 전교조다. 5만 조직보다 9명의 동지가 더 소중하다고, 조직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조직과 제 살겠다고 아무도 믿지 않고 상대를 몰아칠 생각이나 하는 자본과 제 혼자만 살겠다고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불안한 영혼과의 싸움의 승자는 당연히 전교조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억울함도 지켜줄 수 있는 연대, 부당한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존심, 신자유주의 광풍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정의로움을 지니고 있는 한 정권의 탄압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전교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서 보는 전교조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역사는 길다. 그리고 진보한다.’

0 1985년 교육민주화 선언으로 200여명의 교사들이 파면, 해임.
0 1986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20여명의 교사가 해임, 좌천. 그러나
0 1987년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 결성.
0 1988년 3만여 명의 교사들이 당시 여의도광장을 꽉 메운 채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 교장선출 보직제를 외침.
0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정부 교원노조를 불법화 해 사학민주화 교사 포함 1,700여명 교사 파면, 해임. 그러나 1년 뒤 불법노조로 탄압받고 있음에도 조합원 1만 5천명, 후원회원 3만 여명 교사가 전교조에 참여. 그로부터 10년 뒤
0 1999년 교원노조법 제정 합법적 노동조합 지위 확보.
0 2015년 현재 법외노조 공방에도 아랑곳없이 교육민주화와 학교 혁신의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