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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기억

2014년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을 되돌아보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 조직국장 안혜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조리실무사, 조리사, 영양사 등의 학교급식 직군과 도서관 사서, 행정실무원, 교무실무원, 과학실험원 등의 각종 보조 직군 및 영어회화전문강사를 비롯한 각종 강사 직군 등 60여개가 넘는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구, 학교비정규직본부)는 지난 2012년 당시로서는 유래가 없었던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파업 결의 당시의 이런저런 여론 중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니들이 설마 아이들의 밥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겠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당당히 거리로 나섰다. 두고 온 아이들이 너무나도 아팠지만, 학교 내의 수많은 차별을 없애고, 학교를 보다 인간적인 노동현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음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 결과 2012년과 2013년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투쟁의 선봉에 서서 학교비정규직노동운동의 역사를 다시 썼다. 우리의 투쟁으로 적으나마 처우개선도 진행되었고, 강원을 시작으로 몇 개 교육청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차별에 저항할 줄 아는 당당한 학교 노동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내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작년 2014년에 우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금 전국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우리가 왜 다시 총파업을 결의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의 일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경남을 비롯하여 많은 시도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지만,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변화하지는 않았다. 경남을 비롯한 전국 교육청은 예산상의 한계를 주로 주장했고, 우리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교육감 임기 첫 해에 이런 관성적인 논리를 뛰어넘어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고 나아가 정규직 전환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각오가 있었다. 2013년에도 경기, 전북, 충북 등의 파업을 통하여 근속수당 2만원을 쟁취했던 것처럼, 싸우지 않으면 예산상의 한계라는 관성적 논리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2014년 11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한 주된 이유다.

11월 20인 전국 총파업 거리행진

우리가 작년 총파업을 통하여 쟁취하려 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는 학교비정규직의 실정에 맞는 최상의 단체협약 체결이었다. 둘째로는 호봉제, 급식비, 명절휴가비, 맞춤형복지비, 상여금 100% 등 최소한의 차별철폐를 핵심으로 한 임금인상이었다. 이 중에서 특히 호봉제, 장기근무가산금 상한선 철폐, 급식비 지급 등은 조합원들의 요구가 매우 강한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나 공무원은 밥값을 지급받는데 그 밥을 짓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밥값도 못 받고 밥을 사먹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셋째는 학교공무원 및 교사와의 차별해소를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공무직 법안을 쟁취하여 나아가서 정규직 전환의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런 의지를 담아 우리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하여 그간의‘학교비정규직본부’라는 명칭을 ‘전국교육공무직본부’로 바꾸기도 하였다. 넷째로는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이어질 무리한 직종통합을 저지하고, 그야말로 '골병노동'이라 할 수 있는 급식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배치기준을 하향조정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각종 직종별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영어회화전문강사, 교과교실행정보조원으로 대표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여 고용안정을 쟁취하겠다는 것 등이었다.

이상의 요구안을 내걸고 파업찬반투표를 통하여 작년 11월 20일과 21일 양일간 파업을 결의하고, 각 학교별로 실제로 조합원을 만나고 직종별 간담회, 지회 간담회 등을 계속 개최하면서 파업을 조직하러 도내 곳곳을 다녔다. 또한 10월 중순경부터 매일 아침 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와 직종별 피켓팅을 하면서 파업의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파업조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직종마다 현안이 다르기도 할 뿐만 아니라, 무려 984개의 학교로 도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의 파업의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었다. 예를 들면 학교급식 직군이 전체 학교비정규직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경우도 모두 다 함께라면 할 수 있지만, 혹시나 본인이 속해 있는 학교에서 자기 혼자 혹은 소수만 파업에 참여하면 학교에 찍힐까봐 두려워했다. 또한 급식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들은 한 학교에 한 명만 있는 직군이 거의 대부분이라 이들을 실제로 파업에 동참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조직 과정에서 파업에 대한 열기는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창녕지회 간담회에서는 “못할 게 어디 있냐? 난 할 거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파업한다고 학교에서도 절대로 우찌 몬한다.”고 한 조합원이 당차게 이야기하니까 일순간 조용해지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또한 어느 급식실 조합원은 자신의 학교에서 유일하게 조합가입을 안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도 파업날 학교에 안 오겠다고 하길래, “우리는 파업할 수 있지만 당신은 그 날 학교에 안 오면 무단결근이 된다, 우리는 파업할 거니까 당신은 혼자서 학교 와서 밥해라. ”고 했더니 바로 조합에 가입했다며 의기양양하게 조합가입서를 드밀기도 했다. 이런 조합원만 있다면 정말 일 할 맛이 날텐데......ㅎㅎ 그러나 자신 없다는 조합원들에게,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자는 심정으로 악착같이 파업을 조직하고 다녔다.
 밥값 요구를 비롯하여 각종 총파업의 의지를 담고 활짝 웃는 조합원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파업예정일 이틀 전에 전체 직종의 조합원이 모여서 도교육청 앞에서 힘차게 파업결의집회를 진행하였다. 이 날 집회에서는 예산부족으로 해고를 통보 받은 한 교과교실 행정보조원이 현장발언 중에 도교육청을 바라보며 “애들을 위해서, 열심히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내가 왜 잘려야 하냐”고 울먹이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렇다. 그간 우리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각종 차별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교육노동자라는 자부심 하나로 성실하게 일했고, 그것으로 버텨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러한 각종 차별에 저항하고 학교 현장을 보다 평등하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학교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임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의 파업의지와 열기는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은 파업을 예고한 2~3일 전만 해도 예산을 이유로,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서도 고려해볼 만한 안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막상 파업을 하루 이틀 앞둔 상황에서는 학교 행정실장 등이 파업만은 안 하면 안 되겠냐고 통사정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안 된다. 해야 된다.”며 끝까지 맞섰다고 조합에 당당히 알려오기도 했다. 상근활동가로서 이보다 더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이처럼 우리 조합원들의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자 경남도교육청에서도 태도가 바뀌었다. 결국 11월 19일 경남도교육청은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서 연간 상여금 100만원과 장기근무가산금 상한제 철폐 등을 제시했다. 거기에다가 무기계약직종에 대한 현원보장 등을 추가하여 11월 20일 새벽 1시가 넘는 시간에 1차 우선합의를 이루어 내었다. 이것은 2014년도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한 우선합의이고, 내용적으로도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이러한 우선합의가 경남의 모든 학교비정규직 직종까지 전면 확대되지 못했으며, 현원보장 역시 현재의 무기계약직종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이는 이후의 직종 교섭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경남만큼의 처우개선 안이 나오지 못해 예정된 파업을 그대로 진행하였는데, 그 흐름에 함께 동참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전국적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단결을 훼손한 아쉬운 지점이다. 경남에서는 교섭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따내긴 했지만, 이것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예고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도교육청을 압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큰 전진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합원 전체가 실제로 파업 등의 단체행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스스로 단련되는 과정을 통하여 차별에 저항할 줄 아는 당당한 노동자 계급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11월 17일, 서로 어깨걸고 의지하면서 총파업를 결의하는 경남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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