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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2주기하고도 두 달이 넘어서야 팽목에 갈 수 있었습니다.

진도 팽목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9인이 있다!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 되어버린 가족들이 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미수습자 9인의 귀환을 간절히 바란다!!!
 
2주기하고도 두 달이 넘어서야 팽목에 갈 수 있었습니다.
선뜻 함께 가겠다 나서 준 열 두 살 나의 별, 딸아이 덕분입니다.

처음 이 방문을 알았을 때 ‘이번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에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고
큰아이와 남편, 한달전 다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막내는 학교일과 집안일정상 함께 할 수 없음을 확인했기에 조금 난감했었던 게 사실이었답니다.
혼자 어디를 못 가서가 아니라 가봐야겠다는 내 의지가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까봐서였지요.
건강이 나빠졌던 이후 내내 체력적 한계에 허덕이는 엄마인지라 더욱 그랬다지요.
그런데 다행히 둘째, 딸아이가 기꺼이 엄마와 함께 팽목에 가고 싶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것도 아이 셋 중 가장 나와 합이 가장 잘 맞는 아이가 말이지요.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버스대기 중 삼십년 지기 성당 친구 부인과 아이 둘을 만나 얼마나 반갑고 좋던지...
잠깐 팽목에 가는 무거운 마음을 잊고 한참을 들뜨기도 하고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마음을 놓기도 했지만 진도가 가까워질수록 자꾸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마음은 속수무책이더군요.

2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그렇게도 요구했건만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소식도 속시원한 것은 없었기에 아직도 팽목에 있을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사고 희생자분들의 사진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으며, 혹시라도 여기 한번 다녀가는 것으로 이 부채의식이 옅어지지 않을까. 이또한 내마음 편하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욱 그랬나봅니다.

하늘도 바람도 산보가기 좋은 날씨였건만 마냥 신나기만 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은 열두살 딸아이도 마찬가지인 듯 평소 엄마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젤로 좋아해 들떠하곤 하는 아이도 차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분향소에서도 간담회에서도 문화제에서도 슬픔을 넘어 왜 이렇게 밖에 수습을 할 수 없었던 가에 대한 분노가 발 끝 저 아래서 치솟아서 꾹꾹 눌러담느라 혼이 났었는데.. 그 한켠 자꾸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일어서 어쩌지를 못하는 나를 보고 딸아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엄마, 여기 오길 잘 했다싶어요. 고마워, 엄마.
 그리고 나 돌아가면 노란리본 더 잘 달고 다니고 친구들한테도 말해줄테야.”
물색없이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나와 달리 딸아이는 오히려 나보다 차분했고 강단있었습니다.
 

저린 가슴으로 절로 흐르던 눈물조차 미안하고 죄스러웠다고, 그런 딸아이를 나는 곁에 두고 앉아있자니 은화부모님, 다윤이 부모님께 형언할 수 없이 죄스러웠다고 적어둡니다.

 

 

그리고 너무도 잔잔하던 그날의 바다와 뜨거운 햇살,

살랑대던 바람을 되새기며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일들에 함께 하겠다고

딸아이와 우리가족 모두 다짐합니다.

이 노래에 빌어서.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않게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않게.


진도 팽목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 되어버린 가족분들이 있습니다.
제발, 이제는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우선적으로 무사히 온전히 세월호가 인양되고 미수습자분들이 모두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낱낱이 밝혀져 다시는 다시는 이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며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하겠습니다.
이번에 팽목을 갈 수 있도록 애써주신 창원촛불가족님들과 리멤버0416가족님들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 2016년 6월 29일 진영에서 세아이의 엄마, 김주흔

 


 

<빛과 어둠의 전쟁> 오늘 밤은 유난히 달이 밝고 컸다. 하지만 감탄하던 사이 달이 어둠에 숨어버렸다. 아니 어둠이 달을 잡아먹었다. 그 잔인한 어둠은 고요한 도시 속에서 조용히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달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끝끝내 달은 다시 빛을 드러냈다. 비록 모양은 전보다 예쁘지 않고 크기도 줄었지만 그 빛은 무엇보다도 밝았다. 이 밤의 승자는 어둠이 아닌 빛이 될 것이다. 꼭 그럴 것이다. (2016년 6월 25일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날 박서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