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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경남 친환경 무상급식 중단의 의미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지난 4월 1일 이후 전국에서 최초로 경남의 친환경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그 결과 약 6만 6천여명의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을 뺀 22만여명의 학생들은 무상급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경남 전역에서 수많은 학부모와 도민들의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학부모대회 등 다양하고도 자발적인 새로운 형태의 무상급식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소위 ‘종밥’이라는 엄마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에 의해 말이다.

헌데 초유의 사태인 경남의 무상급식이 실제 중단되기까지는 홍준표 도지사의 일방적인 선언과 홍준표 지사의 거수기 노릇에 충실하였던 도의회의 2015년 예산안 통과, 졸속적인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제정 등의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독단과 폭정만 있을 뿐, 정치는 전무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사회는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한 많은 논란과 부딪힘이 있어 왔다. 허나 이러한 논란과 부딪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주민들의 힘으로 발의한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 오세훈 시장 무상급식 주민투표 및 시장직 사퇴,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 2014년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거 당선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생산한 안전한 먹을 거리를 직거래공동구매 방식으로 제공하여 ‘아이들에게는 건강을, 생산자들에게는 웃음을’ 꾀하였으며, 나아가 선순환적인 지역공동경제 구축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친환경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실질소득의 증가가 아주 미미한 한국 사회의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오히려 실질소득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일정부분 담당해 왔던 것이다. 더불어 친환경무상급식은 급식을 통한 올바른 식생활교육과 공동체 사회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의미의 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발전과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보편적 교육인 것이다.
그럼 이런 다양한 의미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도지사와 경상남도는 왜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것일까? 한마디로 대권을 향한 정치적 야망에 의한 것이라 본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내고, 전국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못하는 지역(경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주요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시끄러움을 의도적으로 조성한 노이즈마케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경남의 학생, 학부모들과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독단적 결정과 언행을 보이는 것이다. 한번 살펴보자.

첫째, “감사 없이는 지원 없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경남 급식과 관련하여 경상남도와 경상남도교육청은 지속적인 학교급식지원 실태 모니터링을 해왔으며, 설사 예산 지원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면 서로 협의하여 발전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될 일이다.

둘째, 부족한 예산, 한정된 예산도 틀린 말이다. 2015년 경남예산은 2014년 대비 6%가 증가하였으며, 재정자립도도 2%나 높아졌으며, 2015년 재정수지도 1,561억원의 흑자로 전국 광역도 중에서 재정형편이 가장 좋은 곳이다. 즉, 경남도가 부담하는 257억원은 전체 예산의 0.3%에 불과하며, 얼마든지 경남의 경우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더불어 “개천에서 용 나도록 하는” 신분상승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의 경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그것도 교육청과의 협력 없이 추진함으로써 중복 사업 등 여러 혼선과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셋째,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실천이며, 국민과 도민의 세금에 의해서 지원되는 것이다. 홍지사 개인의 쌈짓돈이 아니기에 만약 무상급식을 중단하고자 한다면 도민들에게 주민투표로 물어 결정할 일이다.(물론 불리하기에 거부하였지만 말이다)   


“엄마, 나 급식비 내면 안 돼? 나 방과후 수업 하나 줄이고, 그 돈으로 급식비 낼래.”라고 말한 아이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왜 무엇 때문에 8년간이나 경남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온 친환경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이웃 간에, 아이들 간에 마음의 금을 긋고 지내야 된다 말인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친환경무상급식 중단을 반드시 막아내야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