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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150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추용호 공방을 지켜주세요

 (사진 = 남해의봄날)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준))


통영의 유명 관광명소인 삼도수군통제영에 가면 세병관 뒤편에 12공방이 있다. 나전칠기, 갓, 반닫이, 부채, 소반 등 통영의 전통 공예품과 제작과정을 구경할 수 있고 가끔은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12공방을 둘러보면서 역사와 문화의 오랜 향기를 느낄 수 있기보다는, 관광객의 눈요기꺼리를 위한 전시행정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여러 번 통제영을 찾았지만 12공방 쪽으로는 발걸음이 잘 옮겨지지 않았다. 국가가 지정한 무형문화제인 장인들은 12공방에 나오는 것을 좋아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전통문화와 그 문화를 품고 있는 사람을 대하는 통영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통영시가 소방도로를 내기 위해 12공방 장인 중 한 분인 소반장 추용호 선생(국가무형문화제 99호)의 공방을 철거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여름 추용호 공방을 찾았을 때는 이미 5월 30일 행정대집행으로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작업공구와 살림살이를 철거당한 상태였고, 추용호 선생은 공방 앞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여러 사람의 관심과 문제제기로 행정대집행은 중단되었고 공방은 철거되지 않았다. 이후 추용호 공방을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력 대선후보도 다녀갔고 국회의원도 여러 명 다녀갔다. 하지만 통영시는 여전히 계획대로(!) 공방을 철거하고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공방 철거를 단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 = 한산신문)

 

15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공방

 

지금 통영시에서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애초에 12공방은 통제영 안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근대화의 격동기인 1895년 통제영이 폐영되면서 12공방도 해체되었고, 당시 공방에서 일하던 장인들은 통제영 밖으로 나와 지금의 도천동, 명정동 일대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렇게 공방 거리가 형성되었고 전성기 때는 70-80개가 넘는 공방이 성업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 대부분의 공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지금은 오직 유일하게 소반장 추용호 선생의 공방만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통영시는 줄곧 추용호 선생이 문화재이지 공방 건물은 문화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를 만드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와 공간을 어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추용호 선생이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 장인이라면 공방 역시 같은 문화적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 더구나 추용호 공방은 문화재청의 조사를 통해 150년 역사를 지닌 건물로 밝혀졌다. 즉 공방 자체도 문화적 가치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문화재청은 공방을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고 있고, 통영시는 여전히 철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진 = 이승민)

 

타당한 대안마저 거부하는 통영시

 

추용호 공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은 이미 통영시에 대안을 제시한 바도 있다. 공방은 바로 윤이상 기념관 옆에 위치해 있는데, 윤이상기념사업회에서 땅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공방을 돌아서 길을 내면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이상 기념관과 추용호 공방 그리고 독립운동가 허승완, 허장완 형제 열사의 유흔까지 함께 묶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추용호 선생의 공방을 철거하고 만드는 길은 큰 도로가 아니라 동네를 가로지르는 작은 소방도로이다. 더구나 도로의 한쪽 끝은 동네 골목과 연결되어 있어 공사가 끝나도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사실상은 동네 주민들의 주차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작은 도로를 꼭 직선으로만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추용호 공방을 돌아서 길을 낼 수 있는 타당하고 가능한 대안이 있는데 통영시는 왜 굳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공방을 철거하고 도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자신이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김동진 통영시장의 아집으로 밖에는 이해할 다른 방법이 없다.

 

임박한 철거

 

5월 31일 행정대집행 이후 공방 철거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11월 들어 철거를 위한 움직임들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11월 4일 추용호 선생이 칠방으로 쓰던 공방 옆 건물이 기습적으로 철거되었다. 비록 공방까지 철거된 것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공방을 철거할 수 있다는 통영시의 선전포고로 느껴졌다.

 

곧 이어 11월 11일에는 공방 옆에 크게 증축중인 절의 스님과 동네주민 10여명이 김동진 통영시장을 방문해 조속히 도로공사(곧 공방 철거)를 집행할 것을 요구했고 언론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동네주민이라고 한 10여명은 대부분 동네주민이 아니라 절의 신도회장을 비롯한 신도들이었다.

 

그 며칠 뒤인 11월 18일 김동진 통영시장은 처음으로 추용호 선생을 찾아왔다. 시장으로서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방문이었다. 급기야 김동진 통영시장은 12월 6일 통영시의회에서 한 답변에서 “추용호 공방 문제는 이제 협상 대상이 아니다. 언제든 철거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 공방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추용호 소반장 지키기 시민모임’은 12월 10일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12월 13일엔 손혜원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용호 공방을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고 있는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12월 14일엔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용호 소반장은 “마지막 남은 소반공방 건물과 운명을 함께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방을 철거하고자 한다면 포크레인으로 나를 먼저 부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용호 공방의 철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동진 통영시장이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이 겨울에 강제철거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냥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해오던 대로 그리고 본인이 수십년 동안 해오던 대로 추용호 선생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소반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수많은 사람의 바램대로 추용호 공방이 지켜지고 선생이 계속 공방에서 소반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고 강제철가가 들어온다면 200일 가까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추용호 선생은 포크레인을 막아설 것이라고 했다. 설사 강제철거에 막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 포크레인 앞에 선 추용호 선생 옆에 같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사진 = 추태홍)

 

*    *    *


통영시민을 볼모로 문화재청과 국회, 

문재인 전대표에게 선전포고를 한 통영시장을 규탄한다!

 

김동진 통영시장이 지난 12월 6일 통영시의회에서 시민들과 문화재청, 대한민국 국회와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 등에 대한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이날 배윤주 통영시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150년 된 공방을 곧 강제 철거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젠 더 이상 협상도 없다고 대못까지 박았다.

 

통영시장은 추장인의 공방 지키기를 지지하고 있는 국가와 국회, 문화를 사랑하는 이 나라 시민들은 물론 유력한 대선 주자에게까지 전쟁을 선포 한 것이니 통영의 앞날이 지극히 우려스럽다. 자신의 공방에서 쫓겨나 200일 가까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공방이 조선시대 지어진 현역 공방으로는 이 땅에 유일하게 남은 공방이며 삼도수군통제영시대 저잣거리 마지막 공방이라는 것은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역사 문화적 가치 때문에 문화재청도 공방을 문화재로 등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안에 추장인의 공방을 강제철거 해 버리겠다는 김동진 시장의 공언은 국가와 국회, 시민들을 적으로 돌리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추장인의 공방에 대한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달라고 통영시에 공문을 보냈고 문화재청의 동의 없이는 공방에 손을 대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문화재지정을 거부하던 김동진 통영시장이 문화재청의 입장에 반해 공방을 강제철거 하겠다는 것은 문화재청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국기문란 행위이며 문화재청에 대한 전쟁선언이다.

 

또 그동안 추장인의 공방을 지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손혜원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회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과 도종환, 유은혜의원 등 교문위원들과 통영출신 손현희 의원이나 공방 지키기를 적극 지지해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 의장 등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적으로 돌리 행위이다.

 

이는 또 정권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하다. 문전대표는 추장인의 통영 공방과 천막을 직접 방문해 추장인을 적극지지하고 공방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었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화재를 파괴한 김동진 통영시장의 만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날 통영시의회에서 김동진 시장은 “추장인에게 이전 복원을 제시 했으나 추장인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철거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문화재 보존의 원칙과도 위배되는 주장이다. 문화재 보존의 제1원칙은 원형 보존이다. 공간이 갖는 역사성 때문이다. 숭례문을 인천으로 옮긴다면, 세병관을 거제로 옮긴다면 그것이 올바른 문화재보존이겠는가. 부득이한 경우 이전 보존할 수도 있지만 추용호 장인 공방의 경우 결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다. 바로 옆 윤이상기념공원에 우회할 수 있는 통영시의 땅이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통영시민들이 추장인의 공방과 운명을 같이할 윤이상 선생 생가 터 보존운동을 할 때 통영시에서는 우회도로를 제시하며 설계도까지 만들어 가져온 적이 있다. 그 도면이 아직도 우리에게 있다. 이처럼 우회할 땅도 있고 방법도 있는데 문화재보존의 원칙까지 무시해 가며 이전 복원을 고집하는 통영시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통영시장은 억지 논리로 시민들을 속이려 할 것이 아니라 추장인을 만나 “내 가오 한번 세워달라.”고 했던 것처럼 자신의 ‘가오’를 살리기 위해 공방을 강제철거 하려 한다고 솔직히 이야기 하는 편이 더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통영시장은 또 11월11일 시청을 방문해 조속히 도로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공방 뒤편 절의 주지 선광 승려를 비롯한 10명을 예로 들며 주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철거를 강행 할 수 밖에 없다고도 강변했다. 하지만 이는 여론조작이다. 그날 시장을 면담한 선광 승려 외 9명중 단 한명만이 공방 부근 도천동 주민일 뿐 나머지 8명은 그 지역 주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들 중 한명은 고성군 주민이었다. 이들은 공방이 없어지길 바라는 사찰의 신도들이지 인근 주민들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김동진 시장이 주민 여론 운운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또 통영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충분히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하지만 김동진 통영시장이 공방에서 쫓겨난 추용호 장인을 방문한 것은 천막생활 172일째 되던 날 딱 한번 뿐이다. 이것이 충분한 소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주민여론 조작과 함께 강제철거 명분쌓기용 방문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김동진 시장이 추장인 공방을 서둘러 강제철거하려 한다고 밝힌 또 다른 이유는 기가 차서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혹한의 추위가 오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서란다. 지금도 추위에 떨며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를 혹한의 추위가 오기 전에 공방으로 돌려보내드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혹한의 거리로 내쫓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방도 허물고 추용호장인도 죽이겠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비인간적인 처사인가. 이러고도 한 도시의 안위를 책임진 시장 자격이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추장인은 포클레인 삽날 앞에 드러누워 자신도 함께 철거당해 공방과 생사를 함께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통영시장은 자신의 ‘가오’ 한번 살려보겠다고 끝내 국가무형문화재를 죽음으로 내몰 생각인가!

 

대통령도 잘못을 저지르자 탄핵을 시킨 나라고 시민들이다. 추용호 장인의 공방을 파괴하는 순간 통영시장도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강제철거가 자행된다며 문화재 등록만 안 되었지 문화재청도 인정한 문화재인 추장인의 150년 공방을 파괴하는 모습은 영상으로 촬영돼 모든 방송 언론과 sns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에 퍼질 것이다. 그 순간 통영시장은 온 나라의 공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강제철거라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통영시민은 물론 전국의 시민들, 국회의원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 수많은 언론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가오’ 한번 살리자고 시장 직을 걸만큼 김동진 시장이 어리석다고 믿고 싶지 않다. 자신의 ‘가오’가 중요하면 국가무형문화재 추장인의 ‘가오’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한다. 도로를 내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도로를 내라. 하지만 시장과 무형 문화재 모두의 ‘가오’를 살릴 방법으로 내야한다. 그 방법도 있다. 우회도로가 그것이다. 우회도로가 나면 통영시장이 원하는 도로 공사도 할 수 있고 추장인의 공방도 원형 보존이 가능하다. 두 사람 다 ‘가오’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직선도로만을 고집하는 통영시장의 독선이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통영시장은 그 오만과 독선을 거두고 당장 우회도로 건설을 약속해야 하다. 그래서 150년 된 전통 공방도 살리고 도로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생가 터도 살려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모두가 살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이고 실추된 예향 통영의 명예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2016년 12월10일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 지키기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