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최저임금 인상 가능한가?

 

김종하 ( 마창거제산추련 정책위원장 )

 1. 2016년 최저임금 인상 논쟁 뜨겁지만 현장의 기대는 낮다.

지난 2015. 3. 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에서 '2015년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 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이 나오나 그 반응은 몹시 뜨겁다. 
2016년 최저임금은 최소 6천원이상 될 것이라며, 20%, 30%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최저임금의 의미가 최저한의 임금이 아니라 보편적인 기준임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고, 비정규직의 임금 기준이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며, 최저 임금 인상만이 생계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경기침체의 극복 방안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높은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대안 제시까지 나오고 있으니 기대는 한껏 높아질 만하다.
그렇지만 제도 변경이 있을 때 기업들이 보이는 뻔한 태도, 즉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제도를 변경함으로써 실질 임금을 줄여내는 일들이 횡행하므로 지난해 12. 18. 대법원의 통상 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에 보였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인상안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현실이 아닌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2. 노동시장 구조조정의 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자본은 스스로 구조조정이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오늘날에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합성시켜 구조개혁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구조개혁의 핵심 내용은 양극화의 원인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나뉘어져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있다는 것이고, 정규직의 혜택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뿐 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임금도 인상될 것이라 고 한다.
정부는 2014. 12. 22.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와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2014. 12. 29.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장시간근로 개선,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근로시간 탄력적 활용, 고용관행의 개선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 및 남용 방지, 파견·용역 등 고용형태별 사용관행 개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 범위 및 보상 확대와 체불근로자 보호, 원·하청 상생협력에 대한 세제 및 비용 지원, 파견·도급기준 명확화 등을 제시하였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는 2015년 3월 말까지 방안을 내 놓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3. 최저임금 인상 계획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내용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은 하나의 틀 내에서 사슬처럼 얽혀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문제 삼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돈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으므로, 노동의 상대가격을 낮추어 기업이 노동을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우니 정책적 수단을 도입해서 저임금과 고용유연화를 만들어 주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없어지게 되어 기업이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직무급 및 능력급제의 도입과 기간제 고용 기간의 연장과 파견노동자의 사용 범위의 확대, 연령증가에 따른 임금피크제도의 도입,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근무성적 평가에 기한 일반해고제도의 도입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위 구조개혁 방안은 그동안 자본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내용들이고, 정부는 자본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최저 생계비 확보라는 노동시장의 하향평준화를 완성하겠다는 입장이므로 이미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구제개혁의 내용을 종합해보자.
그 동안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으로 불안해진 노동현장은 임금피크제를 통한 정년 연장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기간제, 파견, 용역계약을 통한 단기간 노동자들이 확대됨으로써 임금체계 단순화가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 더하여 기간제 노동자를 4년 동안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는 4년 동안 만이라도 고용안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장근로를 통한 실질 임금 증가도 기대할 수 없고,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도 낮은데, 성과급으로 인해 노동강도는 높아져만 가고, 세월이 지나면 임금피크제에 해당될 처지가 되고 만다.
여기에 더하여 일반해고 제도가 도입되면, “객관적, 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 교정기회 부여, 직무 및 배치전환 등 해고 회피의 노력, 공정한 절차와 관련 내부규정 운영”등을 통하여 업무부진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이 일반 해고제도는 직무급제, 성과급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이제 노동자들은 심각한 노동통제를 한 치도 벗어 날 길이 없게 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일반해고제도가 도입되면, 매년 근무성적 평가나 경영사정 등을 감안하여 하위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해고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매년 그 만큼의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게 되는 수단도 될 수 있어서 신규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온 것이다.
또한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들에 대하여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을 제외한 파견을 허용하고, 전문 직종에 대한 파견허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 지면 그때서야 사회안전망을 작동시켜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 범위 및 보상을 확대하고, 체불근로자 보호, 원·하청 상생협력에 대한 비용 지원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2016년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기본권 확대와 함께 해야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를 통해 일자리 70%를 달성 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혜택을 줄이는 것,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 자본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을 조건으로 삼고 있는 이 대책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우리사회가 자본과 국가권력이 결탁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세월호 참사, 국방비리 등 온갖 곳에서 여실히 드러나 있다. 여전히 자본과 국가권력은 파견, 용역, 위탁, 도급 등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지를 끊임 없이 확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노동구조를 수렁으로 만드는 분할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진행 상태로 보아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대한 자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은 노동자의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보편적 노동권의 확보로서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그저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만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노동자들은 산업폐기물의 처지, 소모품의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말 것이다.
노동생활의 빈곤화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방향은 비정규직 및 사회적 약자에게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전면 확대 적용하는 것, 정리해고에 대하여 자본의 책임을 묻는 것, 최저임금 기준을 객관화 하여 생활임금 개념을 도입하는 것,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하나의 과제로 묶어내는 것, 영세 자영업자와 청년층에게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는 것, 비정규직 차별과 확산을 막는 기본망을 설치하는 것, 고용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확립하는 것들이다.


노동이 주도권을 갖지 못한 방어적 대응은 끊임없는 자본과 정권의 공격에 밀려 나갈 뿐이다.

 

* 김종하님은 박훈변호사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