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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노동자가 바라 본 조선소 고용구조의 문제점

 

                                                                        글 : 통영에서 일하는 조선업종 비정규직 노동자

조선산업은 다단계 사내하청구조(원청,하청,물량팀,돌발팀)로 근로기준법이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이다. 관련부처인 노동부는‘조선산업을 규정하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 가고, 국회 또한 조선산업의 고용구조, 임금체불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임금체불자의 처벌수위가 경제사범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정부, 국회, 사법기관이 조선산업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법행위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동안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과 그 가정은 피 고름을 짜내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고용구조
 조선산업은 특히 중소조선소에서는 사내하청의 비율이 90%이상으로 다단계 하도급의 피라미드 구조이다. 중.소 조선소의 원청은 일반관리직과 기술직 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장에서 생산에 직접참여 하는 기능직의 직접고용은 전무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선박을 제작하는 기능공의 100%가 하청업체의 노동자라는 결론이다.
 원청으로부터 수급을 받은 하청업체는 일반관리직과 기능직 일부(마킹사,판접사,곡직사,청소등)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공정의 기능직(취부사,용접사,사상)은 특이한 구조의 물량팀에 재하청을 주어 물량팀장을 수급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긴급물량이나, 물량caper over로 인하여 발생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하여 단기간에 사용하는 물량팀을 돌발팀(돌관팀이라고도 함)이라고 하는데, 돌발팀은 하청업체로부터 수급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나 물량팀으로 부터 수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원청과의 계약을 위해 하청업체는 공탁금 또는 보증증권을 발행한다. 하청업체 파산시 원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한다. 하청업체의 인력은 크게 본공(하청업체 직접고용)과 물량팀으로 나누어진다. 본공은 또 상용직과 기간제로 구분되는데 상용직 인력은 대부분이 관리직군이거나 물량팀을 구성할 수 없는 소수의 인원이 필요한 기능직군이다. 선박제조의 70%이상이 취부, 용접, 사상의 작업공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기능인력을 하청업체에서 직접 고용하더라도 상용직이 아닌 기간제 고용으로 이루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본공의 기능직(취부,용접,사상) 인력과 물량팀 인력의 비율이 1:2 정도를 유지 하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경기 악화로 현재는 기능 인력의 대부분이 물량팀에 의해 고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부는 사업면허도 없는 물량팀장을 사용자로 규정한다. 물량팀장은  일 할 사람만 모으면 된다. 그 외에는 어떠한 조건도 필요 없다. 하물며 사업자 등록 없이 개인자격으로 물량팀을 구성하여 하청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물량팀으로 구조화 된 사내하청의 문제점은 불안정한 고용의 문제, 임금체불의 문제, 산업재해의 문제, 품질저하의 문제, 불법적인 임금공제의 문제 등이 있다. 
 
불안정한 고용의 문제
 문제는 원청으로부터 직접 수급을 받는 하청업체나, 그 하청업체로부터 수급을 받는 물량팀의 사업체 운영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하청업체는 원청에 의해 언제든지 쫒겨날 수 있고, 또한 물량팀은 하청업체에 의해 언제든지 쫒겨 날수 있는 조건에서 하청업체의 수명이 길면 2년~3년, 짧은 경우 한 야드에서 1년동안 4개의 업체가 바뀌는 경우도 보았다. 물량팀은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물량팀이 한 업체에서 1년 이상을 버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짧게는 1개월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임금체불의 문제
중.소 조선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하청업체의 사업주, 물량팀의 물량팀장 구분없이 자행 하고있다. 2013년 금속노조경남지부의 실태조사결과 중소조선소 노동자의 절반이 임금체불의 경험이 있다는 결과도 있다. 이제는 임금체불을 행하는 자나 임금체불을 당하는 자 모두가 관행라고 여길 정도로 뿌리깊이 박혀 있는 악성종양과도 같다. 

산업재해의 문제
조선소 현장은 전체가 위험한 작업장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기능공들이다. 조선소의 어떤 현장을 가더라도 “안전이 최우선 다음이 품질력향상, 다음이 생산성향상” 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이다. 생산성향상 최우선, 다음이 품질력향상, 마지막이 안전제일이다. 모든 현장은 생산 최우선으로 돌아 가고있다. 
 
품질력 저하의 문제
 대공정의 흐름으로 보면 가공, 소조립, 중조립, PE, 메가, 탑재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공정들을 수십 개의 하청업체들이 나누어서 수급 받아 작업을 진행한다. 각각의 공정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취부, 용접, 사상이다. 이 3공정이 조립공정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이 공정 또한 공정별 물량팀들이 작업을 진행하는데 각 공정별 적게는 1팀에서 많게는 3팀 정도가 나눠서 작업한다. 즉 선박 건조, 중 조립공정의 대부분이 물량팀에 의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내하청업체나 물량팀의 제조원가는 90%이상을 인건비(노무비)가 차지한다. 적은 공수를 투입해서 많은 생산을 해야만 이윤이 남는 시스템이다. 즉 품질보다는 생산성이 최우선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용접공정은 작업이 끝나면 외관으로만 품질확인 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용접부 내부의 품질상태는 무시하고 외관만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눈 가리고 아옹식의 작업이 많이 이루어진다. 특히 취부 작업 중 부재와 부재간의 GAP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표준작업을 할 때와 눈 가리기 식 작업을 하는 경우 투입공수가 2배~3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물량팀장의 입장에서는 표준작업을 지시 할 리가 없다. 표준 작업 시 100원의 원가가 들어간다면 눈 가리기 식 작업 시는 30원에서 50원밖에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눈으로 본 품질은 문제가 없다.(용접 내부는 불량, 외부만 양품)

불법적인 임금공제의 문제                         
 근로기준법 42조는 임금 전액 지불 원칙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의한 임금공제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소의 원청업체나 하청업체에서 사내규정(취업규칙, 피복지급 규칙 등)이유로 근로자가 퇴직 시 갖가지 명목으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임금공제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보다 사내규정이 우선되는 것이 대부분 조선소의 현실이다.

물량팀의 철폐를 바란다.
  현재의 원청과 하청업체간, 하청업체와 물량팀간의 고용구조는 종속적, 수직적 갑,을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는 원청의 관리비용 절감 및 경영악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적자를 사내 하청업체에게 부담시키고, 하청업체는 물량팀에게, 물량팀은 노동자에게 부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청의 경영악화가 발생하면 대폭적인 물량단가 인하를 감행하였고 이것은 일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으로 이어져왔다.

물량팀이란 원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최소의 비용으로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문제점에 대한 모든 책임은 회피 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포기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즉 원청은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으며 그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원청은 노동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만 한다.  
① 불법적인 물량팀 사용을 억제하고 사내 하청업체의 직접고용을 유도 하여야 한다.
② 경영여건이 어렵다 하여 사내 하청업체와의 물량단가 인하 및 불법적인 물량 계약 해지 등 사내 하청업체에게 그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중지하고 안정적인 고용창출의 여건이 조성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③ 당장 물량팀을 철폐할 수 없다면 물량팀의 임금체불 발생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량팀 사업면허 등록을 강제하고, 물량팀 역시 공탁(보증)을 걸도록 하여 임금체불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회나 노동부는‘조선산업에 관한 관련 법’을 고민해서 고용문제나 근로기준법 등이 위반되고‘상식화’되는 조선소 비정규 노동자들의 분한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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