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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의 증언



※ 이 글은 2016년 6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증언대회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에 선 노동자, 당사자가 말한다>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성, 통영 인근 조선소의 물량팀에서 용접공으로 일해 온 노동자입니다. 저는 2008년 10월 직업전문학교에서 특수용접과정을 수료하고 그 해 11월 마산에 위치한 OO중공업의 물량팀에서 처음 용접 일을 시작하여 오늘까지 8년째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을 배울 때만 해도 새로운 것에 도전 한다는 큰 희망에 부풀어 시작하였지만 막상 취업 후의 현실은 제가 그 동안 겪어 왔던 직업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그 위상과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에서 물량팀으로 물량팀에서 돌관팀으로 다단계 구조로 내려오는 사내 하도급 방식으로 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빡시게 일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체불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였고, 4대보험을 가입하려 해도 물량팀장의 사업면허가 없어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사업면허가 있는 물량팀장 밑에 취업하여 4대보험 가입을 요구하면 시급 천원을 깎기를 요구하여 4대보험 가입을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된 안전용품과 갖가지 소모품, 하물며 출입증, 식사 비용까지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런 곳에서 이렇게 힘들게까지 일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자괴감까지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못된 현실에서 일하고 있는 주변의 동료들은 임금 체불이 되어도, 4대보험 가입이 안 되어도, 급여가 공제 되어도 이것이 불합리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니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물량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본공으로 일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어쩔 수 없이 이러한 현실에 동화되어 일 할 수밖에 없었고 문제가 있다 해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며 더러워도 참고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형님의 죽음


2012년 8월 5일 통영의 OO조선소 물량팀에서 일 할 때 입니다. 그 날은 바쁜 공정을 맞추느라 여름 휴가 때도 일을 해서 뒤늦게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던 일요일 이었습니다.


팀장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통화 내용은 OOO 형님이 현장에서 일하다 지게차에 협착되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지게차 운전기사는 무면허 였음) OOO 형님은 저랑 집이 같은 마산이라 저와 함께 카풀을 하였고 그렇다 보니 출퇴근 하면서 일 외의 사적인 이야기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동료였고 워낙 부지런하고 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배울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형님의 사망 소식에 모든 휴가 계획을 접고 월요일 아침 회사로 출근을 하였는데 그 날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 하여 현장을 가보니 중앙 통로 출입구 쪽에 사각으로 안전테이프가 쳐져 있었고 그 가운데 스프레이로 사람 형상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곳이 사고 현장 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분 있으니 여느 때와 똑같이 아침체조 음악이 흘러나왔고 각 휴게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소장 주도하에 체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간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야이 개새끼들아. 너거가 인간이가? 너거랑 같이 일 하던 동료가 어제 이곳에서 죽었는데 너거는 묶고 살끼라고 사고현장 바로 옆에서 체조하고 있나? 개새끼들아!” 외치고 주저앉아 통곡을 하였습니다. OOO 형님이 죽었다는 사실에, 그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 들이고 있는 저 개 같은 인간의 분노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여기가 사람이 살수 있는 동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쩄던 OOO 형님의 장례는 치러졌고 유가족과의 보상문제가 하청업체 사장과 이루어 졌는데 사장은 물량팀 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금액 2억원을 제시 했고 유가족과 합의가 되지 않아 소송까지 갔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데 중요 한 것은 원청인 성동에서는 10원 한 푼의 보상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법률상 원청이 책임 질 이유가 없다는 것 인데… 참 기가 막힙니다. 저거가 언제부터 법을 꼬박꼬박 잘 지켰는지…



상습적 임금체불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


우쨌던 그 일이 있은 후 한 20여일이 지나서 제가 있는 물량팀은 성동에서 쫒겨났습니다.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를 덴 것 같은데 결론은 사망 사고가 나서 업체가 손해를 많이 보았다는 것이 이유였고, 그래서 기성금도 팀장 가불금 등 여러 명목으로 공제를 해버려 기성 8천만원 중 2천만원 정도 받고 쫒겨 났습니다. 팀장은 받은 기성 2천만으로 인건비 풀이해서 나눠 갖고 더 이상은 나도 모른다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것은 팀장이 업체의 총무에게 개인적으로 5백만원을 빌렸는데 그 돈 5백만원을 공제에 포함시켰고, 팀장이 장례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례비 명목으로 5백만원을 공제 하였다는 것입니다. 참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도저히 용납이 안 돼서 업체 사장을 직접 찾아가 따졌지만 자기는 자기가 받을 돈 정상적으로 공제 했을 뿐이니 임금은 팀장한테 받아 라는 것 입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업체 사장에게 기성금 2천만원을 팀장에게 지급하지 말것을 요청 하였고 팀원 모두가 노동부에 팀장을 고소하였습니다. 고소장이 접수되자 팀장은 기성 2천만원에 지 돈 5백만원을 더하여 2천5백만원으로 임금 풀이하여 마무리 짓자는 합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때 팀원이 15명 정도 됐었는데 13명이 그걸로 합의하고 마무리 하겠다고 하였고 나머지 2명은 끝까지 소송까지 진행하겠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팀원들 각자 의견대로 13명은 합의하여 2천5백만원으로 각자 임금 받고 고소 취하 하였고 나머지 2명은 소송을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가 황당 하더군요. 소송결과는 이겼으나 팀장의 재산이 아무것도 없어서 결론은 아직도 못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공시지가 약 1억원), 자가용(약 2천 5백만원), 하물며 기성금을 입금 받던 통장 마저도 부인 명의로 돌려놓아서 팀장 명의의 재산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몇 번의 임금체불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물량팀장 대부분이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황당한 일은 6천만원 가량의 임금을 체불한 물량팀장에게 내려진 형사 처벌이 5백만원 벌금형이 끝이었습니다. 보통의 처벌 수위가 벌금 낼 돈으로 체불임금 해결하라고 체불금액의 10%정도의 벌금형을 내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량팀장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사장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당하여도 시간 빼가며 소송해봐야 못 받을 것 뻔하니 그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해서 돈을 더 버는 것이 가정 생활에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금체불을 당하여도 대부분이 포기하고 맙니다.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졌습니다


우쨌던 OOO 형의 죽음과 임금체불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냥 대는 되로 현실에 수긍하며 살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절이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 했는데, OOO 형의 사고를 기점으로 잘 못된 절을 뜯어 고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것들을 머리로만 생각 할 것이 아니라 글로써 정리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작성 한 것이 “현장 근로자가 바라본 조선산업 고용구조의 문제점”이라는 타이틀로 문제점을 정리 해보았고 또 언제 부턴가 실제로 하루 하루 벌어지고 있는 조선소 내의 문제점을 기록하기 위하여 일기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판단한 조선소의 모든 문제는 딱 하나에서 발생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작 공정의 시스템” 이였습니다.


배포해 드린 “선박 제작공정 시스템” 구조도를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선박 제작의 전처리 공정을 제외한 조립 공정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것을 보시면 제작의 모든 공정이 하청화 되어 있고 또 그 하청업체는 물량팀으로 재하청을 주고 물량팀은 돌관팀으로 재하청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소조립 공정부터 탑재 공정까지 수십 개의 하청업체와 수십 개의 물량팀이 제작공정에 참여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부 사장입니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조선소 내에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사장들이 있습니다. 이 사장들은 이익 내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익을 못내면 업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이익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바로 이점이 조선소 모든 문제점의 근원입니다.



첫째 고용의 불안정입니다.


조선소에서 사장이 되기는 아주 쉽습니다. 하청업체장 같은 경우는 1억에서 2억의 공탁을 걸어놓고 각 공정별로 물량팀만 확보하면 쉽게 하청업체 하나 차릴 수 있습니다. 중.대조 공정 같은 경우 한 업체에 할당되는 공장의 면적이 적게는 천여 평에서 많게는 수천 평의 공장을 할당 받습니다. 물론 공장안 모든 설비는 갖춰져 있습니다. 그곳에 일 하는 인력은 적게는 60여명에서 많게는 200명 가까이 되는 업체도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천여 평의 공장과 100여명의 직원을 둔 회사를 조선소 안이 아닌 밖에서 차리 려면 얼마의 돈이 들겠습니까? 아마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해야만 가능 할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조선소 하청업체는 돈 1억에서 2억 꽂아 넣고 몸만 들어오면 되니 얼마나 식은 죽 먹기 입니까? 이렇게 쉽게 시작하다 보니 끝내는 것도 식은 죽 먹 듯이 끝냅니다.


야밤 도주를 하거나, 직원들 임금인 기성금을 들고 먹튀 하는 업체장도 많이 보았습니다. 하청업체장이 이럴진데 물량팀은 어떻겠습니까? 물량팀장은 걸어야 하는 공탁금도 없습니다. 하물며 사업자 면허가 없어도 하청업체와 계약이 가능합니다. 초창기는 긴급 물량을 쳐내기 위해서 들어오는 팀을 물량팀이라 하였는데 요즈음은 한 업체에 적을 두고 상주하며 일하는 것이 물량팀 입니다. 초창기 개념의 물량팀이 현재는 돌관팀이라고 합니다.


돌관팀의 뜻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돌격하여 관철하자”라는 뜻이랍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돌격대입니다. 그런데 이 팀들은 돌격해서 관철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돌격하여 관철 시킬 다른 사업장을 찾아 옮겨야 합니다.


물론 하청업체장이 물량팀이나 돌관팀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하청업체에서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를 “본공” 이라고 합니다. 본공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조립에서 탑재까지 모든 공정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작업이 취부, 용접, 사상 작업입니다. 이외에 총무, 경리, 공구장, 소장, Q.C, 배제, 곡직, 청소등의 필수 인원이 있는데 이들은 각 작업별 1명에서 4명 정도 소수의 인원이 필요합니다. 이 인원은 대부분 본공으로 채용하고 용접, 취부, 사상 작업은 각 작업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의 인원이 필요 한데 이중 일부를 본공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를 물량팀과 계약을 해서 도급을 줍니다.


그런데 하청업체는 용접, 취부, 사상 작업의 작업자를 본공으로 채용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왜냐 하면 예를 들어 블록 하나의 수주금액이 100만원이라면 업체 이익 20만원 정도 빼고 80만원에 물량팀과 계약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본공을 쓰면 그 블록의 제작 원가가 100만원을 넘을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물량팀의 작업생산성이 높고 인원 관리도 할 필요가 없으니 물량팀을 선호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업체는 본공으로 채용하여 쓰더라도 일정 기간이 되면 본공을 없애고 물량팀으로 대체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듯 하청업체나 물량팀 모두 쉽게 시작 할 수 있고 쉽게 끝 낼수 있으니 업체나 물량팀의 유효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짧게는 1~3개월 길면 2년 정도 였습니다. 좀 길게 간다는 업체는 1년을 주기로 업체 이름이 바뀝니다. 이게 세금 회피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어떻게 회피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업체의 유효기간이 짧으니 고용의 유효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둘째 임금체불 문제입니다.


원청에서 하청업체를 넣을 때 공탁금외 업체장의 충분한 검증이 없습니다. 업체장 역시도 쉽게 시작하다보니 사외 업체 사장들에 비해 책임의식도 떨어집니다. 당월에 기성 보다 인건비가 많이 나오면 가불을 합니다. 업체장은 원청에서 물량팀은 업체장에게... 여기서 가불은 다음 달 공사 기성을 미리 당겨 받는 것 입니다. 다행히도 다음 달에 이익을 내어 가불 받은 기성을 매울수 있으면 되는데 다음 달도 적자가 납니다. 이러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작업자들의 인건비를 적게는 20% 많게는 50%를 부족하게 지급합니다. 부족한 금액은 다음 달에 지급 하겠노라 약속합니다. 그런데 다음 달도 부족하게 지급됩니다. 결국 이 20~50% 미지급 임금은 체불임금으로 연결 됩니다. 계속 이러면 일하는 사람들이 이 업체에서 일 하고 싶겠습니까? 그러다보면 자연히 한 두명씩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래서 조선소의 이직율이 높은 것 입니다.


이렇게 업체의 적자가 누적되다 보면 어느 날 사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만 안보이면 다행인데 돈(기성금)도 같이 없어집니다. 임금체불의 문제는 제가 쓴 일기 내용에도 3번이나 언급 될 정도로 빈번합니다.


이런 체불임금은 제가 서두에서 언급 했듯이 업체장이나 물량팀장이 본인들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다 만들어놓고 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한 번 체불된 임금은 받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체불한 사업주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임금체불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지고 그럼으로 똑 같은 문제가 몇 십년이 지나도 하나의 개선도 없이 반복해서 발생되고 있는 것 입니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 임금체불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가정이 무너지면 국가의 기틀이 무너지는 아주 중대한 중범죄입니다. 임금체불 사업주를 경제 사범이 아닌 가정파괴 형사범으로 인식을 바꾸어 아주 엄중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문제는 비단 조선업만의 문제가 아닐 것 입니다.


셋째 안전 불감증입니다.


서두에도 말씀 드렸듯 조선소는 모든 공정이 수십 개의 업체와 그 밑의 물량팀 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각기 업을 하는 사장입니다. 이익을 못 내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청업체의 원가는 인건비가 90% 이상이고, 물량팀은 100%가 인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하청업체나 물량팀 모두 공수를 최대한 적게 들여 빨리 공사를 끝내는 것이 이익을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런데도 현장에서 안전이 최우선으로 돌아가겠습니까?


말은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누구나 말하고 있지만 안타깝지만 조선소에서 안전은 제일 마지막 순위입니다. 왜냐 하면 안전 매뉴얼 다 지켜가며 일 하면 업체장이나 물량팀 모두 돈이 안 됩니다. 그러니 위험 한 것 알면서 작업을 시키고 또 작업자는 위험 한 것을 알면서 할 수 없이 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2미터 이상의 고소 작업은 발판 없이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발판 작업을 업체에서 신청하면 작업공정에 맞추어져 제때 설치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발판 작업도 워낙 위험한 작업이라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판작업은 항상 제작공정 보다 한 템포씩 늦어집니다. 그렇다고 업체에서 발판공정 맞추어 제작공정도 늦추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왠 만한 높이는 사다리 놓고 진행시키고 하물며 사다리로도 안되는 곳은 크레인에 쓰레기통을 달아서 그 속에 작업자를 탑승시켜 일을 하도록 지시 하기도 합니다. 왜? 작업 공정을 늦추면 돈이 안 되니까!


그리고 밀폐 공간에서는 작업간 혼재 작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취부, 용접, 사상 작업자가 한 블록의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 합니다. 왜? 한 작업 끝나고 한 작업씩 들어가면 그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돈이 안 되니까!


그런데 어쩌다 안전 매뉴얼이 칼 같이 지켜지는 날이 있습니다. 어떤 때인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노동부나 산재공단에서 안전점검 나오는 날입니다. 이날은 안전 매뉴얼이 칼 같이 지켜집니다. 노동부나 산재공단 관계자님들 업체 안전점검 나올 때는 점검 나온다고 소문 좀 내지 마시고 소리 소문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오십시오! 그래야 제대로 된 점검을 할 수 있습니다. 제발요!!!!!!



넷째 품질 불감증입니다.


제가 보았을 땐 이 문제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문제가 아닐까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 합니다. 이 문제 역시 하청업체장과 물량팀장의 주머니에 들어가야 하는 돈과 관련이 많습니다. 앞의 “선박제조 공정 시스템”에서 보듯이 선박제조의 모든 공정은 각개 전투 방식입니다. 얼핏 보면 하나의 조직으로 보이지만 모두가 제각각인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잘되면 되는 조직”입니다. 모두가 따로 국밥인 조직이다 보니 조직과 조직간 또는 공정과 공정간 또는 작업과 작업간 의사 소통이 안 됩니다. 한 가지 문제가 터지면 해결 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하물며 한 업체에서 일하는 취부 물량팀과 그 다음 공정인 용접 물량팀 또 다음 공정인 사상 물량팀 끼리도 내 공정만 문제없이 빨리 끝내면 돈이 되기 때문에 다음 공정의 품질은 생각 없이 작업을 합니다. 왜? 내가 돈이 되야 하니까?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부재와 부재를 붙이는 취부 작업을 하다보면 블록의 치수 문제 때문에 부재와 부재간의 GAP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한 쪽면을 FULL 용접후 다른 반대면은 가우징을 실시하여 결함을 제거후 다시 FULL용접 토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의 용접 작업구간이 50센티미터라고 한다면 표준대로 작업을 했을 때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는 한 쪽면을 FULL용접후 반대면은 가우징 없이 용접비드만 만들어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작업 했을 경우 약 1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표준 작업을 했을 때 보다 절반 정도의 시간이면 작업을 끝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으로 봤을 때는 두 작업 모두 품질 상태가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이 업체장이고 물량팀장이라면 어떻게 작업을 시키겠습니까? 대부분이 후자의 방법으로 작업지시를 합니다. 하물며 표준대로 작업하면 팀장한테 욕 먹습니다.왜? 팀장이 돈이 안 되니까? 품질과 관련된 부분도 저의 일기에서 몇 번의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조선소의 경쟁력을 떨어 뜨릴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10분이라는 시간 한계 때문에 모두 발언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어째던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원청에서 하청, 하청에서 물량팀, 물량팀에서 돌관팀 형태로 내려오는 재하도급 구조로 이 각각의 조직들은 돈이 안 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표준, 절차, 법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에게 일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조선 산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어두운 국제경기, 방만한 부실경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더군요. 그런데 왜? 이런 잘못된 시스템은 위기의 원인으로 이야기 되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조선소는 10년 후면 다 문 닫을 것 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바로 이 잘 못된 시스템 때문에 10년 후면 대한민국 조선소가 아무리 잘 나가도 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 나이가 43세입니다.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팀에서 외국인을 제외하면 제가 막내입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모두 50대 이상입니다. 과연 이분 들이 몇 살까지 조선소에서 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비정상 덩어리인 이 조선소에서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 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조직에서 일 하려 하겠습니까?


지금도 조선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자의 보다는 타의에 의해 나가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런데 자의 이던 타의 이던 지금 조선소를 떠난 사람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왜? 대한민국 조선소는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조선소를 살리시려면 어느 조선소는 죽이고 어느 조선소는 살리고 또 누구는 짜르고 누구는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의 시스템을 구조 조정” 하여야만 대한민국 조선소의 진정한 미래가 있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쟤가 한때는 젊은 혈기에 이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 볼려고 설치고 다녔던 때가 있습니다. 나눠 드렸던 자료들 중 “고발문” 이라는 타이틀로 되어진 자료들은 문제점 하나별로 아이템을 선정하여 고발문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우쨌던 나눠 드린 자료를 보시면 더욱 상세하게 조선소의 문제들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것들 참고하시어 대한민국 조선소의 잘 못된 비정상을 정상으로 잡아 주시는데 힘쓰주십시오. 여러분!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