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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진주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와 진보진영의 이중적 과제

촐처 : 경남 도민일보

 

권오범(노동당 진주당원/경상대학교 시간강사)


지난 5월 2일 저녁 7시, 세계노동절 다음날 노동당 진주시당원협의회(이하 노동당 진주당협)는 진주시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토론회는 2015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진주시 대학생 아르바이트(파트타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의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준비되었다. 토론자로는 알바노조 부산지부 및 민주노총 일반노조 서부경남지부 관계자, 경상대학교 및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대학생 2명 등 관련 분야의 활동가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였으며 유익한 토론과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실태조사 사업과 보고서 작성, 정책토론회의 실무를 담당, 진행하면서 떠오른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실태조사 요약

먼저 설문응답자는 총 206명으로 인구학적 특성을 먼저 살펴보면, 응답자의 54.9%가 여성, 46.1%가 남성으로 나타나며 응답자의 99%는 20대이며, 직업 혹은 현재 상태는 97%가 현재 재학생, 1.5%가 취업준비생, 1.5%가 휴학생으로 응답하였다. 물론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확인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주요 응답 비율은 <표 1>에 정리하였다.

 

*야간근로수당 및 주휴수당 미지급 퍼센트의 경우 해당자(야간수당: 야간근로를 하며 근무처의 피고용인이 5만 이상되는 응답자, 주휴수당:주15시간 이상 일하는 응답자)을 대상으로만 계산한 비율이다.

의외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응답자가 18%이며 82%는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현실과 비교하면 조사결과상의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응답자 비중은 과대 평가되어있을 수도 있는데 관행적으로 많은 자영업 고용주들이 근로기준법 상의 수당(야간근로, 주휴, 초과근무)을 미지급 하는 대신 시급을 최저임금 기준에 비해 1000~1500원 이상 책정하여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외로 특별히 언급할만한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는 높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다. 응답자 중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또 교부받은 응답자의 비율이 17%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강도의 증가, 노동조건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대체로 노동조합이 아니라 퇴사후 지방고용노동청 진정으로 노동권의 권리구제를 진행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의 특성상 권리구제를 위한 노력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상황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노동당과 진보진영이 펼친 최저임금(시급기준) 1만원 운동에 대한 호응도를 물어보기 위해 2016년 최저임금 1만원은 적당한 금액인가를 물어보았다. 응답자의 36.3%는 ‘많다’라는 답변을 했지만 52.5%는 ‘적당하다’, 4.4%는 ‘부족하다’를 의견을 나타냈으며 ‘기타’ 로 응답한 6.8%는 모두 스스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시간 당 최저임금을 적었는데 모두 6030원을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즉, 응답자의 63.7%는 최저임금 1만원 운동으로 표현되는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을 지지하는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노동당 진주당협이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특징으로는 문항에 대한 응답 퍼센트를 살펴보는 빈도분석 외에도 두 변수간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교차분석을 시도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유의수준 0.1 기준. 유의수준 0.1이라는 말을 쉽게 풀이하면 우연적으로 변수간의 통계적 차이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대 10% 미만으로 허용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나 여타의 근로기준법 상으로 보장된 급여와 법정수당, 4대 보험 등 괜찮은 노동조건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보장받기 힘든 상황의 주요 요인으로 자영업의 영세성과 과잉경쟁이 지목된다. 이는 관리감독만으로 최저임금 준수를 강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업체부터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법 상의 복리후생을 지킬 것을 요구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본 보고서에서는 교차분석을 통해 서비스업종 내에서의 가맹점 여부에 따른 최저임금 준수 여부의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표 2>에서 눈 여겨 볼 점은 가맹점 중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비율이 자영점의 그것보다 높다는 점이다. 근무처가 자영점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사람의 비율은 16.4%인데 반해 가맹점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사람의 비율은 27.1%이다. 또한 2015년 최저임금인 5,580원 보다 더 많은 시급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도 약 20%의 차이로 자영점이 더 많은 편이다. 교차분석을 통해 가맹점의 노동조건이 미세하게나마 더 나쁜 것으로 나오는 이유는 업직종별 최저임금 준수 여부 교차분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로 표를 첨부하지는 않겠지만 업직종별 교차분석에 따르면 편의점 매장관리 아르바이트 노동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약 62.9%가 최저임금 수준 미만의 임금을 받았다고 응답하였다. 물론 이렇게 높은 수치는 다른 직종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편의점 노동조건의 열악함은 자영점에 비해 가맹점의 노동조건이 취약하다고 관찰된 이번 실태조사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추가로 만약 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노동조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자영업체의 영세성과 과잉경쟁(물론 그렇게 되도록 야기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의 갑질이나 골목상권 침탈은 이 조사에서 다룰 수 없다.)이라면 가맹점인가 자영점인가 여부를 떠나 영세한 자영업체 일수록 최저임금 위반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표 3>은 피고용인이 5인 이상인가 또는 5인 미만인가 하는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 준수 여부가 차이가 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신이 일하는 근무처의 피고용인이 5명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 중 7%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는데 반해 5인 미만으로 답한 사람 중 33.8%가 그에 해당하였다. 이런 경향은 서비스업종에 대한 필터링 없이 전업종에 대한 교차분석을 실시해도 거의 비슷하게 관찰되었다.

아르바이트 노동과 진보진영의 이중적 과제

사실 지역에 큰 상관없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별다른 실태조사 없이도 알 수 있는 것인데 무엇으로, 어떻게 이 문제에 개입할 것인가하는 주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이번 실태조사 정책토론회에서 강조된 내용은 바로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엄격한 근로감독과 근로감독관 확충 및 아르바이트 노동 전담부서 설립 등 이다. 이와는 별도로 교차분석에 나온 내용대로 열악한 노동조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자영업 사업체의 영세성과 과잉경쟁 때문이라면 근로감독의 강화와 같은 단순한 해결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조직화라는 정답을 잠시 미뤄둔다면 해당 사안에 대한 진보진영의 이중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진보진영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건물주의 갑질로부터 상가임대차 관계 상의 임차인과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면서도 파트타임 노동자의 노동권을 명확히 옹호해야한다. 얼핏보면 상충될 수도 있는 이중적 과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이렇다할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보고서 실무담당자의 입장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2016년 3월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 총회에서 노동당은 건물주의 갑질과 강제퇴거에 맞서는 투쟁에 연대하였다는 취지로 감사패를 받았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2014~5년 상가임차인권리상담소 활동을 비롯해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고급주택화,상권활성화로 임차인이 쫓겨나는 현상)과 임대차 상인에 대한 건물주의 갑질에 저항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2015년 6월에는 알바노조, 맘상모, 노동당이 공동으로 <노동자와 임차상인이 함께 여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이라는 주제로 2016년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진보정당과 상가임대차 관계에 있는 상인들과의 연대는 완전히 새로운 관계는 아니다. 2000년 정식 창당 된 민주노동당은 상가임대차보호공동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상가임대차 토요 법률상담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층 민중들의 지지를 받아 2001년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같은 해 12월 보수정당으로부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노동당의 모범 사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진보정당의 상가임대차 관계의 상인을 보호하는 활동을 이어 받으면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일견 상충되어 보일 수도 있는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활동과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직면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2015년 최저임금을 지키라는 내용의 알바몬 CF 광고 중단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사안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진 상태이며 보수정당조차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을 마지못해 찬성하게 되었다. 이번 실태조사를 요약, 소개하는 입장에서 진보진영의 이중적 과제를 이야기 했지만 사실 새로운 문제의식이 아닌 만큼 오래된 해결책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극소수의 진보 명망가, 지식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적 기획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민중의 사회운동과 그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진화된 좋은 정치적 기획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