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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조선노동자로써 안타까운 작금에 현실을 여기 담아봅니다.


저는 STX조선해양에 20여년을 근무중인 노동자입니다.
 2001년 (구)쌍용중공업  임원 출신인 강덕수 회장으로 부터 기업경영이 되면서, 짧은기간 내 급성장으로 비3와 대등하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룹총수의 끝없는 야망과 오만으로 시작된 중국진출이 단초가 되어 결국 2013년 4월 유동성 악화로 인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긴급자금지원을 조건으로 당해 7월 임금인상.복리후생 추가 요구를 자제하는 등 5가지의 항목으로 노.사 동의서를 제출,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회생의 불씨를 살려보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5년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매2년 정기실사를 안진.삼일 회계법인으로 부터 받는 중, 10월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자금악화로 채권단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부와 채권단은 강도 높은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강요했고 그 여파로 STX조선이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지난해 11월 채권단은 추가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STX조선의 회사 정상화 관련 자구계획 이행안 및 노.사 동의서가 추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하였고, 사측은 급여10%삭감, 인원감축 30%, 경쟁력 없는 사업철수, 일부직종 아웃소싱 등 8개 항의 자구책 마련이라며 현장에 또 한번 희생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습니다. 사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지회는 일체 경영간섭 및 쟁의행위 금지. 인원감축. 임금삭감 3개 항목의 내용이 포함된 노.사 동의서를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 설계인력 아웃소싱을 시작으로 12월 1일부터 연봉직.일반직(조합원)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을 진행하였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월 15일부터 2차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80여명의 노동자가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측은 이전 실사당시 제출한 자구계획 이행안을 근거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및 복지축소. 임금삭감을 지회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시도 하며 생산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옥죄기에 혈안이 되어 무차별적으로 현장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지회에서는 이러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금속 노조의 조기교섭 승인절차를 거쳤습니다. 임.단협 교섭을 통한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를 눈 앞두고 있는 시점에  또 사측은 금년 1월 29일 만기도래 된 채무상환액(약680억) 채권단으로 부터 지원이 안될 경우 1차 부도설 운운하면서 또 다시 지회를 압박하여, 결국 당일 상여금 550%지급을 유보한다는데 동의서를 받아내고 채권단에 기존 집행 금액에 잔여 액 4300억중 일부인 1600억을 지원받으며 사실 여부 확인되지도 않던 1차 부도설을 잠재워진 상태입니다.
끊임없는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지회는 손 놓고 코 베이는 꼴입니다. 노동조합의 주체인 조합원으로서도 도대체 노동조합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사측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은 동의서제출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2015년 11월 노.사 동의서 제출 당시 오늘의 이 사태는 예견되었던 것입니다. 채권단과 사측의 전략을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했어야 했었습니다. 근시안적 대응으로 조합원 전체의 동의절차도 무시한 채 적당히 봉합하려 했던 집행부의 초기대응부터 문제가 되었습니다.
회사경영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경영주체인 채권단의 책임이 자명한데도 현장의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부당함을 분명이 했어야 합니다.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희생을 단호히 거부해야 했습니다. 채권단이 선임해서 대리인을 자임했던 대표이사의 근본적인 태도변화가 없을시 채권단간 직접 대화를 통해 맞서야 했습니다. 실질적인 교섭의 상대와 맞서야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출근길이 계속되고 있다. 살아있는 노동자라면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현재 채권단은 추가지원의 빌미로 이전에 합의 되었던 단협 불이행을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불합리적인 요구를 할 것인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노동자의 목숨줄을 끊어버리는 해고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