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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부당노동행위 백화점, 삼성테크윈

이유있는 밤 네번째 삼성테크윈지회 노동자이야기

"정당한 노조활동에 징계해고라니...어이가 없네"

 

2월 24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된 이유있는 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삼성테크윈 지회 노동자들이었다.
삼성자본이 삼성테크윈을 환화그룹으로 매각하면서 민주노조 무력화를 위한 복수노조 설립과 어용노조의 편에선 한화자본의 부당징계 해고,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 한 이야기 손님은 삼성테크윈 지회에서 법률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권오택 삼성테크윈 지회 법규부장, 금속노조 법률원에 근무하면서 경남지역 노동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김두현 변호사, 경남노동자 민중행동의 대표 손송주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야기는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은 어떠한 이유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투쟁의 과정에 나서게 되었는지부터 시작되었다. 
2014년 11월 26일,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삼성계열 4개사 노동자 8,800여명은 한화그룹으로 팔려간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삼성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가족’이라고 칭해왔고, ‘당신은 세상에서 선택받은 최고의 인재’라고 교육해 왔는데, 자신의 운명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삼성 테크윈 노동자들은 강한 배신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자본의 일방매각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노동3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비대위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약속하며 비대위는 해산을 선언하게 된다. 그 뒤 2014년 12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 지회 설립총회’를 가졌다. 그러나 12월 17일 삼성테크윈 노동조합이라는 기업노조가 설립되었고 복수노조사업장이 되었다.

 

부당징계해고에 맞서고 있는 삼성테크윈 지회 노동자들

지회는 매각철회투쟁과정에서 무려 5차에 걸쳐 121명의 징계를 받았고 심지어 5차 징계에서는 해고자 6명이 나왔다. 현재 1,2,3차는 중노위 판정을 받았고 4차는 중노위 중이고 5차는 지노위 결정문을 수령한 상황이다. 회사는 1,2차 중노위 패소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삼성테크윈 지회는 1차 징계부터 전 조합원 출투, 퇴투 및 법정투쟁을 전개하는 등 노동조합활동을 억압하려는 사측의 시도에 맞서 출퇴근 투쟁등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실제 박진호 대의원, 박노년 조합원이 정당한 조합활동과 연장근로 문제로 해고됐을 때도 동지들의 가열찬 출투, 퇴투 및 사내 투쟁을 통해 재심에서 무기정직, 정직 3개월로 감경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의 민낯

삼성테크윈 건물의 화장실 사용을 못하도록 출입을 거부하고,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등 어이없고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민낯이다. 

“지난 1/15일 삼성테크윈 판교 R&D센터에 매각철회 항의집회를 갔을 때 사측이 화장실을 사용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출입을 거부한일이 이었습니다. 이에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사측 관리자가 한줄을 서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 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항의하는 과정에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었는데 사측은 이를 빌미로 우리 조합원들을 감봉, 감급등의 징계를 하였습니다. 또 2/13 2사업장에서 중식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3사업장의 지회장 이하 임원 4명이 출입을 하였다가 무단침입을 이유로 정직 15일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노동조합의 임원이 휴게시간인 중식시간에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사업장에 들어온 행위를 중징계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 일 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도 인정되고.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한 징계임을 중앙노동위원회가 인정한것이지요. ” 중앙노동위원회마저 노조 손을 들어주었던 판교R&D샌터에서 벌어진 화장실 출입 사건을 권오택 법부장의 유머 섞인 이야기를 웃으며 들었다. 반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마저도 막아서는 자본의 태도에 황당하면서도 ‘저들은 정말 노동자를 인간으로 취급하는지’ 씁쓸함을 느꼈을 삼성테크윈 지회 노동자들의 심경이 전해졌다.  이런 걸 웃픈일라고 해야 하는 걸까? 

해고, 징계, 조합탈퇴 공작, 협박, 회유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는 해고, 징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 삼성테크윈지회 최대인원은 1250명 정도 됐으나 현재 1100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조직적으로 직장, 반장 등 일선 관리자에 대해 탈퇴공작을 진행하고 병역특례자에 대해서는 특례심사 가점을 미끼로 탈퇴를 종용하고, 촉탁직 선배님들에 대해서는 계약연장을 빌미로 금속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지회는 조합원들의 부단한 채증으로 수집한 증거를 경향신문에 제보하여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노동부가 직권조사에 나섰습니다. 실제 사측 관리자 대형생관 남형욱 그룹장과 이상근 파트장이 노동부 조사를 받았고 직장, 반장, 특례, 촉탁직 선배님들에 대해서 노동부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후에도 삼성 테크윈 지회는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였다.
매일 매일 전쟁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삼성 테크윈 노동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치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도 그 고단함을 나누어주고, 손잡아주는 따뜻한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측의 부당한 노동행위를 입증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감히 꿈꿔보지도 못할 일들이다. 부당노동행위 입증을 위해서는  서면, 녹취(당사자간 녹음은 합법) 등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을 확보해야 하고, 인사평가/발령 등 차별은 비조합원의 경우와 통계를 내어 차별을 입증해야 한다.

김두현 변호사는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실, 70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여전히 유효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 노동법이 있어도 노조가 없으면 보호받기 어렵다. 그래서 노동자의 단결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단결해도 노동법이 망가지면 손 쓸 방법이 없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박근혜정부의 노동개악으로 더욱 열악해질 노동현실을 극복해가기 위해 “노동자의 정치 참여를 비롯한 더 큰 단위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삼성기업의 능력있는 인재에서, 노동자로 거듭나다.
 
삼성에 다니면서 나는 뭐가 특별한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왔다는 권오택법규부장은 노조활동을 하면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 능력있는 삼성맨이 아니라 진실은 힘없는 노동자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는 약자입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헌법과 노동법은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의 행사를 통해 근로조건 유지개선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우리는 약자이기에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고 약자이기에 강자인 사측에 대해 집단의 힘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조합 활동을 했음이 명백함에도 일단 징계하고 해고하고 보는 이런 천박한 자본의 행태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조활동을 통해 단단하고 정의로운 노동자로 서게 된 삼성 테크윈 노동자들이었다.

 

 

이유있는 밤에서 만난 노동자들

1월부터 4회에 걸쳐 진행된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 한 ‘이유있는 밤’에서는 파산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통영의 신아 sb노동자, 이윤에 눈멀어 위장폐업으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려 있는 KBR 노동자, 쪼개기계약 등으로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사용하는 한국GM에 맞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온갖 부당행위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것에 맞서 당당하게 노동자로 투쟁하고 있는 삼성테크윈 지회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몇 년 동안 투쟁하면서 많은 곳을 가보았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었다던 신아 sb지회 김민재 지회장, 20여년 일해왔지만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 공장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이종철 회장은, 돈에 환장한 사람이라며 한숨을 내쉬던 kbr 박태인 지회장, 쪼개기 계약이 부당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서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함께 연대하겠다던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김희근 지회장, 노조를 만들고 투쟁해왔던 선배들보다 30년 늦은 출발을 했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정권의 폭압적인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투쟁해 나아겠다던 삼성 테크윈 지회 권오택 법규부장까지 바로 특별하지 않은 우리 일상 속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부당함에 맞서 싸우며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다양한 자리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