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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삼성맨, 노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나다

삼성테크윈지회와의 간담회 현장

※지난 5월 12일 경남도민일보 3층강당에서는 도민일보 갱블(갱상도블로그) 블로거들과 함께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간담회가 있었다. 경남노동자민중행동 웹진 필통도 이 자리에 함께해 삼성테크윈지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이야기했다. ( 정리: 필통운영진 정규송)

삼성테크윈지회 건설과정과 매각반대 투쟁
먼저 윤종균 지회장이 간략하게 현재까지 삼성테크윈지회가 걸어온 길과 현황에 대해서 짧게 발표했다. 삼성테크윈이라는 회사는 본래 삼성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있다가 2000년에 삼성테크윈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주로 항공기엔진 등의 항공부품 생산, 자주포, 장갑차 등 방위사업, 최근에는 반도체 부품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현재 삼성탈래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함께 삼성테크윈은 한화로의 매각발표가 나 있는 상황이다. 이 매각 발표가 삼성테크윈지회가 건설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현재 삼성테크윈은 총 4개의 사업장으로 분리되어 있고 판교의 R&D사업장, 창원의 1,2,3공장이 있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이 중 창원 2,3공장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다. 기업노조는 판교의 R&D 사업장 연구원이 대부분이고 1공장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2014년 11월 26일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테크윈 매각이 발표되면서 12월 10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12월 17일 기업노조(삼성테크윈노동조합)가 설립되었고 노동조합 파괴로 유명한 노무법인 서원이 기업노조의 자문을 맡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론에서는 위로금만 다루지만 우리 목표는 위로금이 아니다
윤종균 지회장은 삼성테크윈 내에 노동조합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이 되고 있지만 대부분 ‘위로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지회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일방적 매각반대, 삼성그룹의 성실한 사과, 고용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업노조가 대표교섭 노조로서 교섭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삼성테크윈지회는 투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매각 4사의 매각반대 투쟁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업노조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 예로 2015년 1월 매각4사 공동투쟁에서 매각 4사 노동조합이 ‘공동교섭단’을 꾸리기로 한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의 기업노조가 독단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알게된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강력하게 기업노조에 항의했고, 기존 노동조합 대표가 독단적으로 교섭체결권을 가지고 있던 것에서 조합원들의 투표로 교섭안에 체결하는 것을 약속하게 만들었다. 삼성테크윈지회가 노동조합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4사를 매각하려는 이유
삼성테크윈지회 간부들은 삼성이 4사를 매각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건희에서 다음 세대로의 경영세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너일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삼성계열사와는 달리 삼성테크윈을 포함한 매각 4사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형태이다. 이럴 경우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절약하고 동시에 삼성오너일가 차원의 산업별 재배치가 완성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이는 5월 10일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날을 전후로 한 경영 성과발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2010~13년까지 삼성테크윈은 매년 1000억에서 2300억원 순이익을 내는 알짜회사였다. 2014년 1분기에도 순이익을 계속 내고 있었다. 이런 알짜기업이 5월 10일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2014년 3분기에 1000억 적자 발표가 났다. 아무리 이건희 효과라 하지만 경영세습을 위한 전단계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이러한 경영세습에서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왔던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이 가장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은 매각 사실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11월 26일 매각발표가 나기 전날 100억의 주식이 팔렸다. 이미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매각은 일정정도 알려진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한화 쪽 임원의 경우 이와 같은 매각설이 3년전부터 입에 오르내렸다고 한다.

삼성의 노조 대응 매뉴얼
널리 알려진 삼성의 노조대응 매뉴얼은 첫 번째,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싹부터 잘라내는 것. 두 번째 만약에 노조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인사과를 통해 기업노조로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은 두 번째 단계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삼성테크윈지회가 건설되자 사측은 곧바로 기업노조 건설을 진행했다. 인사과를 통해 기업노조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며 회유한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노력(?)으로 현재 기업노조가 금속노조보다 숫자가 일정정도 앞서도 있으며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탄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조끼를 입고 근무중이며 중식집회/휴식시간 집회 등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이런 노동조합의 활동에 다른 자투리들을 합쳐 징계를 진행했고 현재 징계위에 오른 조합원만 수십명이 되고 1명의 해고자도 발생했다.

무노조 삼성맨으로 살 던 시절
삼성테크윈지회 간부들은 무노조 삼성맨으로 살던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고 더 많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는 대신 더 많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제공한다는 것이 암묵적인 삼성 노동자들과 사측과의 약속이었다고 한다. 그 약속을 믿고 삼성노동자들은 각종 부당한 사내문화와 규정에도 말없이 침묵하며 살았다고 한다.
부당한 사내 규정 중 하나로 취업규칙을 예로 들었다. 지금 구할 수는 없지만 수년전까지만 해도 취업규칙에는 ‘명랑 쾌활하게 행동한다’는 문구가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 취업규칙은 신기하게도 4개 공장마다 모두 달랐다고 한다.
최근에 쟁점이 된 보안서약서도 그 한 예이다. 방위사업체이기 때문에 보안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노동조합이 있었던 현대로템, 현대위아의 보안서약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삼성테크윈의 보안서양서에는 개인메일, 핸드폰 개인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조합으로 세상을 알게 되었다
윤종균 지회장은 4사 매각 때문에 삼성테크윈지회가 만들어졌고 각종 사찰과 파괴전략이 횡행하는 무노조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꾸려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일방적 매각에 의한 제2의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 삼성에 일하는 임직원도 언제 또 이 같은 일이 날 줄 모른다. 우리는 삼성에 있는 모든 삼성맨들이 노동자로 거듭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동자로 태어난 것 가식적일 수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문제, 국가 전체, 원래 이런 것 나몰라라 했었다. 잘못되고 잘 되는 것 관심 없었다.            

 하지만 매각을 통해서 노조 만들며 나보다는 동료, 주위, 사회, 대한민국 전체를 볼 수 있는 노동자로 다시 태어났다.”

“무노조 경영전략=한국의 제1기업”이라는 도식이 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삼성테크윈지회의 건설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과 삼성을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