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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직선제 무엇을 남겼나?

 

 

 

조태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

 이제 중3으로 올라가는 큰아들 친구의 꿈은-(큰아들의 꿈이 절대 아니다) ‘착한 사채업자’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청소년의 꿈이 사채업자라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착한 사채업자가 되고 싶다는 그들의 사채업자에 대한 인식도 충격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영재로 영재교실에 다니든 사채업자가 꿈인 이 아이는 요즘은 온라인 게임 페인을 산다고 한다. -(가끔 아파트에서 후두티를 입고 다크서클이 자글자글한 그놈을 본다. 사실 난 그놈이 좀 무섭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도 고리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사채업자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제출하고 결국 장기까지 팔아서 빚을 갚는 이야기가 이제 심심찮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나온다. 난데없이 민주노총 직선제 관련 글에 왜 사채업자 이야기인지 궁금하시겠죠.

사채업자에게  고리의 이자 상환에 시달리듯이 나는 민주노총 직선제 관련한 글을 이은주 동지에게 독촉 받았다. 민주노총에게도 임원직선제는 꼭 사채업자에게 갚아야 하는 고리의 이자와 같았다.

◯ 직선제 선거의 절박성
민주노총의 직선제 시행에 대한 과정을 보면 직선제는 사채업자에게 빌린 고리의 이자와도 같다. 반드시 갚아야만 하는 사채이자처럼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문턱을 먹지 못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벽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2기 이갑용 집행부에서 제기 되었다. IMF 경제위기와 노사정위원회 참석 및  정리해고제 수용 파동을 겪으면서 조직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된 것이다. 이후 직선제와 관련한 논의는 노동운동의 위기와 민주노총의 지도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 되었고 2007년 4월 19일 민주노총 40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총 투표자 579명중 407명 찬성(반대 172)으로 민주노총 임원(위,수,사) 직접선거를 결정했다. 하지만 각 산별의 그 동안의 선거관행이 틀려 하나의 규정으로 통일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수순의 선거를 치루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웠다.

2008년 5기 지도부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거쳐 임성규 집행부 시기 2009년 9월 28일 47차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준비의 부족 등을 이유로‘직선제’실시를 3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3년은 쏜살같이 흘렸고 직선제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투표과정에 대한 부정투표 시비까지 겹치면서 민주노총 직선제의 공정성 담보에 대한 부담은 더욱 높아만 갔다.2012년 김영훈 집행부에서 10월 30일 55차 대의원대회에서‘직선제 3년 유예’를 결정했으나 이후 대대 성원문제가 제기되어 정족수 미달로 결정 무효 처리 되고, 직선제 미실시 책임을 지고 김영훈 위원장이 사퇴한다. 이후 장기간의 집행부 공백이 있고 2013년 신승철위원장이 당선되었다. 2013년 1월 24일 56차 대대에서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직선제’를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의 유예도 피할 방법도 없다 2014년 민주노총에게는 직선제는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업이었다. 또 다시 직선제를 실시하지 못할 경우 민주노총은 자신의 결의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조직될 것이고, 차기 지도부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에 대한 논란 등 조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직선제 과정에서 부정투표 시비가 벌어지는 순간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투표와 함께 자본과 정권의 온갖 음해로 결국 조직이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있는 상태에서 산별조직의 투표관행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본격적으로 8월부터 직선제 준비를 위한 사업들이 시작되었지만 조직 곳곳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직선제를 실시하는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많았다. 부정투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마련된 엄격한 선거규정 때문에 규정에 맞게 선거를 치룰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10월 30일까지 선거인명부가 취합되고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었다. 내심 단일후보나 2개조 정도 출마해 한 번에 선거가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4개조가 출마하면서 이미 결선투표가 예정되었다. 12월 24일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8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한상균후보를 확정공고해 처음으로 직선제로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평가
민주노총은 직선제의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노총의 노동대표성을 강화하고 조직민주주의의 확대, 조직통일성 강화, 노동운동혁신에 대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선거초기에는 직선제 선거규정의 엄격함과 기존 관행 등이 충돌하면서 직선제 완수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막대한 재정투입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었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선거업무는 각산별에서 일사분란하게 집행되었다. 하지만  직선제의 취지와 의미가 제대로 현장에 전달되지는 못한 것 같다. 한 달간의 선거운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을 조합원들에게 직접 알리기에는 시간적이나 공간적인 한계가 분명했다. 한 산별조직 담당자는 “ 경남지역 소속 조합원 1200명중에 위원장후보 얼굴을 직접본사람은 17명 뿐이다”고 했다. 후보에 대한 정보나 정책에 대한 설명이 특없이 부족했고 왜 직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부족했다. 하지만 투표율은 대단히 높았다. 우려와 달리 결선투표도 전체선거인의 과반이상이 참석했다. 특히 경남지역은 투표참여율이 대단히 높아 1차 투표에서는 현장투표소 기준으로 71%의 투표율을 보였다. 과도한 서류작업과 선거운동의 규제로 선거업무가 증가한 측면에 대해서는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서류작업을 줄일 필요가 있다.

직선제의 성과로는 전국적으로 지역에 조직현황이 정확하게 파악되고 산별지역조직 및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연결된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정보경제, 사무금융, 화섬 등에서 전국사업장의 영업소 등이 파악되었고 선거업무를 위한 과정에서 각산별조지과 지역본부로 연결되었다. 이와 함께 통일된 선거규정에 따라 직선제 선거가 큰 부정시비 없이 원만하게 진행됨에 따라 조합원의 민주노총에 대한 소속감과 통일성을 높이는 것에 기여했다. 직선제 과정에서 각 산별 지역조직이 민주노총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사업해 집행했고 이러한 공동집행의 경험은 이후 민주노총 사업의 집행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직선제 남은 과제는
막대한 재정과 인력투입 대비 사업효과가 낮은 현실에서 직선제를 계속 실시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직선제에 대한 통일된 집행을 통해 조직내부의 혁신과제 추진에 대한 기초적인 동력이 마련된 상태에서 조직혁신을 위한 분명한 과제를 제시하고  가맹 및 산하조직이 통일적으로 혁신과제를 추신할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직선제의 성과가 소실되지 않고 조직내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제8기선거결과.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