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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행복학교와 교실수업 개선

 

                                                     양재욱 (행복학교 정책연구팀 파견교사)

 

1. 행복학교 이야기


 가. 교장선생님이 달라졌어요.
 

교장선생님이 아침맞이 활동을 하다가 굶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교장실에서 빵을 굽고 요구르트를 만들어 아이들의 가난한 배를 빵과 사랑으로 채워준다. 교장실은 아이들의 동아리 활동 방이기도 하고 점심시간엔 아이들의 휴게실이 되기도 한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과 만나서 차 마시며 대화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이렇게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존경과 사랑이 담긴 편지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빵 익는 마을

 

 

졸업생들이 교장실에 남긴 글


 
 나.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5월 어린이날 즈음, 학교의 전 선생님이 아침 일찍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 합니다. 1주일 동안 선생님들이 모여서 만든 환영 도구들을 들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선물합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입니다. 사랑의 표현입니다. 행복학교에선 우리 선생님이 참 많습니다. 옆 반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시고, 6학년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줍니다.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이 연구실에도 교장실에도 붙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아는 것에서 아이들의 존중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합니다.

 

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우리학교에 담배 피는 학생이 확 줄어들었어요.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요. 한 고등학교에서는 행복학교 이름을 달고 철학을 실천하자 당장 아이들이 바뀌었음을 이야기 한다. 어떤 학교에선 학습부진 학생이 1/3가량 줄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스승의 날 행사를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진행하고, 졸업식도 아이들이 설계한다. 운동회도 아이들이 설계하고 진행한다. 예술제도 아이들이 설계하고 진행한다. 행복학교에서 아이들이 바쁘다. 그래서 아이들은 얼른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방학이 싫기도 한다.
 
라. 학부모가 달라졌어요.
  학부모님들이 수시로 학교에 들락거린다. 어떤 학부모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학교에 오기도 한다. 학교에 오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책 읽어주는 날엔 아이를 엎고 학교에 오기도 한다. 교통지도는 학부모 전체의 의무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학부모의 책임이라며 모두가 하루 씩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지킨다. 그것도 모자란다. 이젠 학부모가 교육에 대해 옳게 알아야 한다며 공부를 시작한다. 매주 두 세 시간 씩  학교에 나와 함께 공부를 한다.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하기도 하고 학교 야영에 아버지가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행복학교 때문에 학부모가 행복한 종종걸음을 친다.
 
 마. 교육과정이 달라졌어요.
  ‘잘 놀아야 잘 큰다.’ 학교는 더 이상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교육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공감한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놀이가 포함이 된다. 대부분의 행복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2시간 수업 후 30분의 놀이시간을 배치한다. 또 점심시간도 60분 정도로 하여 다시 한 번 더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이 놀이시간만으로도 학교는 즐거운 곳이 된다. 뿐만아니라 초중고 모두 동아리 활동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맘껏 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자치활동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으로 거듭나며 스스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바. 학교가 달라졌어요.
  학교의 중앙 현관은 학생들이 다닐 수 없는 출입금지의 공간이었다. 이제 행복학교들은 중앙현관을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아름답고 포근한 북까페를 만들어 아이들이 언제나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 하기도 하고, 재구성 하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준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하기위해 신발장을 1층 현관에 설치하기도 한다. 학교의 벽은 아이들이 직접 그린 벽화로 꾸며지기도 한다.

2. 새롭게 바뀌는 수업 이야기
 

가. 교과서를 넘어 마을로 가다
  아이들은 ‘도지사되기 프로젝트 학습’으로 시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선거 유세를 했다. 의자위에 서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그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앞이 캄캄해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외운 연설내용이 첫머리부터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머니에 넣어둔 쪽지를 꺼내들고 읽었다.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한 후, 교과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을 알고 문제점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생각하는 공부를 했다. 섬에도 다녀오고, 시장 조사도 하고, 지방 자치단체 방문도 하여 시의원과 질의응답도 했다. 아이들은 배움을 너무나 가슴 설레어 했다. 밤 12시가 지나서도 공부했고 휴일에도 방과후에도 친구들과 모여 스스로 공부를 했다. 마을로 간 아이들은 삶의 현장에서 생생한 지식을 쌓아갔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만만하다. 어디든 도전할 용기를 낸다. 배움 앞에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 교실을 넘고, 학년도 넘어서다
  도덕 시간이다. 3,4,5,6학년이 함께 모여서 수업을 한다. 한 모둠에 여러 학년이 함께 있다. 서로 어울리며 갈등하고 다시 화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교실에 가두고, 학년 사이에 벽을 쌓고, 교과서 속의 다른 사람의 삶으로 공부하는 책속에 갖힌 공부는 아이들을 배우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삶의 장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어울려 살아가며 지혜를 배운다. 교과서가 아니라 삶으로 배운다. 서로 친해지는 활동, 공동체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 찾고 실천하기, 우리나라를 위해 활동하기, 이 세상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나누는 봉사하기 등  아이들은 책이 아니라 그들의 실천을 통해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은 훨씬 더 행복하다.
 

다.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내 아이다
  아이들에 따라 학습의 빠르기가 차이가 난다. 그 속도를 조절하는 데 학부모가 매 수학 시간마다 교실에 와서 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조금 느린 아이들은 자상하고 친절한 학부모 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1학년부터 뒤처지지 않게 아이들을 도와준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학반에 가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내 아이를 위한 욕심이 아니라 우리 학교 모든 학생의 학부모로서 그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학부모의 학교참여 철학이다. 그래서 참여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원망도, 시기심도, 걱정도 없다. 학부모의 신뢰는 더욱 깊어진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학부모의 참여는 더욱 확대된다. 여름 계절학교 활동을 직접 설계하고 준비하고 진행한다. /ㄷㅎ야외 체험 활동 그림자 선생님으로 참여하고, 야영활동에 함께하는 등 모든 아이들의 학부모로 자긍심은 높아만 간다.

 

라. 불행한 경쟁을 넘어, 협력수업으로 행복해지다
  경쟁이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 옆에 앉은 친구는 단지 이겨야할 경쟁의 대상일 뿐일 때 아이들은 배움의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배움도 학교도 행복하지 않다. 이제 아이들은 행복한 배움, 협력이 있는 배움으로 공부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둥글게 앉거나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 도와가며 공부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가장 배움이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물어오는 친구가 고맙다. 그래서 자상하게 가르칠 수 있다. 교실엔 모두가 선생님이고 모두가 학생이다. 어떤 수준에서도 배울 수 있는 교실에서 이젠 잠자는 아이는 없다. 행복한 수업은 수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수업을 통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를 개선 할 수 있다. 교실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의 씨앗이다. 그 씨앗을 아름다운 관계의 철학으로 물들이고 있다. 교실에서 행복한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행복할 것이다.
 

마. 수업은 공적활동, 집단 지성으로 수업을 만들다
  더 이상 수업이 교실에 갖혀 있어선 안된다. 선생님도 교실 벽속에 숨어선 안된다. 수업은 미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 공적인 일이다. 함께 공개하고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책임져야할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래서 교사는 수업을 열고 함께 고민하고 협력한다. 그래서 함께 성장한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아름다운 삶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교사의 삶을 닮아간다. 수업은 지식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삶속에 있다. 교사가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교사가 먼저 협력하고 먼저 행복해진다.
 
바. 교과목의 분절을 넘어 교과를 삶으로 통합하다
  3월 아이들이 서로 익숙하지 않아서 다툼이 잦다. 싸우기도 한다. 욕설도 많다. 교사는 그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고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파악한 후 학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만든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다. 동영상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다양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으로 교과를 공부한다. 교과공부가 아이들의 삶의 공부다. 공부가 교과서 속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 속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공부가 삶이되어 이젠 어색하지 않다.
  새로운 수업은 수업의 기술뿐만 아니라 수업의 철학과 수업의 틀을 바꾼다. 작은 창고에 어떤 방법으로 많이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창고를 크게 지어 무엇이나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항이 아닌 바다에서 아이들이 맘껏 헤엄치게 하려는 것이다.

양재욱(jush531@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