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

조선소 하청노동자 대량해고와 체불임금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2016년 한 해 동안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만 약 1만5천 명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른바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하청노동자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인원축소는 ‘희망퇴직’, ‘정리해고’와 같은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반면 하청노동자의 경우엔 ‘하청업체 폐업’을 통해 대량해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절차도 필요 없고 하청노동자의 저항도 거의 없다. 운 좋게 다른 하청업체로 옮겨서 계속 일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쫓겨나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일자리만 잃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체불임금이 발생한다. 회사가 어렵다고 한두 달 임금과 상여금이 밀리다가 결국 폐업하고나면 1∼3달 임금과 상여금 그리고 퇴직금이 체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체불된 임금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폐업한 하청업체 사장은 체불임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 대다수 하청업체 사장은 본인 명의로는 일브러 재산을 갖지 않지 않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받아내기 어렵다. 한편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 조선소는 현행법으로는 체불임금을 지급해야할 법적 책임이 없다. 이러다보니 하청업체가 폐업해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하청노동자는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 이외에는 못 받고 포기하게 된다. 그나마 체당금도 업체 폐업하고 거의 1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으며 그중 5∼10%는 노무사 수수료로 또 떼어주어야 한다.


 

2016년 체불임금 사상 최대, 거제통영고성 지역은 무려 2.7배 증가

 

2016년 전체 노동자의 체불임금 총액은 1조428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 1조2992원과 비교하면 약 10% 가까이 늘어났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단순 금액 비교로는 일본의 10배,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일본의 30배에 달한다고 한다.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체불임금 증가는 더욱 심각하다. 통영고용노동지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체불임금을 신고한 노동자는 13,114명이며 신고된 체불임금은 총 581억8천만원이나 된다. 이를 2015년 신고노동자 5,331명, 신고액 218억3천만원과 비교하면, 노동자 수는 2.5배, 금액은 2.7배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전국적으로 체불임금이 약 10% 늘어났는데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는 2.7배(270%) 늘어난 것이니 그 심각성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1인당 체불임금액도 2015년 410만원에서 444만원으로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거제․통영․고성 지역만큼 체불임금이 급격히 늘어난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하청노동자는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 말고는 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체불임금 증가에 체당금 신청도 대폭 늘어났다. 2016년 한 해 동안 통영고용노동지청에 체당금을 신청한 노동자는 모두 6,510명이고 신청액은 296억원에 달했다. 이를 2015년 2,085명, 86억원과 비교하면 노동자 수는 3.1배, 체당금 신청액은 3.4배 늘어난 것이다. 체불임금 증가율보다 체당금 증가율이 더 높다. 그만큼 하청업체 폐업을 통한 체불임금 발생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청업체 폐업을 통한 체불임금은 곧 체당금 신청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고용노동부 체불임금 통계에는 체불임금, 체당금에 대한 노동자 수와 총액만 나와 있다. 그래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좀 더 구체적인 체불임금 현실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체불임금액 신고액은 444만원인데, 1인당 체당금 신청액은 454만원으로 오히려 높다. 즉 이 통계만으로는 체당금을 신청한 노동자의 체불임금이 어느 정도인지, 한 노동자의 체불임금 중에서 체당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과 체당금으로 해결이 안 되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체당금을 신청한 6,510명의 체불임금 신고액 통계가 별도로 필요하다. 하청업체폐업으로 체불임금이 발생한 경우 현실적으로 체당금 이외에는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체당금을 신청한 사람들의 체불임금 총액과 체당금 신청액을 비교하면 받지 못하고 포기하는 체불임금액을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또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체당금 이외의 체불임금의 해결 현황 및 개선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국가로부터 체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 기간이 너무 긴 것 또한 문제다. 한 달 한 달 월급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체당금이 지급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체당금을 지급받으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체당금 신청에서 지급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있어야 체당금을 좀 더 빨리 지급하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대량해고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업체 폐업과 체불임금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청노동자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